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약정 휴대폰 보조금 얼마가 적당?

일반입력 :2014/06/11 16:26    수정: 2014/06/12 14:58

김태진, 조무현 기자

“미국에서는 2년 약정 구매 시 가장 비싼 단말 가격이 199달러 정도입니다. 사업자들이 보조금 모델을 탈피하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했습니다.”

11일 지디넷의 글로벌편집국장 로렌스 디그넌은 ‘미국의 휴대폰 보조금 시장현황’을 묻는 본지에 이 같이 답하며 “보조금만이 미국에서 휴대폰이 판매되는 유일한 길이며 아무도 700달러를 내고 휴대폰을 구매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즉, 미 이통사들은 70~80만원대의 휴대폰을 2년 약정 구입 시 20~30만원대면 구입이 가능하도록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는 얘기다.

소비자들이 이통사로부터 보조금을 받아야만 신형 휴대폰을 구매한다는 측면에서 미국은 한국의 이동전화시장과 매우 흡사하다. 다만, 한국처럼 특정 이용자만 혜택을 보는 ‘스팟성’, ‘게릴라식’ 보조금이 아니라 누구나 똑같이 보조금을 받는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지난해 6월 ABI리서치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미국 통신사들은 2년 약정 시 소비자에게 애플 휴대폰은 가격의 평균 74%, HTC 80%, 삼성전자 84%의 보조금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각각 50만원, 46만원, 40만원 수준이다.

오는 10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이 시행되면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특정 이용자만 이득을 보지 않고 누구나 똑같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다.

하지만 경제수준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미국처럼 신형 스마트폰을 20~30만원대에 구입하기 위해서는 현재 합법적으로 허용되고 있는 27만원의 보조금 가이드라인이 상향 조정돼야 가능하다. 최근 출고가 인하 바람에도 새 휴대폰 가격이 70~80만원대에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선 적어도 보조금 상한선이 50만원은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찬진 스마트앤소셜 대표는 “미국에서는 아이폰을 2년 약정으로 구입하면 약 199달러면 구입이 가능한데, 이를 우리나라로 치면 6만원대 요금제를 2년 약정하고 20만원대에 구입하는 정도”라며 “미국처럼 우리 소비자가 20~30만원 정도 내고 새 휴대폰 구입이 가능하려면 보조금 상한선은 50만원 정도가 적정하다”고 말했다.

이어, “보조금 상한선이 27만원에서 50만원으로 약 2배 올라간다고 사업자들의 마케팅 비용이 2배로 늘지는 않을 것”이라며 “실제로는 10~20%의 상승효과가 있겠지만 특정 시간대에 일부 이용자에게만 100만원이 넘는 보조금을 지급하고 7~8만원대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고 실부담금은 4~6만원에 불과한 여러 사항을 고려했을 때 사업자들이 충분히 감당할 만한 수준이다”라고 강조했다.

즉, 보조금 상한선은 출고가가 높은 휴대폰에 맞춰 상향 조정하되 요금제에 따라 이통사가 보조금을 달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통사들은 보조금 상한선을 올리자는 이 같은 주장에 반대하는 분위기다. 포화된 시장에서 마케팅비 증가만 부추긴다는 것이다. 또 일각에서는 가이드라인을 초과한 과다 불법 보조금을 합법화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미국 시장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미 AT&T의 랜달 스태픈선 CEO는 “미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75%를 넘어선 상태에서 보조금 경쟁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초기에는 공격적인 단말 보조금이 있어야 하지만 이제는 사업모델이 바뀌어야 하고 과거만큼 보조금을 제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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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방통위 관계자는 “단통법에는 번호이동, 신규가입, 기기변경 등 가입 유형 외에도 이동통신 요금제에 따라 단말 보조금을 차별 지급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며 “보조금의 상한액을 올리는 것도 현 수준을 유지하는 것도 각각의 합리적 이유가 있는 만큼 소비자를 최우선에 두고 이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까지 각 사업자별 의견수렴을 하는 과정이며 이를 각 상임위원에게 보고하지는 못한 상황”이라며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보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