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카 열쇠, 폰이냐 임베디드냐

일반입력 :2013/04/03 08:21    수정: 2013/04/03 14:19

스마트폰이 스마트카 시대를 여는 열쇠로 인식된다. 관련 기술 구현과 상용화 동향을 보면 그런 조짐을 엿볼 수 있다. 앞으로 스마트폰 스펙에는 자동차를 얼마나 똑똑하게 만들어주는지도 들어갈지 모른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제조사들이 새 모델에 탑재한 '스마트카' 기능 선전에 공을 들이는 추세다. 자동차가 운전자에게 거치식 내비게이션이나 PMP를 넘어선 편의 기능, 주행 및 차량관리에 도움을 주는 정보를 준다는 내용이다. 차량용 애플리케이션(이하 '앱')과 이를 다루기 위한 인포테인먼트(IVI) 시스템을 통해서다.

IVI 시스템으로 스마트카를 구현하는 기술은 크게 자동차가 앱을 돌리기 위해 최소한의 구성요소만 갖추고 스마트폰의 도움을 받는 방식, 스스로 앱을 돌리기 위해 필요한 모든 구성요소를 직접 품는 방식, 2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자체 임베디드OS 탑재 vs. 스마트폰 연동 '미러링크'

일단 차가 스스로 앱을 돌리려면 자체 연산기능을 갖춘 하드웨어에 제니비(GENIVI), 안드로이드, 마이크로소프트(MS) 오토(AUTO), QNX, 삼성과 인텔의 타이젠 등 IVI 용도를 전제해 개발된 임베디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하고 앱 플랫폼같은 미들웨어, 인터넷과 주변장치 연결 등 네트워크 기능도 갖춰야 한다.

이는 외부 단말기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안전성과 보안성이 높다는 특징을 보인다. 글로벌 소프트웨어(SW)업체는 타 산업기기나 개인용 단말기로 쌓아온 자사 플랫폼의 영향력을 자동차로 넓힐 수 있다. 제조사도 자체 인터페이스나 텔레매틱스같은 협력서비스 구현시 브랜드 강화에 유리해 선호될 수 있다.

다만 자체 플랫폼과 앱을 만드는 비용 부담이나 하드웨어 성능이 뒤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제조사가 자동차 시장의 흐름을 빠르게 달라지는 소비성향에 맞춰 대응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차가 스마트폰의 '머리'를 빌려 쓰는 방식이 앞서 각광받는 추세다. 즉 앱과 OS같은 플랫폼 등은 스마트폰에 두고 그 구동화면과 인터페이스 기능만 차안의 화면표시장치에 두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연결된 자동차를 스마트카로 만드는 국제표준 기술 '미러링크'다.

미러링크 방식은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서 차량용 플랫폼과 앱을 따로 안 만들고 스마트폰으로 실행되는 IVI와 텔레매틱스 구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편리하다. 통신기능과 일정한 성능의 자체 연산 기능을 품은 스마트폰이 덕분에 제조사가 IVI 구현에 드는 비용과 기술부담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이게 확산되려면 스마트폰이 미러링크를 탑재하고 표준 인증을 확산시키는 한편 다양한 전용 앱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또 운전자 부주의를 유발해 안전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된다. 사용자의 안전을 엄격하게 담보해야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평가다.

미러링크는 스마트폰 제조사, 자동차 제조사가 모인 '카커넥티비티컨소시엄(CCC)'에서 만든다. 지난해 1.01에 이어 올해초 1.1 버전을 내놨다. CCC는 미러링크 인증을 위해 '공인시험연구소(ATL)'를 운영한다. 7레이어스, 디지털EMC, TTA 등이 이를 수행하는 곳으로 등록돼 있다.

■완성차 제조사들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어떤 방식이 대세로 굳어질지는 알 수 없다. 차량용 제조사들은 자체 임베디드 앱 플랫폼을 구축하는 한편 미러링크 표준 지원에도 투자하는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 다만 글로벌 제조사들은 이미 자체 IVI 플랫폼을 탑재한 차량들을 출시해왔다.

MS는 기아차와 함께 UVO를, 포드와 손잡고 윈도임베디드 기반의 '싱크'라는 IVI 플랫폼을 만들어왔다. GM은 포드 싱크의 경쟁기술 '마이링크'를 셰보레 시리즈에 탑재하고 있다. 벤츠도 '엠브레이스2'를 품었다. 임베디드 업체 윈드리버는 지난 1월 현대모비스와 차량용IVI를 위한 SW플랫폼 개발에 손잡았다.

어쨌든 제조사들도 신중하다. 미러링크에 대한 상용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특정 SW업체의 플랫폼에 '올인'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일례로 올해 1분기 시판을 예고했던 '소렌토' 모델의 UVO 시스템은 내년부터 구글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연초 기아차는 차세대 UVO가 구글지도와 플레이스 등과 통합되며 나머지 차종도 내년 하반기 구글 기반으로 바뀐다고 예고했다. 기아차가 지난 2010년 MS와 체결한 파트너십에 종지부를 찍었단 평가다.

또 BMW, GM, 포트, 벤츠 등 이미 자체플랫폼을 갖고 있는 제조사들이 오픈소스 리눅스 기반인 차량용 OS '오토모티브리눅스' 관련 연구개발에 투자를 단행해왔고, 구글이 공식적으로 차량용 버전을 만들지도 않은 안드로이드 기반의 IVI 플랫폼에 대한 관심도 지속중이다.

현대자동차도 자체 IVI 플랫폼 블루링크를 갖고 있지만 일부 지분을 갖고 있는 국내 업체 유비벨록스를 통해 미러링크 솔루션을 개발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에 임베디드솔루션을 공급해온 MDS테크놀로지 역시 최근 미러링크 솔루션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업계서 스마트카를 구현하는 다양한 방식이 논의되고 있지만 자체 임베디드플랫폼보다는 미러링크가 표준화에 기반해 빠른 확산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중이라며 최근 커넥티드카세미나 참석자들의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미러링크는 1년내 상용화를 점치는 유망기술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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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애플은 스마트카 시장에서도 '아이팟아웃'이라는 방식의 독자행보를 보여왔다. 아이폰을 자동차에 연결한다는 점에서 미러링크와 비슷하지만 기술은 CCC 표준과 무관한 자체 기술이다. 아직 iOS에서 실행되는 콘텐츠를 카오디오 등 장치로 출력하는 오디오 중심 기능을 지원하는데 그친다.

애플은 지난해 열린 세계개발자컨퍼런스(WWDC)에서도 오디오중심의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를 강화시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음성인식서비스 시리의 '아이스프리' 서비스에 음성 내비게이션을 포함시킨 뒤 애플과 제휴한 차량제조사 운전대에 이 기능을 켜는 전용 단추를 심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