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 와이브로, 솟을 구멍있나

일반입력 :2013/10/07 10:51    수정: 2013/10/07 17:13

정윤희 기자

7년 만에 약 100만명.

토종 통신기술 와이브로의 초라한 성적표다. 상용 서비스 1년도 안 돼 약 700만명의 가입자를 모은 LTE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더 이상 장비를 개발하는 곳이 없는데다 기술 진화 방향마저 불투명하다. 세계 시장에서도 퇴출 수순이다. 지난 2006년 상용화 당시의 장밋빛 기대는 깡그리 사라진지 오래다.

정부도 국산 통신기술 와이브로를 놓고 사실상 출구전략에 들어갔다. 제4이동통신 사업자에게 시분할 LTE(LTE-TDD) 선택의 여지를 주며 와이브로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점을 마침내 인정했다. 지난 2월 이계철 옛 방송통신위원장이 “(와이브로의 LTE-TDD 전환은)있을 수 없는 일”고 못 박는 등 그동안의 미련을 감안하면 상당한 방향 선회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3일 와이브로 전담반에서 도출한 와이브로 정책방향을 원안대로 확정, 발표했다. 기존 2.3GHz 대역에서 제공 중인 와이브로 서비스는 유지하되, 새로 할당하는 2.5GHz 대역의 경우 사업자가 와이브로와 LTE-TDD 중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골자다.

대신 와이브로는 국방분야, 재난안전망 등 틈새시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재난망 지지부진-KT까지 발끈

7일 업계 안팎에 따르면 미래부가 ‘유지’ 정책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와이브로의 명운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이 팽배하다. 일단 가장 많은 가입자를 보유한 KT(90만명 이상)가 기존 와이브로 주파수의 용도 변경을 요구하고 있는데다, 안전행정부가 추진 중인 재난망 사업 역시 오리무중이기 때문이다.

KT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와이브로 주파수(2.3GHz)의 LTE-TDD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토론회에서는 “제4이통에만 LTE-TDD를 허용하는 것은 특혜”라는 다소 강경한 발언까지 내놨다. 미래부는 현행 전파법상 휴대인터넷으로 용도를 한정해 할당대가를 산정, 할당했기 때문에 용도변경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미래부가 와이브로를 공공망, 재난망 등으로 사용하겠다고 했지만 현재로서는 장담키는 어려운 상황이다. 재난망 사업은 주관은 안행부인만큼 미래부의 지원은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수준에 머물 뿐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실제로 최병택 미래부 통신서비스기반팀장은 토론회에서 “공공망, 재난망 등은 미래부가 주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확정해서 말하기 보다는 최대한 채택되도록 도움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언급키도 했다.

정작 안행부의 재난망 사업이 지지부진인 것도 악재다. 당초 지난 6월 나올 예정이었던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재난망 예비타당성 조사보고서 발표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기획재정부는 내년도 예산에 재난망 관련 사업비를 반영하지 않았다. 10년째 끌어오던 재난망 사업이 또 해를 넘기게 된 것이다. 현재 재난망 사업에는 모토로라의 테트라 방식과 와이브로가 2파전을 벌이고 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미래부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와이브로를 살리고 싶어 하기 때문에 공공망, 재난망 등을 거론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재난망 사업이 언제 결론이 날지 여부도 불투명하고 와이브로가 채택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며 “만약 떨어질 경우 와이브로 기술은 거의 퇴출되는 수순을 밟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4이통, 와이브로? LTE-TDD?

제4이통사 역시 와이브로가 아닌 LTE-TDD를 선택해야 한다는 의견도 쏟아진다. 당장 한국모바일인터넷(KMI) 컨소시엄이 이달 중으로 LTE-TDD에 기반을 둔 제4이통 사업권에 도전할 계획이다.

김성철 고려대학교 교수는 “정부가 주파수 대역의 새로운 용도나 활용주체를 결정할 때 공급자 입장보다는 사용자 관점에서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기존 이통사는 와이브로 서비스를 중단하고 LTE-TDD 용도로 활용하는 것을 허용하고 LTE-TDD를 전제로 제4이통을 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륜 연세대학교 교수 역시 “와이브로는 틈새기술로 전락했는데 이에 주파수를 과도하게 할당하는 것은 효율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LTE-TDD가 제공하는 가치는 사용자 후생을 증가시키므로 기존 네트워크에서 LTE-TDD 방식을 혼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새로 2.5GHz 대역을 할당받게 되는 제4이통사가 와이브로를 선택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현재 인터넷스페이스타임(IST)이 와이브로 방식을 기반으로 제4이통 도전을 준비 중이다. 구체적인 신청 일자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자본금 확충 등 준비를 착착 진행하고 있다.

최용제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는 “이미 와이브로는 투자가 끝난 상태인데 반해 LTE-TDD는 새로 네트워크를 깔아야 한다”며 “이를 위한 투자비, 와이브로의 기존 효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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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개발도상국 등 해외진출, 기술 수출 등을 방안 중 하나로 꼽고 있다. 현재 중소 와이브로 장비사들은 해외진출 지원, 특수목적망 등 틈새시장 창출 등을 요구하는 상태다. 미래부도 기존 와이브로의 기술력, 인력 등을 효율적으로 활용키 위해 방안을 강구 중이다.

최지우 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 본부장은 “와이브로 관련 기업들은 기술력, 생태계 등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와이브로가 실패했다고 해도 지금까지의 기술, 인력, 시장 등을 극대화해 활용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