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뇌, 저명 정신과 교수는 다르다?

일반입력 :2013/11/15 19:13    수정: 2013/11/21 17:30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과 일부 정신의학과 교수들이 게임중독법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가운데 다른 접근 방식과 반론이 또 다른 정신과 교수로부터 제기돼 주목된다.

15일자 한겨레 칼럼에서 이영식 중앙대학교병원 정신과 교수는 게임중독법의 신중함을 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유는 간단하다. 일부 국내 정신의학과 교수들의 주장과 달리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정신의학과 교수들이 인터넷이나 게임 문제 접근에 있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즉 일부 국내 정신과 교수들의 “게임중독이 아동 청소년들의 뇌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은 그야말로 자기만의 ‘주장’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달 31일 국회에서는 신의진 의원실 주최로 ‘4대 중독예방 관리제도 마련 토론회’가 열렸다.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에 대한 각계 의견수렴 및 4대 중독 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도출하려는 목적의 공청회였지만 편파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정신과 교수들이 다수 참석한 이번 공청회에서 나온 주장은 “게임이 아이들의 뇌 발전에 있어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방수영 강남을지병원 정신과 교수로부터 나온 얘기다.

또 연세대학교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 의사 출신 신의진 의원도 게임으로 고통 받는 아이들과 가족들을 많이 겪어봤다면서 게임중독 치료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신 의원은 게임을 마약, 알코올, 도박과 함께 4대 중독 물질로 규정하고 보건복지부가 통합적으로 예방 및 치료할 필요가 있다는 법안을 발의한 장본인이다.

하지만 이영식 교수에 따르면 해외에서의 연구 발표는 사뭇 우리나라의 ‘그것’과 다르다. 최근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최된 ‘세계 정신의학협회 연차회의’에서는 세 명의 미국의 세계적인 전문가를 통해 “인터넷과 게임 문제는 매우 신중하고 진지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주제 발표가 이뤄졌다.

이 자리에 다녀온 이영식 교수는 권위적인 정신과 교수들의 발언을 종합해 세계 어느 나라에도 인터넷이나 게임 문제에 통일된 진단 기준이 없고 현상에 대한 조사 방법에서도 통일된 기준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인터넷이나 게임 문제를 ‘병’ 혹은 ‘장애’로 단정하고 살펴보기 섣부르다는 지적이다.

지난 5월 출시된 미국정신의학회의 정신장애 진단 매뉴얼 연구그룹 또한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만으로는 정식 질병명으로 등재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게임이 뇌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많은 연구 결과가 있다”는 국내 일부 정신과 교수들, 그리고 학부모 단체의 주장과 상반된 내용이어서 주목된다.

이영식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중독법과 같이 법제화를 통해 마약, 알코올, 도박과 함께 통합 관리하는 식의 접근 방법은 신중하지 못하다”고. 또 “게임과 인터넷이라는 큰 가상세계 안에 중독 현상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 개념이 존재하기에 이런 연구가 훨씬 큰 범주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제안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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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그는 “게임 때문에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우울장애, 부모와의 애착장애 현상 등이 일어난다는 1차원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말로 게임중독에 대해 더 연구하자는 편에 서 있다.

익명을 요구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같은 정신과 교수들 사이에서도 게임중독에 대한 이견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며 “게임이 아동 청소년들의 뇌 발달에 악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의 출처 그리고 이 연구가 얼마나 심도 있게, 복합적인 방식으로 이뤄진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