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업체 파수닷컴, 왜 B2C 클라우드 넘보나

최종신 파수닷컴 상무 인터뷰

일반입력 :2015/02/17 09:07

손경호 기자

콘솔게임업계에서만 10년, 국내 출시한 닌텐도DS, 플레이스테이션용 게임 타이틀만 30여종. 2004년부터 스튜디오9이라는 콘솔게임 개발사 대표로 근무했던 최종신씨가 친정인 보안 업체 파수닷컴에 다시 둥지를 틀었다. 직함은 클라우드 서비스 본부장(상무)이다. 그가 보안 사업하려고 파수닷컴에 다시 합류한 것은 아니다. 회사가 그에게 내린 특명은 클라우드 기반 B2C 사업 활성화였다.

그는 기업 시장 공략에 주력해온 파수닷컴의 기존 DNA와는 성격이 아주 많이 다른 프로젝트들을 이끌게 된다. 디지털저작권관리(DRM)라는 보안기술로 시작했던 파수닷컴이 최근 들어 일반 개인 사용자를 공략하기 위한 클라우드 서비스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영역도 탈보안이다. B2B 기업의 B2C로의 영토 확장은 점점 힘이 붙는 모습이다. 전담 인원도 계속 늘고 있다.

최종신 상무는 B2B와 B2C는 어느 순간 만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B2C 서비스들이 B2B 시장을 파고들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B2C를 알아야 B2B도 잘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들린다. 페이스북이나 드롭박스 등이 개인용 시장에서 자리잡은 서비스들이 최근 기업 시장서도 주목받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일반 사용자들을 겨냥해 나온 대표적인 B2C 서비스였던 페이스북, 링크드인의 경우 지난달부터 기업용 협업 솔루션 시장을 겨냥하기 시작했다. 페이스북앳워크(Facebook At Work)와 링크드인이 선보인 업무용 이메일 전송 서비스로 제공되는 인메일(InMail) 등이 그것이다. 에버노트는 별도 업무용 협업 솔루션을 구축하기 힘든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SMB 전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최 상무는 B2C에 최적화된 서비스가 B2B로 가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말한다. 많은 사용자들이 쉽고 편하게 쓸 수 있는 서비스가 업무환경에서도 그대로 활용될 수 있게 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기업 업무 환경은 PC 기반에서 언제어디서나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넘어가고 있다. 아직 국내에서는 체감하기 쉽지 않지만 보험사나 유통업체 등 외부 업무가 많은 곳에서는 이미 스마트폰, 태블릿 등을 통한 업무가 일상이 돼가고 있다. 그러나 B2B 솔루션들이 모바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환경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는게 현실이다. 최 상무는 B2B가 이미 모바일로 옮겨왔지만 비용부담과 기기들의 파편화, 플랫폼 변경 주기가 6개월에서 3개월 단위로 바뀌고 있다는 점을 들어 대응하기 어려운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무에 자신들이 가진 기기를 활용하는 BYOD 트렌드는 점점 확산되는 추세다. 이런 맥락에서 파수닷컴은 올해 기기나 플랫폼에 크게 구애되지 않도록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쉽게 쓸 수 있는 B2C 아이템을 찾기 시작했다.

올해 이 회사가 선보일 클라우드 기반 B2C 서비스는 크게 3가지다.

먼저 사용자들끼리 문서를 공동으로 작성해 수정사항이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문서협업서비스인 '디지털퀵 시즌2'이다. 최 상무에 따르면 예를 들어 5명이 좋은 음식점을 공유하는 상황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업데이트 내역에 따라 맛집에 대한 음식평, 새로 발굴한 음식점 등에 대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돼 5명의 사용자들에게 동시에 알려준다. 물론 여러가지 협업이 필요한 다른 서비스에도 이를 활용할 수 있다. 이 서비스는 PC는 물론 스마트폰에서도 애플리케이션(앱) 형태로 제공될 예정이다.

이를 두고 최 상무는 내 PC에서 파일을 열어서 문서작업을 하는 것처럼 가장 편하면서 익숙한 사용패턴을 유지하면서 협업을 가능케 한다는 콘셉트라고 말했다. 일반 사용자들을 위한 협업 서비스가 복잡할 경우 심리적인 저항감이 있기 때문에 핵심적인 기능만으로 단순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얼핏 보면 디지털퀵 시즌2는 구글독스와 크게 다를게 없어보인다. 최 상무는 반드시 특정 서비스 사용자일 필요가 없다는 점을 차별점으로 꼽았다. 구글독스의 경우 사용자들에게 지메일 계정이 필수지만 디지털퀵 시즌2에서는 PC나 스마트폰에 기본 툴을 설치하는 것만으로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접근법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별도의 추가적인 설정 없이도, PC에서 문서파일을 열어 작업을 하고 저장하는 프로세스를 협업 서비스에서도 그대로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 서비스는 이달 말 공개된다.

6월 말 런칭할 예정인 서비스는 파수노트(가칭)다. 에버노트와 유사한 개인용 생산성앱 형태로 제공될 예정이다. 최 상무는 이미 사용자들이 직접 녹음이나 녹화를 하고, 사진에 부연설명을 붙이는 등 기록이 일상화돼 있는 만큼 여기에 대한 클라우드 기반 협업, 개인화된 콘텐츠를 대량을 생산해 쉽게 관리할 수 있는 부문에서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지난달 선보인 '폴더 크립터 포 드롭박스(Folder Cryptor for Dropbox)'는 일반 사용자가 보관한 정보를 별도 보안폴더에 저장토록해 안전하게 가족, 친구, 동료들과 공유할 수 있게하는 서비스다.

그는 앞으로 드롭박스 등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들은 물론 국내 네이버, 카카오톡 등과 같은 사업자들과도 전략적인 파트너십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혼자 개별적으로 모든 서비스를 하기보다는 다른 플랫폼과 연계해서 서비스를 이어나가는 것이 파급력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그렇다면 수익모델은 어떨까. 다른 B2C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 무료로 제공되면서 추가기능까지 쓰고 싶어하는 사용자들에게만 부분 유료화 서비스를 한다는 계획이다. 일반적으로 100명 사용자 중 95명이 무료 서비스를 쓴다고 보면 5명 정도가 유료 서비스를 사용할 것이라는 게 최 상무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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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0여년 전부터 IT는 되는 것도 하나도 없는데 그렇다고 안 되는 것도 하나도 없다는 말을 자주한다고 설명했다. 사용자의 수요에 따라 어떤 시점에 서비스를 내놓는가의 문제가에 대한 '타이밍'이 관건이라는 것이다.

이미 오픈소스나 미들웨어 엔진 등 저렴한 가격의 개발툴들이 나와있는 상황에서는 시장반응에 따라 얼마나 빠르게 필요한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는지가 중요해졌다는 것이 콘솔게임업계 출신으로 클라우드 B2C 사업 총괄을 맡게 된 책임자의 시장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