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떠오르는 소비자, 어번 그래니

전문가 칼럼입력 :2015/05/14 08:13    수정: 2015/05/14 09:11

김승열
김승열

얼마 전, 국내 한 포탈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 '어번 그래니(Urban Granny)'가 올라왔다. 어번 그래니는 영어권에서 할머니의 줄임말로 사용되던 '그래니(Granny)’에 '도시적(Urban)’이라는 단어를 붙힌 합성어로 세련되고 도시적인 50~60대 여성을 지칭하는 신조어이다.

이들은 자식들을 위해서 대부분의 시간을 희생하며 젊은 시간을 보냈지만 시간적인 여유와 경제력을 갖추면서 스스로에게 투자를 한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 등이 쓴 '트렌드 코리아 2015'에서 올해의 트렌드로 꼽히면서 더욱 주목받게 되었다.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어번 그래니'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그들이 새로운 소비 주체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이 치열한 현대의 산업 사회에서 새로운 소비 그룹을 발견하거나 만들어 가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더구나 튼튼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그들이 소비를 한다고 하니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어번 그래니’는 기존의 소비자층과 구별되는 그들만의 뚜렷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며 품질을 깐깐하게 따지지만 가격에는 상대적으로 둔감한 편이다. 건강과 미용에 관심이 크기 때문에 천연이나 기능성 등과 연관있는 소비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유통과 외식 업계에서는 어번 그래니의 힘이 이미 증명되고 있다. G마켓의 경우, 올 들어 5060세대 여성이 구매한 명품 화장품 모바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82% 폭증했다. 옥션은 5060여성이 모바일로 구매한 로드샵 브랜드 화장품 매출은 전년 대비 5배 이상(434%)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패밀리레스토랑 빕스의 경우 50대 이상 여성 고객들이 꾸준히 늘면서 50대 이상 고객 수는 올 들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늘었다.

사실, 굳이 '어번 그래니’라는 마케팅 신조어를 꺼내놓지 않더라도 사회적인 환경이 노년층을 배려함과 동시에 공략을 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온라인으로 정보를 제공하여 집객을 하고 이를 기반으로 매출을 만들어야 하는 IT 사업자도 마찬가지이다.

국내 스마트폰 보급율은 이미 70% 이상이고 휴대폰 보급율은 100%를 넘어간지 오래되었다. 노년층도 이제는 충분히 모바일 환경에 노출되어 있고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어번 그래니는 오프라인 매장과 일부 쇼핑몰 중심의 소비 행태를 보이고 있다. 대형 온라인 사업자라면 2015년에는 이들을 집객하는 방안에 대해 서서히 고민을 시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때, 고려할 몇가지 이야기를 간략하게 나눠보기로 하자.

첫째, 어번 그래니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와 서비스 구축을 선행해야 한다. 지금까지 국내 온라인 사업자들은 2030 중심의 다소 감각적이고 자극적 내용의 콘텐츠를 확보하는데 주력해왔다. 간혹, 노년층이 선호하는 서비스를 만들다가도 '돈이 안된다'는 이유로 폐쇄하기 일쑤였다. 실제로 시장 조사를 해보면 그들도 온라인 서비스를 사용하고 싶은데 사용할만한 콘텐츠가 없다는 불평을 자주 듣곤한다. 다양한 소비자를 공략해서 고객층을 넓혀야 할 필요가 있는 사업자라면 이제부터라도 그들이 즐길 수 있는 내용의 콘텐츠를 확보하고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둘째, 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UI/UX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디지털에 익숙한 젊은 세대와는 달리 대부분의 시간을 아날로그에서 보냈던 사용자들이다. 다양한 기능을 넣어 복잡한 메뉴 트리를 제공하고 있는 최근의 UX에는 대부분 적응하기 힘들어 한다. 간략하고 목적성이 뚜렷하면서 사용하기 쉬운 UX를 설계해야 한다. 그런면에서 포탈웹 중심의 유선 서비스보다는 앱 중심의 모바일이나 IoT 기기를 통해 그들과 접점을 만들어 가는게 좋을 듯 하다. 가독성을 고려함과 동시에 세련되고 우아한 UI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이다.

세째, 그들만을 위한 리그를 따로 만들어 줄 필요는 없다. 확실히 노년층이 선호하는 키워드는 존재한다. 건강, 가족, 고기능성, 여행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렇다고, 이러한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워 노년층만을 위한 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그분들도 원하지 않고 사업적으로 성공할 가능성도 낮다.

'어번 그래니'가 기존의 '실버'와 구별되는 이유는 젊고 화려한 감각을 가지고 있고 소비에서 이를 표현해내기 때문이다. 다양한 세대가 모일 수 있는 장을 제공하되 개인화를 통해 '어번 그래니'가 선호하는 콘텐츠를 쉽게 노출시키고 오프라인과 연동시켜 관련된 상품은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유도하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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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층이 새로운 소비 주체로 주목받은 것은 최근 4~5년부터 꾸준하게 보여온 현상이다. 과거에는 유통업계에서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다양한 전략과 마케팅을 펼치며 오프라인 상품을 판매하는 단계였다. 최근에는 '꽃할매'와 같이 예능프로그램의 중심이 되기도 하고, 7080 음악을 다시 소비하며 매출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단순한 상품 구매에서 문화를 주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부분 젊은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온라인 사업자들은 여전히 이러한 사회적인 변화에 둔감하다. 그나마 새로운 소비자층을 공략하려는 진취적인 업체들도 영유아를 타겟으로 하는게 대부분이다. 이제는 오프라인 사업자들이 왜 이들을 위한 프로모션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어번 그래니'라는 신조어가 왜 나왔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할 때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승열 IT컬럼니스트

모바일왕국을 꿈꾸는 변방의 블로거로서 모바일 게임, 서비스, 브라우저, 스마트폰 플랫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업무를 수행해 왔다. 현재는 국내 대기업에서 신규 모바일 서비스 전략과 기획을 담당하고 있으며 플랫폼 전문가 그룹(PAG)의 Board Member 이기도 하다. 개인 블로그는 http://www.mobizen.pe.kr이며, 트위터는 @mobizenpekr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