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사탕 같은 모니터링 이어폰 “내 귀에 평화”

오디오플라이 AF180 리뷰

일반입력 :2014/06/26 10:20

권봉석

오디오플라이 AF180(이하 AF180)은 밸런스드 아머쳐 유닛 네 개를 넣어 중저음과 고음을 충실하게 재현할 수 있게 만든 인이어 이어폰이다. 무대나 공연장에서 움직이거나 뛰며 써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귀에 단단히 밀착되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코듀라 소재 이어폰 줄을 써서 꼬이거나 끊어지지 않도록 만들었고 귀에 고정하는 부분은 자유롭게 휠 수 있어 귀에 맞는 형태로 고정할 수 있다.

밸런스드 아머쳐 유닛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문제 귀에 거슬리는 이른바 쏘는 소리를 최소화했다. 밸런스드 아머쳐 유닛이 한 개 들어간 다른 이어폰과 무게가 크게 차이 나지 않아 착용에도 큰 불편함이 없다. 실리콘 재질 이어팁 6개와 메모리폼 소재 컴플라이 이어팁 3개가 따라와 상황이나 선호하는 착용감에 따라 이어팁을 바꿔쓸 수 있다. 가격은 49만원.

귀에 빈틈없이 고정되는 편안한 디자인

AF180의 정확한 분류는 ‘인이어’ ‘모니터링’ 이어폰이다. 귓구멍에 밀어넣어 고막과 최대한 밀착되는 동시에 무대나 공연장에서 가수가 자기 목소리를 듣는 용도로 쓸 수 있게 만들어졌다. 가만히 서서 노래를 부를 때는 물론 움직이거나 뛰어다닐 때 귀에서 떨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 이어팁을 귓구멍 안에 넣은 다음 귀 안쪽 곡선을 따라 본체를 넣고 마지막으로 케이블을 구부려 귓바퀴 뒤에 걸어주면 고정이 끝난다.

케이블은 아웃도어 의류나 가방 소재로 흔히 쓰이는 코듀라로 감쌌다. 떨어뜨려 충격을 받거나 잡아당겨도 쉽게 끊어지지 않아서 고가 이어폰에서 자주 문제가 되는 단선 현상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단 코듀라로 보호되는 것은 이어폰이 양쪽으로 갈라지는 부분 바로 앞까지다. 케이블이 나뉜 뒤에는 두 가닥씩 꼬아서 왼쪽·오른쪽으로 갈라지는데 감싸는 소재가 없어서 주의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케이블 길이는 1.6미터로 1.2미터 내외인 일반 이어폰보다 길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MP3 플레이어 등에 연결해 쓰기에는 아무래도 긴 감이 없지 않다. 제품 용도 자체가 휴대용 뮤직 플레이어 보다는 전문 스튜디오에 사용할 수 있도록 고안됐기 때문이다.

4개의 BA 드라이버로 풍부한 소리 구현

기존 이어폰은 대부분 재생하는 기기에서 전해지는 전류(에너지)로 코일을 움직인 다음 진동판을 떨리게 만들어서 소리를 전달한다. 크기나 출력은 작을 수 있어도 커다란 스피커와 원리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스피커와 달리 소리를 내는 유닛은 단 하나다. 모든 음역대를 커버하는 제품을 만들기도 쉽지 않다. 이에 비해 밸런스드 아머쳐 이어폰은 원래 보청기에서 자주 쓰이던 방식이다. 진동판과 코일은 여전히 쓰이지만 소리를 만들어 내는 ‘밸런스드 아머쳐 드라이버’ 안의 가는 금속핀이 진동판을 떨어 소리를 내는 방식이다.

기기에서 입력받은 소리는 크로스오버 회로를 거쳐 음역대별로 분리된 다음 밸런스드 아머쳐 드라이버로 전달된다. 금속재질 진동판을 쓰기 때문에 고음역 재생에 강점을 지니지만 상대적으로 저음역대가 빈약해 질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밸런스드 아머쳐 드라이버를 여러 개 넣어 각자 다른 음역대를 들려주게 만드는 방법이 흔히 쓰인다. AF180 역시 밸런스드 아머쳐 드라이버를 네 개 넣어 고른 소리를 내게 만들었다. 무게도 다른 이어폰과 크게 차이가 없어 끼고 다닐 때 부담이 한결 덜하다.

“조미료 살짝”…맛깔나고 정돈된 소리

밸런스드 아머쳐 이어폰은 대부분 중저음이 약하고 고음이 귀를 찌르듯 불편하다는 편견이 있다. 하지만 AF180은 이런 특성을 조금씩 억누르는 방향으로 튜닝이 되어 있다. 베이스는 단단하지만 부담스러울 정도로 지나치게 둥둥거리지는 않는다. 고음 역시 거침 없이 뻗어 나가지만 적당히 듣기 좋은 선에서 멈춘다. 원음을 100% 그대로 들려준다는 느낌보다는 잘 정돈된 느낌이다. 음 분리도도 우수해 여러 악기가 섞여서 한꺼번에 출력을 내뿜는 순간에도 각각의 소리가 묻히지 않는다.

물론 만족스런 소리를 들으려면 이어폰·헤드폰 뿐만 아니라 소리를 직접 들려주는 기기와 소리를 담고 있는 음원이 이를 뒷받침해 주어야 한다. 모든 기기 성능이 상향평준화된 요즘은 오히려 재생하는 기기보다 음원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24비트 192Khz 음원, 24비트 96kHz 음원 등 고음질 음원은 AF180의 진가를 끌어내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반면 이 이어폰을 쓰면서도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면 지금 어떤 음원을 듣고 있는지 한번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결론 : 올라운드 이어폰 “모니터와 음악감상을 한 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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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180은 작은 부피에 밸런스드 아머쳐 드라이버 네 개를 넣어 소리 분리도를 높였지만 밸런스드 아머쳐 이어폰 단점으로 꼽히는 큰 부피나 무거운 무게를 극복했다. 이어팁도 귓구멍 크기에 맞게 세 종류 중 하나를 골라 쓸 수 있고, 형태도 실리콘 타입부터 저반발성 컴플라이 이어팁까지 다양해 불편하지 않다. 지나치게 음질이 떨어지는 음원을 듣는 것이 아니라면 소리가 좋다는 것을 금방 느낄 수 있는 수준이다.

반면 AF180은 음원에 최대한 가까운 소리를 들려 주는 ‘원음 원리주의’ 이어폰도 아니다. 밸런스드 아마쳐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약한 저음역대와 지나치게 높은 고음역대를 커버하기 위해 튜닝한 결과다. 모니터링 이어폰의 미덕은 원음 그대로의 재생이다. 정공법은 아니지만 듣다보면 약간의 착색도 그것대로 맛깔이 난다. 모니터링 이어폰의 강렬한 해상력과 일반적인 음악감상의 재미를 함께 느낄 수 있다. 고가의 모니터링 이어폰이 모두 그렇듯 음원, 플레이어와 함께 삼박자가 잘 맞아떨어져야 비로소 그 가치를 만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