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30분만에 진단한다

국내 연구진, 2년만에 분자진단기기-시약 개발 성공

과학입력 :2015/07/30 11:59

국내 연구진이 의료현장용 분자진단기기와 시약 개발에 성공하면서 그동안 실험실에서 6시간 정도 걸렸던 감염균 유전자 검사 시간이 30분 안으로 단축됐다. 앞으로 폐혈증, 뇌수막염, 폐렴, 결핵, 인플루엔자 등 원인균을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게 됐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신산업 창조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경북대 한형수 교수팀은 의료 현장에서 정확하고 빠르게 감염균을 진단할 수 있는 분자진단기기와 시약 제품 개발에 성공해 향후 인허가를 거쳐 상용화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

현재 감염균 진단을 위한 대표적 수단인 면역검사법이나 분자진단검사법은 정확성이나 신속성에 한계가 있다. 의료현장에서 간편하게 활용되는 면역검사법은 신속하게 진단할 수 있으나 정확성이 떨어져 추가적인 정밀검사가 필요한 경우가 많고, 분자진단검사법은 정확성이 높지만 병원에서 채취한 환자의 혈액 등을 고가의 대형 검사설비를 갖춘 실험실로 이송해 정밀검사를 해야 하며 검사에만 최소 6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기존의 분자진단법과 신개발 분자진단법의 비교

이번에 개발한 진단기기와 시약은 의료현장에서 긴급한 대응을 필요로 하는 패혈증, 뇌수막염, 폐렴, 결핵, 인플루엔자 등의 원인균을 30분 내에 정확하게 검사할 수 있는 제품으로 질병 감염의 피해 확산을 최소화하는 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상용화를 위해 개발된 진단시약(왼쪽)과 진단기기 시제품

특히 소형화된 진단장비와 검사대상별로 최적화된 시약을 활용해 검체 처리부터 반응측정까지의 검사과정을 단축함으로써 간단한 사용자 교육만으로도 검사가 진행될 수 있다. 또한 여러 감염균과 바이러스를 동시에 검사할 수 있는 처리기술을 확보해 1회 검사로 다양한 분자진단을 할 수 있다.

글로벌 의료기업들도 의료현장용 분자진단 제품 개발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나 대부분 개발 중이거나 임상시험을 진행 중으로, 이번 제품 개발이 성공함에 따라 빠르게 성장하는 글로벌 분자진단 시장을 선도하는 계기가 마련될 전망이다.

경북대 교수팀은 개발 제품의 조기 사업화를 위해 지난해 7월 엠모니터를 창업한 데 이어 임상시험과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교수팀은 올해 안에 국내 임상시험에 착수해 제품 인허가를 받은 후 상용화를 본격 추진할 예정이며, 내년부터는 미국과 유럽 지역의 제품 인허가를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의료현장의 감염병 진단에 그치지 않고 식품 제조현장의 감염 진단, 의약품 개발과정의 미생물 감염 진단, 환경오염 진단 등 제품 적용범위를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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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교수팀은 이번 연구과제에서는 세계 최초로 분자진단기술을 나노 소재의 페이퍼칩에서 구현하는 데에 성공했다. 페이퍼칩은 종이와 유사한 재료로 만들어진 막 위에서 면역검사나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도록 만든 진단용 키트다. 교수팀은 이번 연구개발 성과를 기반으로 향후 페이퍼칩을 활용한 소형 진단키트 상용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한형수 교수는 “국내 산학연의 분자진단 관련 원천기술을 융합하여 의료현장에서 실제 활용할 수 있는 간편한 감염병 진단제품 개발에 전력을 기울였다”면서 “다양한 감염질병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에 이번 제품이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