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CMO, 스타트업 DNA 배워야 산다

일반입력 :2014/01/01 08:00    수정: 2014/01/01 12:28

손경호 기자

스마트폰 대중화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배경으로 성장해 온 스타트업들이 전통 기업들을 위협하는 풍경이 낯설지 않다. 스타트업의 성장은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혁신을 꿈꾸는 기존 기업 최고정보책임자(CIO), 최고마케팅책임자(CMO)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 지디넷에 따르면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르웹 컨퍼런스에 참석한 벤처캐피털 유니온스퀘어벤처 창업자인 프레드 윌슨은 스타트업 투자를 평가하기 위한 프레임워크를 발표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SNS에 기반한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 세분화 판매(언번들링), 모바일을 화두로 삼으며 기존 기업들에게도 혁신을 위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윌슨은 트위터, 텀블러, 징가, 킥스타터 등에 초기투자하면서 소셜네트워크 시대를 예견했으며 최근에는 비트코인 관련 스타트업 코인베이스에 투자하기도 했다.

■계급조직 VS 네트워크

윌슨은 기술이 이끄는 개인들 간 네트워크는 상황에 따라 관료적인 계급조직을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조직 구조는 피라미스 형태로 이뤄졌다. 명령을 내리고 통제하는 커뮤니케이션 구조는 지시하고, 피드백을 받는 식으로 수행된다.

그러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창출되는 가치는 낮다. 이와 달리 기술은 계급조직을 경유하지 않고 직접 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한다. 보다 빠르고 효율적인 정보교환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명령 기반 체계(command-oriented)에서 동등 기반 체계(peer-oriented)로 변화하는 것은 특정 산업군에서는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트위터는 사람들에게 신문을 대체하는 새로운 뉴스소스가 되고 있다. 편집자가 특정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보여주거나 기자와 사진기자가 전장에 파견나가 소식을 전하는 대신 트위터는 자발적으로 뉴스를 모으고 공유한다. 또한 어떤 신문보다도 광범위한 네트워크 기반 소스를 제공한다.

말콤 카스셀르가 창업한 타임라인 랩스는 소셜미디어로부터 나온 데이터를 분석해 실시간 TV뉴스를 제공한다. 타임라인은 개인들 간 정보 공유, 전통적인 뉴스룸 개념을 붕괴시키는 데이터 분석 기법에 의지한다. 이밖에도 소셜네트워크에 의존해 숙소를 찾을 수 있게 해주는 에어비엔비, 음악 공유 서비스 사운드클라우드 등이 비슷한 사례다.

중앙에 집중된 계급조직을 분산된 개인들 간 네트워크로 대체하는 것으로 기술은 더 적은 비용으로, 운영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세분화 판매(언번들링, Unbundling)

세분화 판매는 일괄로 묶어서 제공하던 제품, 서비스를 별도로 분리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기존 기업들은 높은 개발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다른 상품, 서비스를 묶어서 판매하는 방식을 활용해 왔다. 그러나 스타트업들은 이러한 방식 대신 세분화 판매 전략을 취해 개발비용을 절감하면서도 높은 수익을 내고 있다.

윌슨에 따르면 대개 제품과 서비스 디자인에는 개발비용이 많이 든다. 따라서 제품 공급자는 하나의 패키지에 여러 개 제품을 번들 형태로 공급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은행이 지점을 개설할 때 그들은 예금출납이라는 핵심 서비스와 함께 상업 대출, 개인 모기지 등을 함께 다른 상품들을 번들 형태로 묶어서 제공하려고 한다. 지점을 개설하는데 드는 비용이 클수록 은행은 번들제품과 서비스를 다양화해 고객들을 유혹한다.

그러나 최근 스마트폰, SNS의 성장 등은 세분화 판매를 가능케 하고 있다.

과거 신문은 스포츠섹션 등 주제별로 분류된 별도 섹션을 번들 형태로 제공했으나 현재는 신문 내 일부 섹션이나 한 꼭지 기사만 개별적으로 구매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은행 지점은 렌딩클럽, 펀딩서클과 같은 회사들이 등장하면서 개인들 간 1:1 대출도 가능해졌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세분화 판매되고 있는 케이블은 더이상 많은 소스로부터 쇼를 봐야하는 필요가 없어졌다. 넷플릭스, 아마존, 훌루 등은 TV콘텐츠 하나만 볼 수 있도록 했다.

■모바일 성장, 개인이 네트워크 노드

모바일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더이상 비밀도 아니다. 이러한 트렌드는 반도체 제조사, PC제조사, 소프트웨어 개발사 등 더 큰 범주의 기술 비즈니스에도 영향을 준다. 보다 중요한 것은 모바일의 성장은 사회가 기술을 소비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윌슨에 따르면 수백만명의 개인이 네트워크 노드로 작동하고 있으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부상하고 있다. 기업들은 우버(수송), 스퀘어(결제)와 같은 스타트업들이 해당 산업에 대한 기존 기업들을 무너뜨릴 수 있는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

■벤처투자자가 CIO/CMO에게 던진 시사점

스타트업과 다른 사업자들이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붕괴시키고 있는 시점에서 CIO, CMO는 새로운 장애물과 함께 기회를 얻게 된다.

도전이라는 관점에서 기존 기업 CIO/CMO는 새로운 회사들이 자사 규모보다 훨씬 큰 비즈니스를 수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보다 영리한 리더라면 스타트업들이 추구하는 아이디어나 실행해보거나 배워야 한다.

CIO는 단순히 컴퓨팅 인프라스트럭처를 관리하는 것보다 비즈니스 혁신을 이루는데 훨씬 높은 가치를 둘 필요가 있다. 마찬가지로 CMO는 마케팅 조직이 현재를 너머 비즈니스가 나갈 방향에 대해 가치를 창출해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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