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만 예쁘고 소리는 별로"라는 편견 깨질까

비츠바이닥터드레 솔로2 리뷰

일반입력 :2014/07/03 08:57

권봉석

비츠바이닥터드레 솔로2(이하 솔로2)는 통화 기능을 갖춘 밀폐형 헤드폰이다. 이전 제품의 케이블을 보완해 쉽게 끊어지거나 굽혀지지 않도록 강도를 보강했다. 이동할 때나 휴대할 때는 케이블을 분리한 다음 양 쪽을 접어서 별도 수납 가방에 넣으면 안전하게 들고 다닐 수 있다. 통화 버튼과 마이크를 달아 아이폰을 꺼내지 않고 통화나 볼륨 조절, 재생 제어가 가능하다.

재생 가능한 음역대를 넓혀 중저음 뿐만 아니라 고음역대 표현성도 개선되었다. 색상은 스페셜 컬러 에디션인 레드를 비롯해 블루, 핑크, 그레이 등 여섯가지로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 7층에 개장한 비츠바이닥터드레 공식 매장을 포함해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구입할 수 있다. 가격은 29만원.

착용감 뛰어난 이어패드 오래 써도 부담 적다

솔로2는 귓바퀴 위를 덮듯이 착용하는 온이어 헤드폰이다. 귀 전체를 덮는 오버이어 타입보다 주위 소음을 차단해 주는 기능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볼륨을 50% 이상 올리면 주위 소리는 거의 신경 안 써도 될 수준으로 차음성이 좋다. 볼륨을 올려도 소리가 덜 새어나가 주변을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헤드폰을 쓰지 않거나 운반해야 할 때는 양 쪽을 접은 다음 케이스에 담아 보관할 수 있어 휴대성이 뛰어나고 가방에 공간을 덜 차지한다.

온이어 헤드폰을 착용할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착용감이다. 귓바퀴 주위를 눌러서 고정하다 보니 패드 재질이나 두께가 많은 영향을 준다. 솔로2는 두께 1cm 패드에 가죽 재질 소재를 덧대 착용감이 푹신하고 오래 끼고 있어도 덜 불편하다. 무게도 205g으로 헤드폰 중에서는 가벼운 편이며 무게감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이어패드가 최대로 벌려지는 폭은 16cm이기 때문에 왠만큼 머리가 커도 착용에 큰 불편함은 없다. 안경 착용자도 부담 없이 쓸 수 있지만, 모든 헤드폰이 그렇듯 요즘같은 더운 날씨에 야외에서 쓰다 보면 금방 땀이 찬다.

목소리 전달 우수한 마이크 왼손 조작은 불편

솔로2가 내장한 통화·리모컨 기능은 기본적으로 애플 아이폰·아이패드와 호환된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도 통화 기능과 리모컨 기능 일부(재생/정지, 다음 곡 넘기기)는 쓸 수 있다. 넥서스5에 연결해 테스트한 결과 볼륨조절과 앞 곡으로 돌아가는 기능 이외에는 모두 정상작동한다. 맥미니나 맥북에어에 꽂으면 볼륨 조절이나 시리를 이용한 받아쓰기도 가능하다. 하지만 음악 재생 기능은 아이튠즈만 제어한다.

통화 품질도 양호하다. 걸어가거나 서 있는 상태에서 굳이 마이크를 들어 입 가까이로 가까이 가져가지 않아도 목소리가 잘 전달된다. 헤드폰 본체에 케이블을 연결할 때 마이크가 바깥쪽이 아닌 안쪽으로 향하도록 케이블을 꽂으면 더욱 좋다. 리모컨 중간에 홈을 파서 재생 제어 버튼이나 볼륨 조절을 손끝 감촉만으로 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든 배려도 눈에 띈다. 다만 리모컨 위치가 너무 위에 달려 있어 왼손으로 조작하려면 손목이 부자연스럽게 꺾인다. 그렇다고 오른손으로 조작하기에는 어색하다.

대폭 개선된 고음역 재생 기능

이전의 비츠 헤드폰은 중저음을 강조한 소리가 가장 큰 특징이다. 문제는 이 중저음에 지나치게 방점을 찍은 나머지 다른 소리가 아예 묻혀버릴 정도였다는 것이다. 음질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소화할 수 있는 주파수 대역폭이 좁아 많은 사람들이 비츠 헤드폰의 음질을 수준 이하로 평가한것도 사실이다.

탄탄한 중저음을 들려 주는 것은 솔로2 역시 마찬가지지만 그 양상은 사못 다르다.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던 고음 재생 능력이 상당히 보강되었기 때문이다. 악기 소리가 일정 선을 넘어가지 못하고 답답함을 주던 이전 제품과는 확연히 다르다. 비트가 강하게 실린 힙합 뿐만 아니라 일반 가요, 심지어 클래식도 들어줄 만한 정도로 나아졌다. 하지만 악기 위치까지 세밀하게 짚어낼 수 있는 공간감은 같은 가격대 다른 헤드폰보다 떨어진다.

결론 : 패션 아이템에서 음질 준수한 헤드폰으로...

솔로2를 포함한 비츠 헤드폰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패션 아이템'이다. 연예인이나 운동선수가 착용한 장면이 공중파나 SNS를 통해 널리 퍼지면서 인지도를 끌어올린 것이 첫 번째 이유다. 또 소리에 까다로운 헤드폰 마니아들이 소리 성향을 이유로 들어 붙인 '닥터드레기'라는 명칭이 널리 퍼지며 지나치게 저펑가된 면도 있다. 편견을 뒤로 하고서라도 확실히 비싼 돈을 주고 헤드폰을 사는 사람이 가장 기대하는 요소인 '보편적인 소리'에는 충실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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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2는 이런 면에서 놀라운 변화를 보였다. 보다 넓은 장르의 음악을 소화하는 동시에 '디자인만 좋은 헤드폰'이라는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디뎠다. '패션 아이템'이라는 딱지를 떼고 이제서야 '들을만한' 헤드폰이 된 셈이다. 강력한 저음에 반해 비츠 헤드폰을 쓰던 사람이라면 오히려 이런 변화가 못마땅할 수 있지만 성급히 지지를 철회할 필요는 없다. 울림이 있는 특유의 중저음은 여전히 살아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표현의 폭이 넓어지고 듣는 맛이 더 풍부해졌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인 변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로2와 같은 가격대에 소니 MDR-1RMK2, 젠하이저 모멘텀 등 충분히 검증을 거친 프리미엄 헤드폰이 즐비하다. 이들 제품은 한 장르에 특화되지는 않았지만 어떤 노래든 평균 이상으로 들려 주는 대중적인 성향 탓에 더 많은 사람에게 어필할 수 있다. 여기에 비츠 헤드폰이 디자인때문에 판매고를 올린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여전히 비츠 헤드폰에 드리워진 패션 아이템 이미지를 벗기는 쉽지 않다. 그만큼 소리라는 것은 예민하고 감성적이다. 적어도 직접 들어보고 소리 변화를 체험하기 전까지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