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aS 시대, CFO-CIO 겸직도 가능한 이유

일반입력 :2013/11/20 17:30    수정: 2014/06/18 13:40

손경호 기자

클라우드 환경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메시지가 부쩍 늘었다.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과 같은 분야에서 IT업무를 진두지휘하는 최고정보책임자(CIO)보다 CFO가 비중 있는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SaaS)가 IT인프라에 영향을 미치면서 CIO가 하는 역할은 기존 IT인프라 구축에서 벗어나 기업 혁신, 비즈니스 변혁 및 몰입 관련 업무쪽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얘기도 많이 들린다. SaaS는 CIO 뿐만 아니라 CFO의 역할에도 변수로 등장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지디넷에 따르면 SaaS 환경에서 특히 클라우드 기반 ERP 스위트에서 CFO는 실시간 데이터 및 비즈니스 정보에 접속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됐다. CIO 전유물로 여겨진 SaaS 구축을 통한 비용절감, 효율성 증대가 이제 CFO의 성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SaaS를 활용하는 CFO들은 또 수요자 요구에 따른 온디맨드 비즈니스 정보 및 재무 데이터에 관한 사항, 외부 아웃소싱 업체들과 내부 조직이 보다 잘 연결될 수 있도록 하거나 쉽게 해외로 사업을 확장하는 일 등에 대해 기존 CIO가 갖고 있었던 일부 역할을 대신할 수 있게 했다.

■SaaS 도입으로 CFO가 얻는 것

지디넷은 환경친화적인 포장 전문회사 바이오팍 내에서 벌어진 CFO와 CIO 역할 변화를 사례로 들었다.

중간 규모 회사인 바이오팍이 사용하는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은 물류, 재무, 회계, 거래청구, 고객관계관리(CRM), 재고 및 주문관리 등은 모두 SaaS 형태로 제공된다.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점에 비즈니스 관련 애플리케이션은 민첩하면서도 유연하게 접근해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고객 관련 실시간 정보도 마찬가지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SaaS 기반 ERP 스위트다.

직접 설치해 쓰는, 이른바 온프레미스 ERP 스위트도 앞서 언급한 것들을 다룰 수 있다. 그러나 유연성, 민첩성면에서 온프레미스식 접근법은 비즈니스 성장을 방해한다. 비용 면에서도 불필요한 IT 예산을 배정하고, IT 인프라 구축, 성장저해, 유지보수 비용 증가 등을 초래한다.

이를 감안해 스티브 올레오 바이오팍 CFO 겸 CIO는 ERP 시스템을 넷스위트 '원월드 SaaS ERP'로 교체했다. 빠르게 성장하는 중소기업 입장에서 다국적 기업과 경쟁하면서 실시간으로 비즈니스 관련 정보에 접근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가 최고 가치를 두고 있는 것은 어떻게 (모든 비즈니스 영역에서) 같은 수준의 통제와 고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라며 SaaS를 통해 이를 구현했다고 말했다. 또 4배 이상 비즈니스 규모가 커지더라도 같은 수준으로 비즈니즈에 대한 통제 및 가시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바이오팍은 엑셀 스프레드시트, 회계프로그램(MYOB) 애플리케이션을 SaaS ERP로 교체했다. 이를 통해 월별, 실시간 비즈니스 상황을 검토할 수 있게 됐다.

그는 SaaS 기반 ERP는 단순히 월말 실적에 대한 결과를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시간 통합 정보, 월말 조정 프로세스를 알려 준다고 말했다. 이러한 작업을 수행하는게 어렵지도 않았다. 기존 온프레미스 방식과 달리 이틀만 교육을 받더라도 관련 데이터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CFO가 CIO 역할 중 일부를 대체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실시간 데이터 접속은 환율 변동 등과 관련된 기업 내 위험요인에 대해서도 CFO가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SaaS에 대한 오해

SaaS가 가진 큰 강점 중 하나는 조직이 IT 분야에 대한 대규모 선투자를 피할 수 있게 해줘,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현금 흐름을 보다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SaaS가 기존 온프레미스와 비교해 비용이 저렴한 것은 아니다. 올레오는 클라우드가 온라인 환경에서 구현되는 것이기 때문에 저렴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많은 ERP시스템은 대개 5년 수명을 가진다. 그 뒤로 업그레이드가 이뤄지지 않으면 다음 5년에 대해 재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방식은 기존 온프레미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올레오는 SaaS는 비즈니스 변화에 촉매로 작용했을 뿐만 아니라 CFO는 물론 CFO와 CIO간 관계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CIO는 그동안 기술적인 마법에 숨어 조력자 역할을 해왔으나 클라우드 환경에서는 이러한 역할이 보다 투명해졌다. 클라우드가 CFO에게 더 많은 역할을 손에 쥘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클라우드 환경에서 나오는 비즈니스 요구사항에 대해 보다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스크립팅, 프로그래밍과 같은 복잡한 문제들은 기술전문가들에게 맡기면 된다는 것이다.

중간 규모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바이오팍과 같은 기업에서는 CFO와 CIO 역할을 함께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그는 조언했다.

■기술적 도전과제, CIO 역할 아직은 유효

그렇다고 해서 CIO가 아예 사라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IT전문 시장조사업체 텔사이트 선임 애널리스트 로드니 게다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이 문제를 바라봤다.

그는 조직 내 기술 부문에서 CIO가 기여하는 역할이 줄어드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CIO는 어떤 애플리케이션을 적용해야 하는지, 이를 통해 어떤 가치를 얻을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여전히 많은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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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O는 아직까지 기술적 의사결정에 강점이 있고, 향후 애플리케이션 통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피할 수 있게 해준다고 게다 애널리스트는 강조했다.

그는 CIO가 여전히 기술적 도전을 해결하는데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으며 CIO가 CFO에게 보고하는 체계를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