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SNS 난리법석…교사들은 괴롭다

[기획]학교 SNS 생태 보고서

일반입력 :2014/02/17 09:33    수정: 2014/02/17 17:31

남혜현 기자

직접 들어보지 않고는 모른다. 스마트폰이 과연 청소년들의 공부 시간을 빼앗는 독인지, SNS가 교실을 벗어난 또 하나의 폭력의 장인지는. 10대들은 말했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나쁘지는 않아요라고. 물론 경우에 따라 범죄로 분류될 수 있는 안타까운 사건들도 있었다. 교사들은 가르치는 입장에서 스마트폰을 긍정적으로 보기는 어렵죠라고 말했다. 기사에 언급되는 발언들은 모두 기자가 직접 들은 교사, 학생들의 육성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지디넷코리아>는 두 편에 걸쳐 학교 현장에서 스마트폰과 SNS가 어떻게 인식되는지 알아봤다. 기획은 상, 하편으로 연재된다. 한 편은 청소년들의 입장에서 다른 한 편은 이들을 가르치는 교사 입장에서 구성했다.[편집자 주]

--------------------------------------------------

글 싣는 순서

<상>'톡'으로 통하는 아이들…우리 생각은요

<하>학교 SNS 난리법석…교사들은 괴롭다

--------------------------------------------------

옛말에 선생 똥은 개도 안 먹는다고 했다. 혈기왕성한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속 끓을 일이 다반사다. 100년 전 서당 훈장들도 이놈들이 말을 안 듣는다, 통제가 안 된다고 한탄했을 것이다. 그런데 온 동네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지금 교사들의 고민은 한층 커졌을 수밖에.

인터넷 폭력을 뜻하는 사이버불링 문제도 더러 벌어진다. 학생들이 카카오톡에 올린 프로필 사진, 심경 변화 멘트 하나하나가 교사들에게는 지도 대상으로 비친다. 스마트폰을 압수했다 분실할 경우에는 일정 부분을 교사가 책임져야 하기도 한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시도때도없이 보내는 카카오톡도 부담스럽다.

인천에 있는 고등학교 교사 ㅊ(33·여) 씨, 서울 중랑구 소재 고등학교 ㅅ(34·여) 교사와 이야기를 나눴다. 앞서 10대들이 스마트폰 문제, 일부의 이야기 아니냐고 말했던 것과 달리 교사들은 애들 가르치는 처지에서 보니까, 휴대폰으로 벌어지는 문제가 더 많다고 강조했다.

■SNS 학교 폭력, 실제로 많다

한 반에 학습진도가 부진한 아이가 있어요. 그 친구도 페이스북을 하는데 그 반 친구들이 그 아이 페이스북에 들어가서 막 놀리는 글을 쓰는 거예요. 외모에 대한 비방도 섞어서요. 그게 인터넷 폭력이잖아요?(인천 ㅊ 교사)

카톡방을 만든 자리에서 둘만 공유하던 비밀을 한 명이 일방적으로 말하는 바람에 다른 애들이 그걸 알게 돼서 싸움이 되고 일이 커진 적이 있었어요. 이런 일들이 빌미가 돼서 학교 폭력이 되기도 하죠. (중랑구 ㅅ 교사)

지난해 연말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발간한 자료집에 따르면 사이버불링은 청소년들이 직면한 주요한 도전 중 하나다. 국내서는 집단 모욕이나 비방, 협박, 타인ID 도용, 루머 유포 등이 사례로 발견되는데, 이 중 사이버 비방이나 배제 유형이 가장 높은 가해·피해 비율을 보였다. 두 교사의 사례도 여기에 들어간다.

사이버불링 외에도 학생들이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에 올린 프로필 사진, 멘트 등이 교내에서 또 다른 문제가 되기도 한다. 교사와 학생들이 카톡 단체 방을 통해 공지 사항을 전하고, 정보를 공유하는데 자동으로 표출되는 프로필 사진들이 지도 대상이 되는 것이다.

카톡 보면 자기 여자친구랑 찍은 사진을 너무 자연스럽게 올리는 거예요. 제가 봤을 때는 수위가 높은데, 뭐 뽀뽀를 하고 있다거나 그래요. 선생님들은 카톡 사진 보고, 아 얘가 누구누구랑 헤어졌구나, 얘가 지금 누구를 만나는구나 이런 거를 알게 되죠.(인천 ㅊ 교사)

친구 사진을 올렸는데 그 아이가 문신하고 있다거나, 여러 명 모여서 노는 사진인데 술이나 담배가 있으면 그런 거를 무시할 수가 없죠. 안 올렸다면 선생님들이 모를 텐데 사진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어요.(중랑구 ㅅ 교사)

교사들 입장에서는 학생들의 교칙 위반 행위를 못본척 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생활 지도가 교내에서 온라인으로 넓어진 셈이다. 아이들의 프로필 소개에 달라진 멘트도 교사들을 긴장하게 만든다. ㅅ 교사는 환경이 안 좋다거나 우울증이 있는 아이들은 멘트도 엄청나게 신경 쓰인다며 지나가는 말이라도 '멘트가 바뀌었던데 무슨 일이 있느냐'라고 물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수업 중에도 '찰칵', 압수하면 유심 세컨드폰에…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몰래 사용하는 것도 수업 방해 요소다. 예전에는 선생님 몰래 수업 시간에 만화책을 보고 했다면, 지금 학생들은 수시로 카톡을 주고받는다. ㅅ 교사는 수업 시간에 휴대폰을 쓰면서 본인들은 선생님이 그걸 모르겠지 하는데, 앞에서 보면 다 보인다라고 말했다.

ㅊ 교사는 스마트폰으로 동급생의 치마 속을 찍어 친구들과 돌려 보고 피해자 학생에까지 전달한 학생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그는 아이들끼리 수업 시간에 이상한 사진을 찍고 공유하고, 몰래 찍은 사진을 피해 학생에 보내 '너의 이런 사진을 갖고 있다'라고 말하니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그렇다고 스마트폰을 일괄 압수하지는 못한다. 중학생들의 경우 스마트폰을 교내에서 이용하면 벌점을 매기기도 하지만 고등학교에서는 이런 제재가 효과적이지 않다. 스마트폰을 압수하면 유심만 빼놓았다가 세컨드폰에 장착해 사용하는 아이들도 있다. 휴대폰을 꺼내지 말라고 해도 쉽게 통제되지 않는다.

학교에서도 스마트폰 압수를 권장하지 않는다. 지난해 6월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수업권 보장을 위해 스마트폰 분실 시 보상 대금 일부를 보조해주는 방안을 발표했으나 학교, 교사가 느끼는 부담감은 여전하다. 한 대에 수십만 원 하는 고가 제품이 분실될 경우 학교와 교사도 일부분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교사들이 보기에 휴대폰과 SNS를 알맞게 사용하는 아이들은 드물다. ㅅ 교사는 휴대폰을 자제하면서 쓸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기기가 없다면서도 청소년들은 그게 안 되는 시기에 휴대폰을 계속 붙잡고 있으니까 문제라고 지적했다.

■어머님들, 게임 하트는 보내지 마세요

카톡이 보편화하고 교사들은 '퇴근 시간'이 사라졌다. 하교 후에도 선생님들의 스마트폰은 늘 '켜짐' 상태라서다. 카톡은 친하지 않은 사람들도 네트워크 상태로 묶어놨다. 전화번호만 알면 자동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차단'하지 않는 한 언제든 '접속'이 가능하다. 한밤중에도 울려대는 '카톡' 소리에 교사들은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다

옛날 어머님들은 밤늦게 전화하거나 이런 것들이 조심스러웠는데 요즘에는 그냥 카톡으로 밤 10시고 11시고 막 보내세요. 그런데 이 카톡을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확인이 되니까, 읽은 상태에서 답장을 안 할 수도 없고….(ㅅ 교사)

게임 문자 있잖아요? 포코팡, 애니팡 같은. 그 하트를 보내는 학부모님도 계세요. 카톡에 연결돼 있어서 꾸준히 연락하는 학부모님도 계시는데 카스 사진 보고 '아이가 많이 컸다'고 말씀하시기도 해요. 그런 얘기 들으면 감사하기도 하지만, 괜히 좀 노출되고 싶지 않은 사생활이 보여지는 것 같아서 좀 그래요.(ㅊ 교사)

늦은 시각 내일 준비물이 뭐냐고 묻는 학부모들의 카톡 정도는 괜찮다. 카톡을 확인한 이상 '읽음' 표시가 되므로, 친절하게 답을 해줄 수밖에 없다. 심지어 카카오톡 게임을 한 판 더하기 위한 '하트'를 아이 담임교사에 보내는 학부모들도 있다. 때마다 안부를 묻는 학부모들의 카톡 인사도 교사들에게는 부담이다.

관련기사

사생활 침해도 토로한다. 교사는 사회적 이미지가 중요한 직업 중 하나이기도 한다. 교사 자신도 아이들에게 본보기가 돼야 한다는 책임감이 크다. 카스나 페북 같은 SNS에 사진 하나를 올릴 때도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볼 수도 있다는 자기검열을 거치는 교사들이 많다. 스트레스에 아예 SNS를 탈퇴하기도 한다.

선생님치고 페이스북 하는 사람 못 봤어요. 내 사생활이 보장이 안 되니까. 잠깐 했다가 이건 안 되겠다 싶어 탈퇴하죠. 제자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카톡으로 연결되는 사람도 많아지니 선생님 중에서는 정기적으로 휴대폰을 바꾸는 사람들도 많아요. ㅊ 교사의 이야기다. 스마트폰 시대, 교사들의 속은 더욱 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