獨 명차 3인방, '노키아 지도' 매입…왜?

"IT업체 인수 땐 차량 시스템도 종속" 판단한듯

카테크입력 :2015/08/03 16:36    수정: 2015/08/03 18:07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독일 명차 3인방이 실리콘밸리 실력자들을 누르고 노키아 지도 사업을 손에 넣었다.

노키아는 2일(현지 시각) 저녁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히어(HERE) 지도사업을 28억 유로에 아우디 등에 넘기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28억 유로(약 3조5천800억원)는 2주 전 월스트리트저널이 전망했던 25억 유로보다 조금 더 올라간 수준이다.

이번 컨소시엄에는 아우디를 비롯해 다임러와 BMW가 함께 했다. 아우디, BMW와 함께 ‘히어’ 매입 작업에 동참한 다임러는 메르세데스-벤츠로 유명한 명차 그룹이다.

‘히어’는 노키아가 지난 2008년 81억 달러에 인수한 나브텍을 토대로 만든 지도 서비스다. 노키아 입장에선 7년 만에 다시 매물로 내놓은 셈이 됐다.

뉴 아우디 A1 실내 (사진=지디넷코리아)

■ "인수 끝낸 뒤엔 오픈 플랫폼으로 제공"

노키아는 최근 알카텔 루슨트의 네트워크 사업 부문을 매입하면서 나머지 사업 부문은 대거 정리하고 있다. 네트워크 장비 쪽에 주력하기 위해서다.

이번 거래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아우디 등이 히어를 어떻게 처리할 지와 관련된 부분이다. 히어는 삼성을 비롯해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IT업체들이 널리 활용하고 있다. 주요 자동차업체들 역시 ‘히어’를 라이선스해 왔다.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히어’ 부문의 지난 해 매출 구조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히어의 지난 해 매출 9억7천만 유로 중 절반 가량은 자동차 업계 서비스 라이선스를 통해 벌어들였다. 나머지 절반은 위치 기반 서비스 관련 매출이다.

’히어’의 각종 특허와 기술들을 독점하는 것보다는 라이선스 하면서 수익을 올리는 것이 훨씬 유리한 셈이다.

아우디 등이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히어를 인수한 뒤에는 오픈 플랫폼으로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2주 전 아우디 그룹이 인수할 가능성이 많다고 보도했던 월스트리트저널은 피아, 크라이슬러를 비롯해 르노, 푸조, 포드, 도요타, GM 등 다른 자동차 업체들도 대거 고객으로 유인할 가능성이 많다고 전망했다.

■ 구글-애플 등 행보 의식했을 듯

또 다른 궁금증은 독일 자동차업체들이 왜 ‘히어’ 인수에 그토록 공을 들였냐는 부분이다. 실제로 이번 인수에는 독일 자동차업체들 뿐 아니라 우버, 페이스북, 바이두 등 많은 IT업체들이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 달 들어 우버가 사실상 인수 경쟁에서 탈락하면서 독일 자동차업체 컨소시엄이 단독으로 협상을 진행해 왔다. 아우디 등은 지난 4월 노키아가 알카텔 루슨트를 인수한 뒤 장비사업에 주력하겠다고 밝힌 직후부터 히어 인수에 관심을 보였다.

애플 카플레이 구동 화면 (사진=애플)

이 대목에서 당연히 궁금증을 제기해볼 수 있다. IT 전문 매체인 리코드가 지적한 것처럼 “노키아 지도 사업은 널리 이용되긴 했지만 사업 자체는 그다지 수지 맞는 편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업을 매력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선 새로운 지도 데이터를 끊임 없이 수집해야만 하는 것. 우버 등이 최근 인수 포기 의사를 밝힌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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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서는 월스트리트저널 분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업체들은 ‘히어’가 구글이나 우버, 애플 같은 IT업체 손에 들어가는 것을 우려했다는 것.

히어를 IT업체들이 인수하게 되면 자동차업체들은 차세대 플랫폼 경쟁에서 완전히 소외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자율운전 차량을 비롯한 각종 차세대 실험이 구글, 애플 같은 IT 업체 손아귀에서 놀아날 가능성이 적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