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스마트카 플랫폼 16개월 '함흥차사'

윈도임베디드8 오토모티브 에디션 아직 실체 없어

일반입력 :2014/02/27 07:17    수정: 2014/02/27 09:16

마이크로소프트(MS)가 야심차게 선보이려던 윈도8 기반 스마트카 플랫폼을 1년3개월 넘도록 출시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주요 파트너 제조사였던 포드와의 협력도 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MS는 지난 2012년 11월 중순 임베디드 운영체제(OS) 최신 버전 출시 계획을 구체화했다. 회사는 윈도임베디드8 제품을 스탠더드, 프로, 인더스트리, 핸드헬드, 오토모티브, 5가지 에디션으로 낸다고 예고해 스마트카 시장을 정조준했다.

윈도임베디드8은 MS 사물인터넷(IoT) 초기 전략을 담은 '인텔리전트시스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MS는 윈도모바일6.5을 끝으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참패한 윈도임베디드사업 동력을 향후 IoT로 진화할 당시 사물통신(M2M) 영역에서 찾았던 것이다.

그런데 스마트카 플랫폼을 염두에 둔 윈도임베디드8 오토모티브 에디션은 아직 실체가 없다. MS는 당초 계획중 자동차용 제품을 뺀 4개 에디션을 내놨다. 지난해 3월 하순 스탠더드 및 프로 에디션 출시를 시작으로 인더스트리, 핸드헬드 에디션이 순차적으로 상용화했다.

사실 MS는 윈도임베디드8 버전 이전에도 스마트카 시장을 겨냥한 임베디드OS를 만들어 상용화한 전례가 있었다. 윈도임베디드8 오토모티브는 과거 윈도임베디드컴팩트7 버전과 함께 나온 '윈도임베디드오토모티브7' 에디션의 후속판으로 소개됐다.

앞서 외신들은 MS가 윈도8 기술을 바탕으로 사전 협의된 주요 완성차 제조사들과 신차에 들어갈 차량용인포테인먼트(IVI) 등 스마트카 플랫폼을 개발중이라 보도했다. 그런데 지난해초 구체화될거라던 오토모티브 에디션 관련 세부 내용은 표면상 '감감무소식'이다.

겉에서만 보면 MS는 스마트카 솔루션 시장에 그리 의욕적이지 않은 모습이다. 사업이나 제품 공급에 관한 성과와 계획을 제대로 알린 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일단 공식사이트에선 윈도임베디드8 소개 항목에서 오토모티브 에디션 제품 소개를 찾을 수 없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속단할 수는 없다. MS는 대신 인더스트리 에디션 소개 부분에 제품 도입 회사가 주력할 수 있는 분야 중 '지능형 자동차 경험'이라는 문구를 담았다.

미국 지디넷 MS전문기자 마리 조 폴리는 지난 24일 관련 보도에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MS가 대외적으로 말을 아끼고 있지만, 임베디드 자동차 분야에서 (사업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 그는 다른 보도에서 MS는 이제 윈도임베디드 담당조직을 'IoT팀'이라 지칭한다고 덧붙였다.

조 폴리는 이어 본사 윈도임베디드 담당 조직이 테리 마이어슨의 지휘를 받는 통합OS 팀에 일부분으로 속해 있으며 그 구성에 '커넥티드카' 팀으로 알려진 조직을 표면적으로는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조직은 기존 윈도임베디드 사업이력상 포드, 혼다, 닛산, BMW, 메르세데스벤츠, 애스턴마틴, 맥러렌과 거래해 왔다.

MS는 이가운데 제조사 포드의 차량에 통합된 텔레매틱스 플랫폼 '싱크(Sync)'를 개발하기 위해 윈도임베디드 OS와 솔루션을 공급하고 최적화를 수행하는 내용의 계약을 맺고 있었다. 한국 기업인 기아자동차, 이탈리아 제조사 피아트와도 비슷한 거래를 했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MS의 스마트카 사업은 IoT 전략의 일부로 숨죽인 채 비밀리에 전개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외신들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포드는 향후 MS를 스마트카 플랫폼 공급 파트너로 상대하지 않을 전망이다. 블룸버그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포드가 윈도OS 대신 블랙베리가 인수한 QNX의 경쟁 제품을 채택했고 이 계약이 오는 2016년부터 발효된다고 보도했다.

포드가 등을 돌린 주된 이유로는 MS 윈도임베디드 기반 스마트가 기술의 라이선스가 너무 비싸다는 점이 꼽혔다. 포드의 이같은 결정이 사실인지에 대해 포드, 블랙베리, MS, 어느 쪽도 확답은 해주지 않았지만 조 폴리도 익명의 소식통이 3사의 관계 변화는 사실이며 그 이유는 돈문제로 보인다고 전했다.

사실이라 해도 '이변'은 아니다. 스마트카 시장의 주도권 싸움의 윤곽은 2012년 하반기부터 그려졌다. 당시부터 MS 윈도와 이를 대체했다는 블랙베리 QNX, 인텔의 타이젠 IVI와 오토모티브리눅스 등 차량용 OS의 협력과 경쟁 구도는 복잡한 양상을 보였다.

QNX소프트웨어시스템즈는 2012년 10월 국내 지사 설립을 알리면서 이같은 경쟁자들의 가치를 평가절하한 바 있다. QNX는 오픈소스 진영의 기술은 유연성이 떨어지고 제조사 입장에서 지적재산(IP) 분쟁 가능성에 따른 부담을 감수하게 만들며, 이런 문제가 없는 MS의 독점 솔루션은 자사보다 경쟁력이 낮다고 공격했다.

포드는 그간 과도기였던 윈도임베디드 OS의 불투명한 개발계획과 기술적인 미흡함에 불만을 느꼈을 수도 있다. 포드는 이후 윈도임베디드8의 변화를 반영한 스마트카 플랫폼(오토모티브 에디션)이 만들어진다는 소식에 따라 변화가 불가피해진 MS 기술 기반의 포드 싱크 로드맵을 감당하기보다 비용 부담이 덜하면서 시장성을 검증받은 타사 플랫폼 도입을 고려했을 수도 있다는 얘기도 있다.

관련 질의에 대해 한국MS 관계자는 포드와의 파트너십은 국내서 관여한 사안이 아니고 본사 차원에서 진행된 일이라 답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QNX소프트웨어시스템즈코리아 관계자는 아직 공개적으로 답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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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8시 추가) 이후 QNX소프트웨어시스템즈 본사의 회신 내용에 따르면 외신을 통해 보도된 내용 가운데 포드 싱크 기술에 관한 계약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다만 이를 반영한 신차 출시 일정 등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회사측은 공식 답변을 통해 QNX는 포드를 포함한 완성차 제조사들에게 광범위한 차량용 시스템 기술과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제공해왔다며 소프트웨어 플랫폼 공급업체로서 포드와 함께 도로 주행시 차량에서 활용 가능한 기술을 만들어 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