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서버·스토리지' 정체성 논쟁 한창

중기청, 중소업체간 경쟁 제품 지정 요청에 공청회서 결정

일반입력 :2014/02/18 10:22    수정: 2014/02/18 14:10

국산 서버란 무엇인가? 또 국산 스토리지란 무엇인가? 국내 IT업계에서 느닷없이(?) 국산 서버와 스토리지의 정체성이 이슈가 될 조짐이다.

국산 서버와 스토리지 제품이 중소기업청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이하 경쟁제품)'으로 지정되도록 하기 위한 행보가 본격화되면서부터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컴퓨팅산업협회(이하 '협회') 회원사들은 최근 공공기관 납품기회를 보장받는 구매지원제도 혜택을 받기 위해 중소기업중앙회에 관련 서류를 신청했고 세부 내용에 자사 제품을 국산장비로 인정받기 위한 요건도 함께 담았다.

협회 회원사 대부분은 주요 부품을 외국에서 수입해 국내서 조립, 생산, 판매하는 x86 서버와 스토리지 제조업체들이다. 회장사는 이트론, 부회장사는 이슬림코리아와 태진인포텍이다.

협회가 신청한 구매지원제도는 중소기업청이 관리하는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지정'을 말한다. 일정한 품목을 골라, 그 제품을 만드는 중소기업들끼리 공공조달 계약시 입찰 경쟁을 벌이게 하는 제도다.

협의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공공조달 시장에서 점유율이 큰 외국계 서버와 스토리지 제품들이 공급 기회가 없어질 수도 있다.

물론 중소기업청이 요청이 들어왔다고 무조건 경쟁제품으로 지정해 주는 것은 아니다. 타당성 검토 작업을 거친다.

특정 품목이 경쟁제품으로 지정되려면 국내에서 직접 생산, 납품하는 기업이 최소 5곳 이상 있어야 한다. 또 공공기관의 연간 구매 실적이 10억원을 넘겨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기업이나 수입 유통업체의 국내시장 진입으로 중소기업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은 사실이 확인돼야 한다.

협회가 서버나 스토리지와 관련해 공공기관 구매 실적이나 그걸 만드는 중소기업들의 경영 어려움을 입증하긴 어렵지 않을 듯하다.

관건은 국내에서 '직접생산'한다는 점을 인정받는 부분이다. 이는 중소기업청이 경쟁제품으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해당 품목의 직접생산 기준을 구체화하는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

서버와 스토리지 제품을 모두 생산하는 협회 주요 참가사 관계자는 (국산장비라는 기준을 인정받기 위해) 별도의 공정을 마련한 것은 아니다라며 국내에 생산시설을 갖추고 자체 인력을 통한 제품 제작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외산장비와 다르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협회 회원사들이 자사 제품을 국산장비로 인정받기 위해 제시한 요건은 구체적으로 공개되진 않았다. 그래도 핵심은 국내에 위치한 일정규모 이상의 공장, 시설, 인력을 통한 생산이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이다.

국산제품 기준에 대해 묻자, 협회 행정업무를 지원하고 있는 한국클라우드컴퓨팅연구조합(CCCR)의 김진택 사무국장은 완전히 동일하진 않지만 앞서 국산제품으로 지정된 PC제품 기준을 적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협회가 먼저 중소 기업자간 경쟁 제품으로 지정된 데스크톱PC(개인컴퓨터)와 거의 비슷한 요건을 통해 서버와 스토리지도 국산장비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신청했다는 얘기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PC와 관련해 직접생산이 인정받는 요건은 메인보드, 하드디스크, CPU, VGA, 파워, 케이스 등을 공급업체로부터 사서 검사, 조립, 포장해 완제품을 만드는 것으로 요약된다. 부품들이 국내에서 만들어졌는지와는 무관하다. 수입 부품을 조립해 만든 완제품이라도 국산으로 인정되는 것이다.

비슷한 기준을 서버와 스토리지에도 적용한다면 메인보드, 하드디스크, CPU, VGA, 파워, 케이스(인클로저) 등을 수입해 조립, 납품하는 업체 모두 국산 x86 서버와 스토리지를 만드는 것으로 인정할 수 있을 듯하다.

협회는 회원사 의견을 수렴해 이에 준하는 국산장비 요건을 중소기업청에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IT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외산 부품을 사서 조립한 서버가 국산으로 인정받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도 적지 않아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중소기업중앙회 공공구매지원부 담당자는 직접생산(국산) 확인기준은 `중소기업판로지원법`에 근거해 현업 실정을 잘 아는 업체들의 의견을 구하게 되어 있다며 신청 업체들이 제안한 기준을 놓고 찬반 입장이 다를 수 있는 현업과 관계 부처에서 타당성을 검토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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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청은 3월중 국산 확인 기준을 논의하기 위한 공청회를 열 것으로 알려졌다. 국산 서버와 스토리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제안된 요건들의 세부 내용도 이 때 공개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외국계 서버 업체들이 국내 설비와 인력을 갖추고 '직접생산'을 시도하지 않겠느냐는 일부 관측에 대한 윤곽도 살펴볼 수 있을 듯 하다.

CCCR 김진택 사무국장은 아직 사업자간에 x86 서버와 스토리지의 구별이나 차이점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이슈가 남아 있다며 이런 부분을 포함해 다음달 공청회를 열고 업계 의견을 수렴해 국산제품 확인 기준을 정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