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픽쳐스, '인터뷰' 상영 안하기로

해킹 범죄자에 굴복…후폭풍 거셀 듯

일반입력 :2014/12/19 10:42    수정: 2014/12/19 12:58

손경호 기자

소니픽쳐스가 결국 영화 '인터뷰'를 어떤 방식으로도 상영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러한 결정은 사이버범죄자들에게 일반기업이 일방적으로 요구조건을 들어주면서 굴복한 사례처럼 비치면서 다른 공격자들의 또 다른 유사한 범죄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지디넷 등 외신에 따르면 소니픽쳐스는 자칭 '평화의 수호자(Guardian of Peace, GOP)'라는 해킹그룹의 요구를 결국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 영화는 CIA의 사주를 받은 두 명의 저널리스트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를 암살하려는 시도를 다룬 코미디 장르다.

GOP는 이 영화를 개봉하지 말 것을 요구하면서 소니픽쳐스 내부 시스템을 해킹해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개봉예정이었던 영화들을 유출시키는가 하면 임직원들에 대한 개인정보와 연봉정보, 헐리우드 유명 배우들의 정보, 내부에서만 관리하던 임원들이 주고받은 이메일 정보까지 유출시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소니측은 우리는 이 영화를 개봉하지 못하도록 압박을 받아왔다는 점과 그 과정에서 우리 회사 및 임직원 등이 피해를 입었다는 점에 대해 상심하고 있다며 우리는 영화 제작사와 그들이 표현할 수 있는 권리를 뒀지만 결국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에 대해 깊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소니 대변인은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는 물론 DVD나 어떤 형태로도 개봉할 계획이 없다고 못박았다.

미국 연방수사국이 조사 중인 소니픽쳐스 해킹사건에 대해 미국 정부당국은 다시 북한의 소행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북한측에서는 이러한 주장에 부인하고 있다.

문제는 소니픽쳐스의 방침이 일반기업 중에서 이례적으로 범죄자들의 요구를 수용한 사례로 남게됐다는 점이다. 앞서 GOP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소니픽쳐스에게 잊지못할 선물을 선사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더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것을 걱정한 소니 그룹은 계열사 경영진들 간 11시간의 회의 끝에 결국 이러한 결론을 내렸다.

당장 미국 헐리우드 배우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영화배우 벤 스틸러는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협에 이렇게 대응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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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사이버보안 전략전문가인 피터 싱어는 이 사건은 공격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자신들이 원하는 것 이상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2011년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 데이터 유출 사건을 겪은 바 있다. 당시에는 사용자들의 계좌정보 등이 공개되면서 소니측에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