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가 맘 먹고 만든 최고성능 태블릿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프로3 리뷰

일반입력 :2014/08/25 15:30    수정: 2014/08/25 16:01

권봉석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프로3(이하 서피스3)는 윈도 8.1 프로를 탑재한 투인원 태블릿이다. 터치스크린과 기본 제공되는 펜, 별매인 키보드 커버를 이용해 태블릿과 노트북, 두 가지 형태로 활용할 수 있다. 2160×1440화소 해상도를 가진 12인치 디스플레이를 썼고 확장 단자는 미니 디스플레이포트, USB 3.0 등 두 종류다. 무게는 800g이다.

저장공간은 64GB부터 256GB까지 선택할 수 있으며 마이크로SD 슬롯을 통해 최대 128GB까지 늘릴 수 있다. 보안 모듈인 TPM 칩을 이용해 저장한 데이터를 실시간 암호화하는 비트로커 기능이 기본 활성화된다. 프로세서와 저장공간에 따라 다섯가지 모델이 있으며 i3 64GB 모델이 98만원, i5 256GB 모델이 155만원, 최상위 모델인 i7 256GB 모델이 239만원이다. 8월 28일부터 하이마트 등을 통해 공식 판매된다.

윈도 태블릿 중 최고 수준 해상도 강점

서피스3는 12인치 2160×1440화소 IPS 멀티터치 디스플레이를 썼다. 비율로 따지자면 3:2다. 여기에는 두 가지 노림수가 있는데 먼저 세로 폭을 늘려 16:9 디스플레이보다 오피스 문서, 보다 엄밀히 말하자면 텍스트 위주 작업에 편리하도록 만들었다. 창 크기를 적절히 조절해 남는 공간에는 윈도8 스타일 앱이나 스카이프, 카카오톡, 라인 등 외부 메신저를 띄우면 전체 해상도를 빈틈없이 활용할 수 있다. 한 화면에 많은 셀을 봐야 하는 엑셀 작업에도 좋다.

해상도만 따지자면 지금까지 출시된 윈도 태블릿 중 최고 수준이며 밝기나 전후좌우 시야각도 나무랄 곳이 없다. 그래픽칩셋은 인텔 프로세서 내장 그래픽을 활용하는데 풀HD 동영상이나 문서 등 일반적인 작업은 물론 아스팔트8, 리그오브레전드도 무난히 돌아가는 수준이다. 해상도가 높아서 불편하다면 윈도 8.1에 내장된 DPI 조절 기능을 이용해 글자 크기를 조절하면 큰 불편함 없이 쓸 수 있다.

더 유연하고 쓰기 편해진 킥스탠드

서피스 시리즈가 가진 가장 큰 특징은 본체 뒤에 내장된 받침대인 킥스탠드를 이용해 액세서리 없이 다양한 각도로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서피스3는 이런 강점을 살려 최소 22도에서 최대 150도까지 펼칠 수 있게 만들었다. 키보드 커버를 붙여 쓸 때 적합한 30도 각도, 동영상이나 사진을 감상할 때 적합한 90도까지 제법 다양하다. 다만 펼치는 각도가 100도를 넘어가면 화면을 터치하거나 누를 때 본체 무게를 이기지 못해 고정된 각도를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킥스탠드는 제법 튼튼한데 최대 각도인 150도로 펼친 상태에서 화면을 누르거나 내리쳐도 킥스탠드와 본체를 고정하는 힌지가 쉽게 망가지지 않는다. 다만 킥스탠드 재질이 얇은 금속판이라 지속적인 충격을 받으면 휘어질 가능성이 있다. 또 킥스탠드를 여닫으면서 본체 뒤의 마찰되는 부분의 도색이 쉽게 벗겨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키보드 커버는 하드웨어 키를 내장한 타입 키보드 한 종류만 판매된다. 두께가 5mm로 얇지만 기본 노트북에 쓰이는 팬터그래프 방식 키를 쓰고 키 크기도 큼직해 타이핑하는데 큰 불편함은 없다. 키보드 윗부분을 화면 아래에 붙이면 6도 내외 경사각이 생겨 한결 타이핑이 편리해진다. 키보드와 본체를 결합시킨 상태에서 거꾸로 들어도 쉽게 떨어지지 않을만큼 견고하다. 화면과 키보드가 결합된 노트북만큼은 못하지만 킥스탠드 각도를 잘 조절하면 무릎 위에 올려 놓고 쓸 수도 있다.

한 손 올려 놓고 편하게 쓴다

서피스3가 내장한 전자펜 모듈은 와콤 제품에서 엔트리그 제품으로 바뀌었다. 본체 무게와 두께를 줄일 수 있지만 전자펜에 반드시 건전지를 넣어야 하고 그만큼 무게가 늘어난다는 단점도 있다. 펜을 가볍게 꽂아 다닐 수 있었던 이전 제품과 비교하면 휴대성은 아무래도 떨어진다. 필압 감지 능력도 최대 256단계로 제한되지만 간단한 메모나 그림을 그릴때는 큰 불편함은 없다.

특히 이 전자펜 기능은 최대 150도까지 펼쳐지는 킥스탠드와 결합하면 활용도가 대폭 높아진다. 평평한 바닥에 놓고 쓰기는 불편하지만 킥스탠드를 최대로 펼치면 한 손을 올려놓기 적절한 각도가 만들어진다. 필기 소프트웨어인 원노트를 띄워서 메모나 그림을 그리기에도 편리하다. 펜에 블루투스 기능을 넣어 뒤 버튼을 한 번 누르면 화면이 꺼진 상태에서 바로 원노트가 실행되고 두 번 누르면 캡처 툴이 작동해서 현재 화면을 캡처한 다음 펜으로 메모가 가능하게 만들었다.

결론 : 모호한 정체성, 여전히 숙제

아직까지 서피스 프로3를 명확히 대변할 수 있는 카테고리는 없다. 그나마 가장 가까워 보이는 카테고리는 태블릿이다. 하지만 8인치 이하 인텔 태블릿처럼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없고 노트북용 프로세서를 써서 실 사용 시간도 길어야 8시간 남짓이다. 그렇다면 노트북처럼 쓸만한가? 화면을 열고 킥스탠드를 펼치고 키보드를 붙인 다음 각도를 조절하는 부산함을 떨어야 한다. 순발력이 떨어지는데다 키보드는 별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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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피스 프로3 역시 어정쩡한 노트북, 혹은 무거운 윈도 태블릿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외근이 많은 영업사원, 혹은 고정된 자리에서 일하는 시간이 적은 프리랜서나 작가, 기자에게는 분명 탐나는 제품이다. 본체 무게(800g)와 키보드 커버(294g)를 합쳐도 1kg이 조금 넘을 정도고 윈도 PC에서 하던 모든 일을 그대로 처리할 수 있다. 스마트폰·태블릿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오피스 애플리케이션도 잘 돌아간다.

하지만 이런 방향성은 많은 사람들이 태블릿에 기대하는 순발력이나 휴대성과는 분명 거리가 있다. 1년 전과는 달리 베이트레일 프로세서를 쓴 인텔 태블릿도 윈도 8.1 무료, 오피스 무료를 내세워 제법 세를 불렸다. 심지어 키보드와 터치스크린을 달고, 오피스까지 따라오는데 40만원이 채 안 되는 베이트레일 기반 인텔 태블릿도 있다. 틈새 시장을 노리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조금 더 대중에게 다가가고 싶은 것인지 분명히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분명 좋은 제품이지만 ‘내가 제일 잘나가’를 외쳤음에도 정작 ‘어디에서’ 잘나가는(혹은 잘나갈) 태블릿인지는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