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은 과잉규제 비극”…폐지론 확산

21일 국회 토론회서 폐지·개정 지적 잇따라

일반입력 :2015/04/21 19:34    수정: 2015/04/22 08:30

“단통법은 과잉규제의 비극이고, 관치경제의 전형이다.”(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단통법에서 단말기 보조금이 불법이라는 전제하에 만들어진 조항들은 전부 폐기해야 한다.”(김보라미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운영위원, 변호사)

“소비자들은 정부의 규제로 싸게 살 수 있는 길이 막혔다.”(박기영 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

“단통법 시행 이후에도 마케팅 비용이 줄어들지 않는 구조이고, 요금인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어 통신사는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이상헌 SK텔레콤 CR전략실장)

“이용자 차별이 없으려면 소비자는 단말을 비싸게 구입해야 하고, 가계통신비 절감이 되도록 싸게 팔면 불법행위가 되는 구조가 됐다.”(이종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이사)

단말기유통법의 폐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학계, 시민단체, 유통업계 등 전 방위에서 나온다. 심지어 통신사조차 법 시행 이후에도 마케팅비는 줄지 않았는데 통신비 인하 요구가 빗발친다며 하소연이다.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병헌 의원이 주최한 ‘단통법 폐지? 존치?’ 토론회에 참석한 학계, 시민단체, 유통업계 등을 대표해 나온 패널들은 이처럼 단말기유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의 개정, 더 나아가서는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를 냈다. 시장의 자율경쟁에 맡겨야 할 것을 정부가 규제로 풀려고 했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정부 규제로 경쟁을 제한하면서 가계통신비 인하를 꾀하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박기영 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는 “단말기유통법 제정의 취지가 소모적인 보조금 경쟁을 막고, 이를 통해 가계통신비 절감을 하자는 것이었는데 법 시행 6개월이 지난 지금 불법 보조금 경쟁을 막는 것에는 성과가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가계통신비 절감은 실패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 두 가지는 상반된 것이었는데 이는 애초부터 불가능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도 “단통법은 관치경제의 전형이며 단통법만 놓고 보면 이런 나라에서 기업을 할 수 있나라는 생각마저 든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그는 “미국에서는 갤럭시S6를 베스트바이에서 27달러짜리 데이터 요금제에 약정 가입하면 199달러에 구매할 수 있고 구형폰을 반납하면 150달러를 받아 5만3천원 정도에 살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단통법 때문에)9만원짜리 요금제에 가입해 최대 보조금을 받아도 60~70만원에 사야 한다”고 정부의 가격통제로 인해 시장 기능이 상실됐음을 지적했다.

특히, 정부가 단말기유통법에서 보조금을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불법 보조금으로 전제하거나 분리공시제도 도입을 재추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김보라미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운영위원(변호사)은 “보조금이 타사업자의 영업이나 마케팅을 배제할 정도이거나 신규 사업자 진입을 막을 수 있는 약탈적 수준이라면 규제해야 하고, 이는 단통법이 아닌 전기통신사업법으로도 충분히 규제가 가능하다”며 “단말기 보조금 규제는 소비자 후생을 저해하는 소비자 이익저해 규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단통법에서 단말기 보조금을 불법이라는 전제하에 만든 3조에서 8조까지는 폐지돼야 하고 사전승낙제는 이통사가 유통망을 지배하는데 악용될 수 있다”며 “특히 통신사가 영세사업자에게 돈을 걷어 포상금을 지급하는 폰파라치 제도의 경우 통신사가 가입돼 있는 협회에서 담당하고 있는데 이는 정부가 변칙적인 규제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김 변호사는 단통법 폐지보다는 불법적 요소를 걷어내는 개정에 무게를 실으면서, 이통사의 지원금과 제조사의 장려금을 구분하는 분리공시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기영 녹소연 공동대표도 “당초 단통법 목적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진 분리공시제도는 보완 차원에서 재추진돼야 한다”면서 “특히 단통법으로 소비자의 통신비 절감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새로운 제도를 만들거나 대폭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통신사들이 정액 요금제에서 다 사용하지 못하는 음성통화로 발생되는 낙전수입을 소비자에게 돌려주지 않는다거나 요금제가 복잡해 이를 단순화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통신비는 합리적 경쟁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고 규제를 통한 가계통신비 절감 정책을 다시 한 번 비판했다.

유통업계를 대표해 나온 이종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이사는 “단통법으로 불법 보조금에 따른 이용자 차별이 해소되면 단말을 비싸게 사야 되고,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해 싸게 팔면 불법행위를 하는 구조가 됐다”며 “이렇게 시장이 냉각돼 파이가 줄어든 상황에서 이통사 직영점까지 파고들면서 더욱 어려워지고 있으며 지원금 상한제는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유일하게 통신사를 대표해 나온 이상헌 SK텔레콤 CR전략실장은 단말기유통법이 시행되면서 고가요금제 가입자는 줄고, 마케팅 비용은 줄어들지 않았다고 토로하면서, 가계통신비 인하 역시 통신비뿐만 아니라 단말기 구입비용 등 여러 요소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 시행 이전과 지난 3월말 수치를 비교하면 3만원대 이하 요금제 가입자는 45%에서 59.6%로, 4~5만원대는 17.8%에서 30.5%로, 6만원대 이상은 37.2%에서 10.0%로 바뀐 추이를 확인할 수 있다”며 “이는 통신사 입장에서 요금 수입이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실제 가입자당 9천원 정도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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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단통법으로 요금을 덜 내는 구조가 됐지만 통신사들이 기대했던 마케팅 비용 감소는 이뤄지지 않았고 지원금 지급 대상이 확대되면서 오히려 고정비용화 되는 현상이 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요금인하 목소리까지 겹쳐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으며 정부가 가계통신비 부담의 원인을 다시 한 번 분석하고 해결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박노익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보호국장은 “기본적으로 불법 보조금은 이용자 간 차별행위라는 폐단이 있었고 이렇게 쓰인 불법 보조금은 결국 어떠한 형태든 요금으로 전가되는 부분이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규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면서 “향후 공정, 투명, 신뢰라는 기본적인 세 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이용자 후생을 지켜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