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를 보는 IT업계의 다양한 시선

일반입력 :2014/03/20 18:53    수정: 2014/03/21 08:16

남혜현 기자

20일 열린 규제개혁 장관회의 겸 민관 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선 공인인증서와 액티브X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대통령 발언이 IT업계 관계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최근 중국에서 우리나라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었다고 들었다. 그 드라마를 본 중국 시청자가 극중 의상과 패션잡화를 사기 위해 한국 쇼핑몰에 접속했지만, 결제를 위해 요구하는 공인인증서 때문에 실패했다고 한다면서 우리나라서만 요구하는 공인인증서가 국내 쇼핑몰 해외 진출 걸림돌 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 발언에 대한 업계와 IT사용자들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됐던 문제인데, 중국 사람이 국내 쇼핑몰에서 결제하지 못한 것을 규제 개혁의 명분으로 삼은 것에 대해 까칠한 시선들도 있지만 대통령의 발언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쉽지 않았던 공인인증서 제도 개혁이 급물살을 탈 것이란 기대가 적지 않다.

미래부는 그동안 공인인증서에서 액티브X를 없애기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런 가운데 액티브X와 공인인증서 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대통령 발언이 나온 만큼, 정부 행보는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미래부와 금융위원회는 이미 의견 조율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IT업계는 공인인증서 제도외에 다른 규제 이슈가 다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반응이다. 박 대통령이 SW나 게임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영화쪽에 발언의 많은 비중을 할애했다는 반응도 있다. 또 정부가 더 많은 이들의 의견을 듣고 실질적인 규제 개혁안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은 해외 기업들과 '역차별'로 이어지는 규제 이슈가 다뤄지기 바랬지만 그러지 못해 아쉬워 하는 모습이다.

예를 들면 전기통신사업법 상 '영장에 근거한 개인정보 요구'는 사실상 국내 사업자들에만 영향을 미친다. 외국에 서버를 두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을 우리 수사 기관이 조사하기가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위치정보법에 적시한 위치정보 수집 금지 조항도 피처폰 시절, 불법 위치 추적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 스마트폰 환경에는 부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미 해외 사업자들은 위치정보를 활용, 상권 분석 등 다양한 빅데이터를 쌓아 여러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데 우리 기업들은 과거에 머문 정책으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휴대폰 소유자가 식별되지 않는 휴대폰에서의 위치 정보는 수집할 수 있도록 법안이 바뀌거나 혹은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한다며 모바일 타깃 광고 등 여러 서비스 모델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위치정보 수집 금지는 명백한 역차별 요소라고 강조했다.

앱마켓의 신용카드 정보 보관 금지 지침도 역차별의 사례로 지적됐다. 국내 인터넷 기업들은 규제 당국의 지침으로 신용카드 정보를 보관할 수 없다. 때문에 이용자들이 앱을 구매할 때마다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해야 하는데, 구글이나 애플,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들은 신용카드 정보를 보관할 수 있어 한 번 클릭으로 콘텐츠 구입이 가능하다.

이 외에 정부 부처별로 청소년을 정의하는 기준이 달라 사업자들이 콘텐츠마다 이용 가능 나이를 다르게 매겨야 하는 등, 서비스 이용자와 제공자 모두 현실적으로 불편해 하는 문제도 지적됐다.

이날 정부 회의에서 기업들은 정부인증이 많은 비용과 시간을 소요하고, 유사인증도 많으며, 너무 많은 시간 걸린다며 수많은 중소기업인은 기업경영의 비용지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SW업계도 마찬가지다. 공공 사업에 참여하려면 요구되는 인증이 많은데, 효용성이나 활용성을 생각해봐야 한다는 얘기가 많이 들린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통점이 있는 인증들은 하나로 합치거나, 중복되는 것은 면제해주기만 해도 중소기업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SW분야의 경우 다른 업종과 달리 정부의 역할을 적극 주문하는 분위기도 진하게 풍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조현정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도 정부가 SW업계가 처한 애로사항을 풀어줄 수 있는 적극적인 조치를 주문하고 나섰다. 조 회장은 건의사항으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 줄 것을 요구했고 박 대통령도 적당한 대가를 줘야 한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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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업계의 대표적인 규제로 꼽히는 온라인 게임 셧다운제도 거론됐다. 강신철 네오플 대표는 온라인게임산업은 유례없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거대 내수시장과 정부보호정책을 업은 중국과, 자본력을 앞세운 미국과 유럽, 안으로 규제 일변도 정책으로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은 규제 자체의 존치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업계, 학부모, 중독치료 전문가 등이 모여 대한민국 게임산업이 청소년의 건전한 성장을 견인하는 역할하게 협조하고, 그 결과를 점진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규제 완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