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개척한 토종SW업체 전략 해부해보니…

일반입력 :2015/03/18 08:35

국내 소프트웨어(SW) 업체들의 해외 시장 진출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하다. 시장이 작고 경쟁도 치열한 국내에선 이미 성장 한계를 느낀 업체들이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로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 해외 시장에서 나름의 성과를 일군 두 업체가 관심을 모은다.

비즈니스용 UI/UX 플랫폼 업체인 투비소프트와 원격제어 SW업체 알서포트다. 투비소프트는 현지 경쟁사를 인수합병(M&A)하는 전략을, 알서포트는 해외 대형 파트너의 투자를 하는 전략을 각각 택했다. 관련 업계는 글로벌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출한 선례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점에서 양사 행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모습이다.■ 투비소프트 '글로벌 경쟁사 M&A로 현지화에 가속도 낸다'

투비소프트는 빠르게 현지 시장에 안착하기 위한 방법으로 비슷한 사업영역을 가진 현지 기업을 인수하는 전략을 택했다.

투비소프트는 지난해 1월 미국 경쟁사인 넥사웹 테크놀로지의 UI사업부와 일본 자회사 넥사웹재팬을 인수합병해 넥사웹이라는 미국 법인을 세웠다. 4월 경엔 기존 투비소프트 일본법인도 넥사웹 재팬과 합쳐 넥사웹 밑으로 편입시키는 등 넥사웹이 해외 사업을 총괄하도록 조직을 재정비했다.

지금까지 현지에 법인을 세우고 파트너들을 영입하는 것이 국내 SW업체들의 통상적인 해외진출 방법으로 여겨져 왔기 때문에 글로벌 경쟁사를 M&A한 투비소프트 행보는 눈에 띄게 파격적이다.

하지만 M&A를 통한 해외진출 전략은 손익계산을 따저본 후 나온 현실적인 결정이라는 것이 투비소프트 김형곤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에 따르면 현지에 법인을 설립하고 유지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어림잡아 연간 100만 달러는 된다. 중견SW업체들에겐 만만치 않은 비용이다. 현지 법인을 세운다고 해당 지역에서 성공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반면 M&A 방식은 한번에 큰 돈이 필요하긴 하지만 피인수 기업이 가지고 있었던 기존 매출과 고객사를 그대로 흡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 대표는 우리와 사업분야가 비슷한 넥사웹은 연간 200만 달러 이상의 유지보수 매출이 있고 또 유지보수에 들어가는 리소스도 아주 적었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유지보수 매출이 줄어든다는 점을 감안해도 적정한 금액에 인수할 수 있다면 본전은 잃지 않겠다는 판단이 섰다고 말했다.

인수 협상 당시 넥사웹 최대 지분을 보유한 벤처캐피탈이 800만 달러를 요구해 한 차례 계약이 무산되는 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투비소프트가 UI사업분야만 인수하는 방향으로 재 협상을 이끌어내 400만 달러(일본 법인 지분 포함)에 거래를 성사할 수 있었다.

투비소프트는 M&A를 통한 해외시장 진출을 앞으로 다른 지역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아직 조사 단계지만 유럽사무소를 통해 인수할 만한 현지 기업이 없는지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M&A를 통한 해외 시장 진출에도 물론 해결해야할 과제가 많다고 조언한다. 김 대표는 먼저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온 만큼 조직문화를 맞추고 문화적 차이를 극복해 현지화와 한국식 경영의 강점을 결합하는 게 필요하다. 또 현지 기업의 영업 네트워크를 활용하지만 제품과 기술은 국내 본사 것이기 때문에 현지 직원들이 영업에 필요한 지식과 능력을 끌어 올려주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는 조직을 재정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면 올해부터는 실제 성과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 투비소프트의 목표다.

알서포트 '글로벌 파트너사의 투자를 적극 유치하라'

알서포트는 글로벌 대형 파트너사를 절대 우군을 만드는데 집중했다. 그래서 택한 전략이 글로벌 파트너사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방법이다.

알서포트는 2012년 말 일본 통신사 NTT도코모로부터 150억원을 투자받으며 자본 및 업무제휴 협약 체결을 이끌어 냈다. NTT도코모는 투자에 앞서 알서포트의 '리모트콜모바일팩'을 가져다 스마트폰안심원격지원'이라는 이름으로 자사 고객들에게 제공해온 리셀러 파트너였다.

알서포트 서형수 대표에 따르면 알서포트는 벤처캐피탈보다 리셀러 파트너로부터 투자를 받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벤처캐피탈은 보통 회수를 염두에 두고 투자를 하지만 리셀러 파트너사에서 투자를 받으면 절대적으로 함께 할 수 밖에 없는 공동운명체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NTT도코모와 자본을 제휴하면서 알서포트와 NTT도코모는 실제 끈끈한 혈맹관계를 맺게 됐다.

알서포트가 NTT도코모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SW를 팔면서 서비스 사업모델까지 제안했다는 점이다. 서 대표는 당시 아이폰을 판매하지 않던 NTT도코모에게 스마트폰원격지원해서 사업을 하면 차별화된 무기가 될 것이라고 사업을 제안했다고 한다.

서비스 러닝개런티 계약을 맺지 않았기 때문에 NTT도코모가 해당 서비스로 600만 사용자를 확보하며 돈을 벌었지만 알서포트의 수익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하지만 이후 양사의관계는 더욱 돈독하게 유지됐다. 알서포트가 NTT도코모에 합작회사를 설립하자고 먼저 제안했고 글로벌 진출 방안을 모색하던 도코모가 그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알서포트와 NTT는 각각 40%, 55% (오렌지원 5%) 씩 출자해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글로벌 이동통신 회사를 대상으로 원격지원솔루션을 공급하는 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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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서포트는 NTT도코모 이외에도 국내 통신사 및 삼성, 원플러스원, 화웨이 등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업체 등 많은 파트너들과 관계를 맺으며 해외 시장 진출에 파트너 전략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서 대표는 해외 시장 진출 전략을 논하기 앞서 제품의 안정성, 성능,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먼저 갖출 것을 조언한다. 파트너 영입이나 현지화, 영업지원 같은 건 그 다음이다. 서 대표는 알서포트 제품을 써주는 이유는 제품이 좋기 때문 단 하나라며 해외 나가면 오로지 기술과 제품의 안정성밖에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