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더기 단통법…시행해도 대혼란 불가피

전산시스템·현장 교육 등 실행준비 거의 안 돼 있어

일반입력 :2014/09/23 18:09    수정: 2014/09/24 08:25

“원래 단통법은 심플했습니다. 이 법 제1조에 나오는 것처럼 이동통신단말의 공정하고 투명한 유통 질서를 확립하자는 것이었거든요. 그런데 지난 1년간 논의가 이어지면서 누더기가 됐습니다. 공정하지도 않고 투명하지도 않습니다.”

휴대폰 판매점을 운영하는 한 유통점 대표의 하소연이다.

특히 단통법 시행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여러 쟁점사항에 대해서는 각 사업자별로 의견이 제각각이고, 정부부처 간에도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불과 시행을 일주일 앞둔 시점이지만 아직 단통법은 규제개혁위원회의 규제심사와 방송통신위원회의 고시안이 확정되지 않아 업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규개위와 방통위는 24일 오전과 오후 각각 규제심사와 고시안을 확정짓는다는 계획이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단말기유통법의 의의와 가계통신비 절감 과제’ 토론회에 참석한 박희정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사무총장 역시 이 같은 불안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박희정 사무총장은 “5천600만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법안이 불과 일주일을 앞둔 시점에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어 그 피해가 유통종사자에게 쏠릴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현재 홍보대행을 주관하고 있는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만으로는 미흡하다”고 토로했다.

우리나라 이동통신 유통시장은 이통사의 전속 대리점이 약 3천300개, 판매점은 약 3만개, 종사자는 약 3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 유통망에서 판매되는 단말대수는 월 약 150만대, 연간 1천800~2천만대 수준이다.

유통업계에서는 단통법에서 여전히 쟁점이 되고 있는 보조금 상한선, 분리요금제, 분리공시, 사전승낙제 등이 24일 규제심사와 고시안에서 최종 확정된다 하더라도 그 이후 상황을 염려하는 분위기다. 과연 일주일 만에 이 같은 내용을 만족하는 영업이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보다 훨씬 더 복잡한 내용을 담은 요금제가 만들어졌을 경우에도 전산처리에 문제는 없었다”고 전제하면서도 “보조금 상한선에 맞춰 차등 지급되는 보조금의 규모나 보조금 공시 방법, 보조금 대신 요금할인을 적용해야 하는 분리요금제 등이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걱정은 된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이통사들은 단통법 시행에 맞춘 전산시스템을 각 대리점이나 판매점에 공지하거나 오픈하고 있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이통사들과 유통망에서는 24일 법‧제도가 최종 확정되면 일주일 만에 이 같은 내용을 공지하고 숙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당분간 유통망에서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특히, 이통사 보조금과 제조사 장려금을 구분해 공시하는 분리공시 도입 여부에 대해서는 최종 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이지만, 이에 대한 도입 여부에 따라서도 유통망의 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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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관계자는 “제조사 장려금의 경우 LG전자와 팬택은 유통망에 직접 장려금을 지급하는 형태지만 삼성전자는 이통사를 통해 장려금이 들어온다”며 “분리공시 없이 분리요금제가 적용되면 이를 적용하는데 난감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그동안 이통사와 제조사가 담합해 폭리를 취해왔다는 것이 단통법을 통해 드러났다는 측면에서 그 의미가 있고 시행에도 찬성한다”며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이를 계기로 기본요금이나 정액요금의 인하 출고가 인하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