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다음 인터넷전문은행 시각차…왜?

"간편 결제 집중" vs "적극 추진하겠다"

인터넷입력 :2015/06/18 17:50    수정: 2015/06/19 09:52

금융위원회가 인터넷전문은행 확산을 위해 관련 규제를 완화키로 하자 ICT 업체 중 다음카카오는 추진 의사를 밝힌 반면 네이버는 여전히 보수적인 입장을 보여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8일 금융위는 이르면 올해 말 인터넷전문은행 대한 시범인가를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최저자본금 500억원, 산업자본이라고 하더라도 최대 50%까지 지분투자를 허용하고, 7월 인가매뉴얼을 발표한 뒤 9월 예비인가 신청을 접수할 계획이다.

이번 금융위 결정은 포털 및 이동통신사업자 등 주요 ICT 기업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주요 그룹사 등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제외된다.

금융위의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방안이 발표되자 다음카카오와 네이버의 입장은 갈렸다.

다음카카오는 “ICT 사업자가 참여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제시된 것을 환영한다”고 말한 반면, 네이버는 “전통적인 규제산업인 금융업은 네이버의 사업방향과 맞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또 다음카카오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지만, 네이버는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겠다. 핀테크 산업 중 하나인 간편결제 서비스에 초점을 두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국내 대표 포털 사업자의 입장이 상반되는 이유는 핀테크 사업 중 금융업을 바라보는 양사의 시각차 때문이다.

그 동안 다음카카오는 간편결제 서비스인 ‘카카오페이’, 모바일 송금 서비스인 ‘뱅크월렛 카카오’ 등의 서비스를 준비하며 오랫동안 금융업에 관심을 보여왔다. 규제로 인한 장벽은 기존 카드사 및 은행사와의 협력으로 풀고, 보안성 강화에도 많은 투자를 기울여 왔다. 그만큼 차세대 먹거리로 금융업을 찍었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하나카드와의 제휴를 통해 카카오페이 하나체크카드를 출시했으며, 서울시와 LG CNS, 그리고 우리은행 등과 함께 서울시 지방세 온라인 납부시스템에 카카오페이를 도입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핀테크 사업을 차근차근 준비해 왔다.

반면 네이버는 인터넷전문은행과 같은 금융산업 자체가 회사의 전략과 방향성이 맞지 않다는 판단이다.

얼마 전부터 정부가 적극 나서 각종 규제를 허물고 있지만, 수십년 간 철옹성을 쌓은 금융기업들의 자리에 인터넷 기업이 진출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고민이 무엇보다 큰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황인준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는 한 인터뷰에서 “가맹점과 이용자에게 도움이 되는 결제분야는 열심히 할 생각이지만 인터넷은전문은행 설립이나 대출, 크라우드펀딩 등은 우리가 할 일이 아니다”면서 “네이버가 인터넷은행을 설립해도 현존하는 은행을 넘어설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전통적인 규제 산업에 경험과 전문성이 전무한 네이버가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고 진출한다는 건 무리가 있어 보인다”며 “현재 네이버는 고객들에게 끊김 없는 검색과 쇼핑, 결제 경험을 제공하고자 네이버페이와 같은 간편결제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대한 검토야 언제든지 할 수 있지만 현재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보수적인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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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해볼 때 다음카카오는 해외의 성공사례를 통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등 각종 핀테크 산업에 과감히 발을 들여놓는 반면, 네이버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있어 국내 금융업 특성을 고려해 기존에 잘해왔던 부분을 강화하는 보수적인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나아가 네이버는 아직 규제의 장벽이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고 성공 사례가 없는 만큼 굳이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내심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음카카오 등 기존 ICT 기업들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내면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언제든지 추진, 앞지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