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원 PC 라즈베리파이가 서버로 뜬다고?

저전력 서버 대안 급부상…11가지 특징 돋보여

일반입력 :2014/01/20 14:42    수정: 2014/01/21 08:36

신용카드만한 ARM 기반 리눅스 컴퓨터 '라즈베리파이(Raspberry Pi)'가 프로그래밍 교육용 PC를 넘어 데이터센터 업계 화두인 실용성을 갖춘 저전력 서버의 대안으로까지 급부상했다.

지금까지 HP같은 주요 서버 업체들이 인텔과 AMD 저전력 x86 프로세서나 칼세다 등 서버용 ARM 칩을 도입해 마이크로서버로 분류되는 저전력 컴퓨팅 시스템을 개발해왔다. 이중 ARM 서버는 테스트 단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정식 상용화된 문샷 서버는 x86 기반 모델 뿐이다.

이런 가운데 성능과 속도, 애플리케이션 호환성 측면에서 불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ARM 칩 기반 컴퓨터가 저전력 서버 수요에 알맞은 특징을 다양하게 갖췄다는 소식은 흥미롭다. 이는 물론 기존 데이터센터의 범용 서버 환경을 대신할 수 있다는 게 아니라 달라지는 서버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미국 지디넷 블로거 크리스 클레이는 지난 16일 라즈베리파이 35달러짜리 '모델B(revision B)'가 무소음과 저전력 요건을 갖춘 가벼운 장치로, 11가지 특징을 갖춤으로서 '완벽한 소형서버'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라즈베리파이는 저성능 미니컴퓨터 태생이지만, 막상 써보니 여러 서비스를 돌리는 미니서버 역할에 충실하단 평가다.

라즈베리파이는 당초 영국 비영리조직 '라즈베리파이재단'에서 학습용으로 만든 초소형 컴퓨터다. 전산(Computing)을 가르치는 학교에서 저렴한 학습도구로 2년전 처음 등장했다. 재단은 정식지원 운영체제(OS)로 데비안리눅스를 개조한 '라즈비안(Raspbian)'을 제공하며, 권장 프로그래밍 언어로 '파이썬'을 제시한다.

라즈베리파이는 2가지로 제작되는데 모델B의 경우 512MB 램과 700MHz CPU와 GPU를 포함한 ARM 프로세서, HDD대용 저장장치 SD카드를 꽂을 슬롯, 키보드마우스 연결이 가능한 USB단자, 인터넷 연결용 LAN포트, 영상과 음성 출력용 HDMI, RCA, 오디오 단자가 손바닥 반만한 기판에 조밀하게 붙어 무게는 불과 45g이다.

라즈베리파이를 서버로 만들어 서비스를 제공할 때 두드러지는 첫번째 이점은 5~7와트 수준의 낮은 소비전력이다. 이는 같은 목적으로 쓰기 위해 상용화한 기성 서버 제품의 10분의 1수준에 해당한다. 서버라는 특성상 밤낮없이 돌릴수록 아낄 수 있는 전기량도 많아진다.

클레이가 계산해 본 결과 기판, 케이스, 전원공급장치를 포함한 기본 라즈베리파이 부품을 사용해 시스템을 구성하고 1년내내 쉬지 않고 작동시킬 경우 절약할 수 있게 되는 전기량은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그 라즈베리파이 1대를 살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라즈베리파이가 서버 용도로 좋은 두번째 이유는 기계구동 장치가 아예 없어 고장 가능성이 작기 때문이다. 이 기판은 냉각용 쿨링팬은 커녕 저장장치조차 HDD 대신 SD카드로 쓴다. 클래스10 계열의 SD카드는 이보다 낮은 클래스의 SD카드를 쓸 때보다 데이터 입출력(I/O)이 많은 부팅시 나은 성능을 보인다.

세번째 특징은 라즈베리파이 기판이 한 손에 쏙 들어올 정도로 작다는 점이 지목됐다. 이 덕분에 다른 기기의 내부에 탑재되는 식으로 통합할 수 있다는 점, 이는 일정 부피 이상 공간을 차지하는 기성 서버로는 기대할 수 없는 특징이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클레이가 선택한 네번째 특징은 물리적으로 구동되는 기계장치가 없는 덕분에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점, 다섯번째 장점은 라즈베리파이 기판에 랜카드와 저장장치 기록상황이나 전력 연결 등 작동 상태를 알려 주는 불빛이 달려 있어 모니터링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그는 여섯번째 이점으로 라즈베리파이가 판매되는 가격에 비해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국내 오픈마켓의 경우 라즈베리파이 모델B 기판은 1개당 5만~6만에 구입할 수 있다. 여기에 범용입출력(GPIO) 단자가 제공되며 전원이 공급되는 USB허브로 3개 이상의 USB장치도 연결 가능하다.

일곱번째 특징은 내장된 HDMI 그래픽 연결 단자를 통해 1920x1200 화소 해상도의 미디어 출력 등 멀티미디어 재생 용도로 쓸 수 있다는 점이다. 단자는 하위호환성도 지원하기 때문에 HDMI 단자를 VGA로 바꿔서 일반 모니터를 연결하거나 더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주목할만한 여덟번째 이점은 라즈베리파이 기판이 경쟁 제품에 비해 월등한 사양과 구성대비 가격이다. 소형 컴퓨팅 기기에 모델B 기판처럼 512MB나 되는 램을 탑재한 경우는 찾기 드물고, 이는 취미 용도부터 기업내 활용 목적으로 쓰기까지 가격대가 부담스럽지 않다는 점과 맞물려 뛰어난 요소가 된다.

커뮤니티의 전폭적 지원은 아홉번째 특징이다. 라즈베리파이의 소프트웨어는 여느 오픈소스 커뮤니티처럼 포럼에서 일반 사용자와 재단의 지원을 통해 발전하고 있다. 포럼에서 활용 사례와 기반 기술 업그레이드를 뒷받침할 주요 패키지를 라즈비안 OS와 함께 GNU기반으로 배포 중이며 여러 변종 리눅스도 등장했다.

이밖에도 '오버클럭'을 통해 부족한 성능 문제를 극복 가능하다는 점이 열번째 특징으로 제시됐고, 기본 저장장치인 SD카드는 교체가 손쉬워 순식간에 목적별로 다양한 OS를 설치한 SD카드를 준비하면 이것만 교체함으로써 전혀 다른 기능을 즉각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열한번째 장점으로 꼽혔다.

클레이가 다소 중복되는 느낌이 없잖은 라즈베리파이의 장점들을 11가지나 부각시켰지만 모든 면에서 훌륭하다고 단정한 건 아니다. 그가 라즈베리파이를 컴퓨팅 서버로써 활용시 아주 약간 아쉬운 게 있다면서 언급한 2가지는 ARM 아키텍처 기반이라는 점과 납땜된 512MB크기 램을 업그레이드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저전력 서버 시장서 x86 애플리케이션을 못 돌리는 ARM기반 서버는 그 활용 측면에서 제약을 보일 수밖에 없다. 다행히 대다수 GNU 리눅스 배포판은 ARM에서 돌아가며, x86 환경이 꼭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은 많지 않다. 한편 기판의 램은 100MB 정도를 필요로하는 GNU 리눅스 기반 소형 서버로 사용시 큰 문제는 아니다.

레드햇엔터프라이즈리눅스(RHEL)와 센트OS를 라즈베리파이에서 돌릴 수 있게 만든 '레드슬리브'란 배포판이 있다. 통상적인 x86 기반 센트OS와 RHEL에서 쓸만한 바이너리 대부분을 갖춰 DNS서버, 파일서버, 웹서버, 방화벽, 클러스터 등을 돌릴 수 있다. 라즈베리파이를 소형 서버로 사용하는 길을 열어 줬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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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는 오늘날 가상화는 라즈베리파이를 돌리는 것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가상머신(VM)을 돌릴 수 있는 방식으로 인기를 끈다면서도 그러나 당신의 하이퍼바이저 구동에 드는 전력 소모량을 계산해 그 차이를 본다면 어느 방식이 실제로 전체 비용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인지 나올 것이라 지적했다.

그는 현업에서 종종 물리적인 서버 시스템이나 물리적인 인프라 구획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고, 또는 전체 환경을 하이퍼바이저로 돌리는 방식에 따른 비용 문제를 회피할 수단을 강구하게 되는데, 라즈베리파이 서버가 이런 수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