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비츠 인수 배경…죽어가는 아이튠즈

에디 큐 부사장 “음악(사업)이 죽고 있다” 실토

일반입력 :2014/05/29 16:37    수정: 2014/05/30 08:23

이재구 기자

“(애플의)음악 사업이 죽고 있다.(Music is dying)”

애디 큐 부사장이 28일 저녁 남캘리포니아 리코드 컨퍼런스 행사장에서 이같은 말로 애플 사상 최대 규모인 30억달러(3조원)에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회사 비츠를 사들인 배경을 요약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 포춘, 씨넷 등은 28일(현지시간) 애플의 비츠 인수가 결국 한 때 캐시카우였다가 추락하기 시작한 아이튠즈에 힘을 더하고 확장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애플이 비츠를 인수한 것은 음악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서비스가 시너시 효과를 내도록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추락한 아이튠즈를 당장 되살릴 수 있다고 볼 수만은 없다. 이제부터 시작이다.당장 기존 스트리밍 뮤직 서비스 강자인 스포티파이와 판도라라는 산을 넘어야 한다. 더 무서운 적은 공룡 구글일지도 모른다. 온라인 뮤직 서비스 가운데 구글의 플레이뮤직(Google's Play Music)만이 음악다운로드 스토어 및 가입자 스트리밍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 미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스포티파이는 현재 전 세계 유료 가입자 1천만 명을 자랑한다. 같은 해 시작한 판도라의 미국내 가입자는 2억명, 월정액 가입자 330만명에 이른다. 광고를 보는 대신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자가 7천만명이다.

반면 비츠는 지난 1월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가입자가 25만명에 불과하다. 현재는 미국에서만 서비스되며 전세계적으로 서비스 확산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주목되는 것은 애플 임원으로 가세하는 아이오바인 비츠 CEO의 역할이다. 그는 애플의 아이튠즈가 돌아가게 만들도록 돕고 아이튠즈 책임자인 에디 큐와 함께 애플의 뮤직사업전략을 새로 짜나가게 될 전망이다.

■에디 큐 애플 수석부사장의 실토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애플은 이번 거래의 배경에 대해 ▲올해 아이튠즈를 통한 내놓은 음악수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고 ▲아이튠즈 뮤직 판매 성장세가 멈추었으며 ▲애플의 이어버드가 나쁘기 때문이라고 3가지로 요약했다.

에디 큐 애플수석부사장은 이날 저녁 남 캘리포니아의 리코드컨퍼런스 행사장 무대위에서 지미 아이오바인 비츠 CEO와 함께 가진 공개 인터뷰에서 애플의 아이튠즈사업의 몰락을 숨기려 하지 않았다.

에디 큐는 “(애플의) 음악(사업)이 죽어가고 있다.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해 왔다”고 비츠인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두 회사의 결합이 음악사업을 또다시 성장시키도록 도와줄 것으로 믿는다”고도 말했다.

큐 부사장은 아이튠즈가 지난 수년간 새로이 선보인 뮤직콘텐츠는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또 ”아이튠즈를 통한 음악콘텐츠 판매 증가세가 전혀 변화를 보이지 않고 제자리”라고 실토했다.

그는 “비츠는 엄청난 음악(스트리밍)서비스 가입자를 가지고 있으며 애플은 이를 큰 사업기회로 삼을 수 있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에디 큐 부사장은 “비츠는 엄청난 가입자대상의 뮤직서비스를 하고 있고, 애플은 이번 인수를 커다란 사업기회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애플은 많은 고객층을 갖고 있고, 이들 고객이 어떤 음악을 즐겨듣는지를 알고 있으며, 이들이 돈내게 하는 손쉬운 방법을 알고 있다”고 과장되게 언급했다. 비츠의 가입자는 25만명에 불과하다.

그는 또 “애플이 비츠헤드폰을 팔게 돼 흥분된다”면서 이 기기를 ‘놀라운 프리미엄 헤드폰’이라고 불렀다.

애플에 임원으로 합류하게 된 두명의 비츠 창업자 가운데 아이오바인 CEO는 애플의 이어버드에 대해 “이들은 기기가 돌아가는지 확인할 수 있게 해 주었다”며 혹평했다.

아이오바인은 이 자리에서 자신은 “지난 1999년 에디 큐와 스티브잡스를 만났으며 애플이 음악을 이해하고 존경한다는 것을 느꼈으며 이후 애플과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왔다”고 말했다.

■아이튠즈 하락 어느 정도였길래?

포춘은 케이티 휴버티 모건스탠리 분석가의 보고서를 인용, 애플이 비츠를 인수할 수 밖에 없었던 배경으로 뮤직다운로드 방식인 아이튠즈의 매출 급속한 추락을 수치와 도표로 제시했다.

모건스탠리의 기업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아이튠즈의 매출 하락은 지난 2012년 4분기부터 두드러졌다.<아래 표참조> 최근 분기의 아이튠즈사업 매출은 지난해 동기에 비해 24%나 추락했다. 반면 애플 스토어의 앱판매는 상승곡선을 기록해 정반대 양상을 보였다.

케이티 휴버티분석가는 “애플의 8억명에 달하는 아이튠즈 가입자는 지난 분기에 1명당 3.29달러를 쓰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동기에 비해 24% 하락한 수치”라고 분석했다.

그녀는 28일 투자자 보고서에서 “온라인서비스(아이튠즈)는 애플에게 인정못받는 성장세와 마진을 보여주었다”며 “아이튠즈서비스는 판도라나 스포티파이같은 스트리밍 뮤직서비스회사가 아이튠즈 기반 음악다운로드 매출을 잠식하면서 더욱더 평가절하됐다”고 덧붙였다.

휴버티분석가는 이런 상황은 애플 최고 경영진들로 하여금 (기존 서비스로)새로운 시장고객들로부터 돈을 벌어들일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이같은 상황이 애플 경영진들로 하여금 다운로드 방식의 아이튠즈 음악판매 사업에서 가입자 기반의 음악사업으로 전환할 필요성을 깨닫게 했다고 분석했다.

아심코의 호레이스 데듀분석가는 지난 해 빌보드 잡지에서 “추락하는 아이튠즈의 매출곡선은 소비자들의 음악구매경향이 다운로드 방식보다 스트리밍방식으로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한 바 있다.

포춘은 물론 뛰어난 비츠의 스트리밍뮤직 서비스품질도 애플이 이 회사를 인수하게 된 배경중 하나로 꼽힌다고 전했다.

최근 미국의 양대 스트리밍뮤직 서비스업체 스포티파이의 대니얼 엑 CEO는 “나는 항상 애플이 가입자 음악서비스사업에 진출하게 될 것으로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비츠의 고급 헤드폰도 애플의 새로운 매출원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헤드폰이 매출에 기여하는 비율을 속단하기는 일러 보인다. 애플의 이어버드가 99달러에서부터 시작하는 데 반해 비츠 스튜디오의 헤드폰가격은 100달러에서 최고 450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비츠가 60%이상 장악하고 있는 북미 고급헤드폰시장규모는 10억달러에 불과하다.

■애플, 향후 전략은?

케이티 휴버티는 애플이 회사의 가장 덜 알려진 자원인 8억개의 아이튠즈 계좌를 가동하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들 고객 계좌 대부분은 신용카드와 연계돼 있다.

그녀는 애플의 향후 ▲이번에 인수한 비츠를 활용한 스트리밍 뮤직 ▲모바일 결제 ▲아이워치 등 3가지 분야에서 기회를 노리게 될 것으로 보았다.

그녀는 먼저 애플이 비츠를 인수하면서 헤드폰중심의 액세서리 사업과 뮤직스트리밍서비스를 확보한 것은 가장 논리적인 아이튠즈뮤직서비스 확장법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또한 애플이 애플이 단말기에 모바일결제기능을 추가한 것이 고객충성도를 높이고 더많은 단말기를 팔기 위한 수단이상의 의미를 가지기 시작하게 될 것으로 보았다. 휴버티는 애플이 이를 이용해 광고,가입자 수수료,거래비용 등의 매출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관련기사

애플에게 기회를 가져다 줄 세 번째 매출원은 아이워치다. 휴버티는 애플이 아이워치 발표후 첫 12개월 동안 3천200만~5천800만대의 제품을 출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녀는 로엔드 아이폰과 하이엔드 아이패드 사용자 수를 기반으로 이같은 추정치를 내놓았다.

그녀에 따르면 지난 해 이들이 앱스토어에서 사용한 평균지출은 18달러였다. 아이워치가 연간 또다른 9달러를 창출한다면 이를 통한 첫 해 추가 매출은 4천300만~8천만달러(437억~814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주당수익으로는 0.02~0.03달러다. 둘째 해 매출은 1억8천800만~2억6천100만달러(1914억~2657억원)로 주당수익이 0.08~0.11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