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서버·스토리지 업체, 국산화정책 '부담'

일반입력 :2014/03/03 16:16    수정: 2014/03/03 16:18

글로벌 서버·스토리지 업체들이 공공시장 '국산화'를 추진 중인 정부와 국내 사업자 움직임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일부 포착되고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흘러가는 상황을 지켜볼 뿐, 공식 대응은 자제하는 모습이다. 정부 정책이 큰 변화를 초래하진 않을 거란 시각도 존재한다.

3일 현재 국내 업체들은 특정 기준의 서버와 스토리지를 공공시장에서 우선 도입되게 하는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이하 경쟁제품)'으로 지정되도록 애쓰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달 14일 중소기업청에 x86 아키텍처 기반 서버와 16~120베이 크기 스토리지 제품을 지정 대상으로 신청했다.

중소기업청이 국내 업체 신청 내용을 받아들이면 이에 해당하는 외국 업체 제품은 공공시장에 납품할 수 없게 된다. 즉 정부부처, 산하기관, 지방자치단체는 x86 서버와 중소기업용 규모의 스토리지를 구매시 국내 업체 제품으로만 선택해야 한다.

이는 공공시장에서 국내업체들의 서버, 스토리지 도입을 확대하려는 정부 움직임과 맞물린다. 이미 미래창조과학부가 관련법을 근거로 전문 업체들의 기술 개발과 산업 보호를 위해 공공부문에서 국산·외산 장비를 차별 없이 도입하겠다는 정책 목표를 내걸었다.

정부 정책과 국내 사업자들의 공동 움직임이 구체화되면 외국 서버, 스토리지 업체들의 실적에 타격이 예상된다는 시각과, 영향이 없을 거란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불안감은 조성돼 있다.

현재까지 외국 서버, 스토리지 업체들은 공식적으로 '무대응'하고 있다. 현업 마케팅 및 영업 실무자들 사이에선 그에 따른 사업적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공공부문에서 어느 정도 실적을 거둬 온 서버 업체 A사가 외국 업체간 공동 대응을 의논 중이라는 소문이 흘러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서버 업체 B사 마케팅 담당자는 (회사 임원) 비서실을 통해 A사 쪽에서 정부의 국산 제품 도입 강화에 대한 공동 대응 의향을 물어 왔다며 영업이나 마케팅 등 실무자가 아니라 대외협력 부서 차원에서 움직인 걸로 안다고 말했다.

A사로부터 공동대응 제안이 들어오면 공조할 가능성도 있다는 업체도 있었지만, 정작 A사 서버 영업 총괄 담당 임원은 사견으로는 공동 대응이 필요한 부분도 없지 않다고 본다면서도 회사 차원에서 그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바는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서버 업체 C사의 영업 담당자는 A사가 국내서 공공부문 시장 비중이 큰 업체인 것은 맞다면서도 이 영역은 아무래도 유닉스 비중이 커서 x86 서버 공급만으로 큰 타격을 받진 않을 듯하고, 이는 다른 x86 서버 업체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스토리지 쪽에서도 업체들의 공동대응 논의는 표면화되지 않았다. 서버 업계와 달리 업체간 설왕설래도 포착되지 않은 상태다. 이는 공공부문의 외국업체 스토리지 제품 수요가 x86서버에 비해 좀더 확고하기 때문일 수 있다. 특수성이 크고 국내 업체 경쟁력과 정부 지원제도의 실효성에 한계가 있을 거란 지적이다.

실제로 익명을 요구한 스토리지 전문업체 D사의 마케팅 담당자는 공공시장 비중이 적다곤 못하지만 고도화된 기능과 안정성이 필수로 요구되는 스토리지 특성상, 당장 국산화 움직임을 걱정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그는 D사에서도 정부 정책과 관련해 공동대응을 논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또다른 스토리지 전문업체 E사의 마케팅 담당자는 어떤 정부 정책에 대해 회사가 공식적인 대응을 할 입장은 아닌 것 같다며 이 사안에 이해당사자인 것은 맞지만 (관련해 열리는 중소기업청 공청회에 대해서도)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답했다.

관련기사

일부 우려는 있지만 별다른 움직임이 표면화되지 않은 배경에는 국내 업체를 보호하고 IT산업을 육성하겠다던 정부의 노력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다는 학습 효과도 작용한 듯 보인다. 중소기업청의 경쟁제품 지정 제도가 외국계 위주로 쓰였던 공공 서버, 스토리지 시장을 확 뒤집진 못하리란 예상이다.

실제로 중소기업청 경쟁제품 지정 제도에는 예외조항이 있다. 중소기업 제품만으로 공공부문에 입찰을 하더라도 모두 유찰된 발주건에는 외산장비를 도입할 수 있다. 또한 필요한 경우에 따라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방식의 공급도 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정부 정책 방향을 피해 갈 여지는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