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플랫폼"…SKT의 이유있는 절규

23일 3대 플랫폼 전략 발표…2018년 100조 기업가치 목표

일반입력 :2015/04/23 16:07    수정: 2015/04/23 18:34

“그동안 통신사는 적극적인 네트워크 투자와 기술발전, 마케팅활동 등의 노력으로 세계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연관 산업을 발전시켜왔다고 생각해왔으나 고객과 사회에서는 ‘그들만의 리그’로 인식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매출과 기업가치의 정체로 존재감마저 악화돼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SK텔레콤 장동현 사장은 23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소재 SK텔레콤 본사 사옥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통신 산업의 어려움을 이 같이 토로했다.

과거 수년 동안 통신 산업이 국가 경제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오며 IT강국, 정보통신 1위 국가의 위상을 만들었음에도, 소비자들에게는 요금수준에 대한 오해만 각인돼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매출성장률은 감소되고 이익은 정체되면서 혁신에 대한 부담만 커지고 있다.

마침, 간담회가 열리던 이날 구글이 통신 산업 진출 소식이 외신을 통해 전해졌다. 구글은 이동통신재판매사업자(MVNO)로 통신시장에 진출해 월 20달러에 무제한 음성과 문자를 제공하고 데이터는 1GB당 10달러를 받겠다고 발표한 것. 인스턴트 메신저 등을 통해 SMS와 음성시장을 잠식당한 통신사에게 더 큰 위협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미 국내에서도 이동통신 1위사업자인 SK텔레콤은 시가총액 순위에서도 인터넷 1위 사업자인 네이버에게 자리를 내준 지 오래다. 이날 장동현 사장이 내놓은 ‘3대 차세대 플랫폼 혁신 전략’도 이 같은 환경 변화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했다.

“보조금과 요금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은 지속되고 있고 이로 인한 피로감은 더 커졌습니다. 소비자들은 통신사보다 제조사, OTT 사업자들이 다양한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통신사가 보조금 외에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제한된 가입자에 천착한 결과입니다. 1차적으로 통신사 책임이고 공급자 위주의 전략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제는 요금인하나 단말, 보조금에서 벗어나 가치창출을 하는데 주력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이날 그가 들고 나온 3대 전략은 ‘생활가치 풀랫폼’, ‘통합미디어 플랫폼’, ‘IoT 서비스 플랫폼’ 등 3가지다. 이를 묶어서 통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플랫폼을 제공하는 사업자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사실, 구글과 같은 플랫폼 사업자가 월 20달러짜리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하는 것은 나름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반면, 통신사가 구글과 같은 플랫폼 사업자가 되겠다는 이야기는 선뜻 이해하기 쉽지 않다. 뜬구름 같은 얘기처럼 들린다. 더욱이 사물인터넷(IoT)과 같은 신기술이나 기존에 없던 서비스가 섞이면 더욱 그렇다. 아직 존재하지 않는 미래 서비스를 설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장동현 사장은 이를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 애쓰며 SK텔레콤의 미래를 제시했다. 그는 생활가치 플랫폼부터 설명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에게 보이지 않는 요구까지 찾아내 제공하는 것이 생활가치 플랫폼입니다. 심지어 소비자에게 잠재돼 있는 요구까지 충족하고 체험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 낼 것입니다. 일례로, 우리나라 국민 중 18%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들은 반려동물에 대한 분실, 건강염려, 일상에 대한 관찰을 원합니다. 이러한 요구를 앱이나 펫 웨어러블, 펫 CCTV로 콘텐츠, 커뮤니티, 커머스가 연계되는 경제적이고 통합적인 서비스로 제공하는 것이 생활가치 플랫폼입니다. 향후 SK텔레콤은 소비자들이 선택하고 이용해야만 하는 이유를 제시할 것입니다.”

장 사장은 통합미디어 플랫폼, 특히 IoT 서비스 플랫폼을 설명할 때는 자신감이 넘쳐났다. IoT 서비스 플랫폼이 SK텔레콤의 성장 동력, 나아 가서는 국가 경제 부흥의 전기를 만드는 사업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는 지난 21일 정부의 스마트시티 IoT 실증단지 사업을 수주한 자신감의 연장선상이기도 하다.

SK텔레콤은 연내 IBM, MS 등 글로벌 기업과 다양한 중소기업들이 참여해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스마트 파킹 ▲매장·빌딩 에너지관리 ▲사회약자 안전관리 ▲미아방지 ▲상황인지형 대피안내시스템 ▲스마트가로등·횡단보도 ▲해상안전 ▲소상공인 마케팅 서비스 등 10여개의 IoT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통합미디어 플랫폼은 향후 맞춤형 네로(Narrow) 캐스팅 서비스로 소비자들에게 아주 특별한 미디어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고 오는 2018년까지 가입자 1천500만명을 확보해 시장의 리더로 도약할 것입니다. 특히, IoT는 ICT 업계의 가장 핫한 플랫폼으로 언급되고 있지만 M2M의 확장된 정도로만 얘기되고 있고 이로 인한 가치에 대해서는 얘기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시나리오부터 언급돼야 합니다. SK텔레콤은 최적화된 네트워크에 단말이 붙는 IoT 서비스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계획이고, 5월에 모비우스가 적용된 스마트홈, 인터스트리형 IoT 서비스를 선보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장동현 사장은 통신사가 추구하는 플랫폼 사업 전략이 인터넷, OTT(Over The Top) 사업자들과 다른 차별성을 갖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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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SK텔레콤은 모바일 네트워크 운영사업자입니다. 그런 사업자가 플랫폼을 얘기하니까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플랫폼 사업자라고 통칭되지만 네이버, 카카오, 아마존의 플랫폼 사업은 엄연히 다릅니다. SK텔레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기본적으로 SK텔레콤은 2천600만 가입자를 기반으로 이들 가입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구현하는 것입니다. 카카오는 커뮤니케이션을 중심으로 확장하지만 우리는 가입 고객을 기반으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플랫폼으로 만들 것이냐를 고민합니다. 플랫폼에 대한 접근방식이나 제공방식이 다를 것입니다. 고객 중심에서 고객 입장에서 분절돼 있는 서비스를 묶어주는 그러한 플랫폼을 지향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전통적으로 '철밥통' 시장으로 평가돼 온 이통시장의 기득권을 버리고,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SKT의 혁신이 이제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