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여론 향해 첫 포문…명분쌓기·勢 규합

임시주총 앞두고 홈페이지 개설...ISS에 제출 문건 공개

홈&모바일입력 :2015/06/18 13:56    수정: 2015/06/18 14:53

송주영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하고 있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관련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이례적으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지지한다는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같은 엘리엇의 행보는 차익 실현을 위한 합병비율 재산정 등을 위한 것으로 내달 17일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 설득을 통해 우군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8일 엘리엇매니지먼트는 보도자료를 배포해 홈페이지(www.fairdealforsct.com) 개설 사실을 알리면서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필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이를 지지하지만 그 진행 과정에 수반되는 계획이나 절차가 모든 기업지배구조 기준을 반드시 준수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에 따라 삼성물산의 주주들의 이익 또한 제대로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합병반대 ISS에 제출한 프리젠테이션 공개

엘리엇이 일반인들까지 열람할 수 있도록 자료를 홈페이지에 공개한 것은 하루 앞으로 다가온 삼성물산, 삼성물산 이사진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낸 의결권 주총 가처분 심리, 또 다음달 17일로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에 앞서 세력을 규합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소송 본격화에 앞서 여론을 환기하는 동시에 임시주총에서 삼성물산 주주세력을 우군으로 확보하기 위한 행동이라는 해석이다.

엘리엇이 개설한 국문 홈페이지를 보면 그동안 4차례에 걸쳐 배포한 보도자료와 함께 영문 프리젠테이션 자료가 공개돼 있다. 27쪽에 달하는 영문 프리젠테이션 자료는 엘리엇이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에 공식 제출한 것을 공개한 것이다. 내용은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을 반대하는 이유로 요약된다.

엘리엇은 프리젠테이션 자료에서 삼성물산의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점을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삼성물산과 동종 건설업계의 실적을 비교하며 삼성물산이 성장률에서는 동종업계와 비교해 앞서 있는데 유독 주가만큼은 낮은 수준으로 평가됐다고 강조했다. 반면 제일모직에 대해서는 코스피 지수, 동종업계 지수와 비교해 주가 상승률이 지나치다며 삼성그룹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합병비율을 문제 삼았다.

■"지배구조 개편 필요성 이해" 입장 밝혀

프리젠테이션에는 또 이날 엘리엇이 보도자료로 배포한 내용과 마찬가지로 제일모직,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이 1:0.35로 산출된 합병비율의 불공정성을 주장하며 지배구조 개편 자체의 필요성은 이해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엘리엇은 보도자료에서 본인들의 합병안 반대 의도가 합병비율에 있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는 그동안 합병비율 반대를 주로 주장하며 지배구조를 문제 삼는 것처럼 비춰진 것이 주가 부양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주가 하락은 삼성물산 주주들을 우군으로 확보하는데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18일 개설했다고 밝힌 홈페이지

실제로 삼성물산 주가는 엘리엇이 주가 취득 공시를 한 4월과 5일 반짝 오르며 5일 7만6천100원을 정점으로 하락세다. 엘리엇이 삼성물산 의결권 금지 가처분 소송을 밝힌 9일에도 주가는 3.55% 감소하며 전날 7만500원에서 6만8천원으로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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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은 합병 자체를 무산시키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낮고 주가 부양에도 도움이 안된다고 판단하면서 지배구조 개편 자체에 대한 문제가 아닌 합병안 비율을 재조정해 차익을 실현하기 위한 것임을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본시장 업계 관계자는 “엘리엇의 지배구조 개편 지지 발언은 삼성물산의 주식 취득이 삼성그룹의 구도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차익 실현을 할 수 있도록 요구한 것을 강조한 것일 뿐”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