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사들, 어떤 모바일 게임사에 돈 푸나?

일반입력 :2013/09/28 10:18    수정: 2013/09/28 10:21

남혜현 기자

하루에도 수십개씩, 수많은 모바일 게임사가 태어났다 사라진다. 끝내주는 아이디어로 야심차게 '사장님'이 됐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아이디어를 제대로 받쳐줄 환경엔 돈이 든다.

최근 주요 벤처투자사(VC)들이 기대주로 모바일 게임을 주목한다. 그렇다고 모든 게임사에 투자하지는 않는다. 개발사가 많아지다 보니 오히려 자금을 묶어두고 옥석을 가리는 데 집중한다. 투자자들은 매의 눈이다.

어떤 개발사에 돈줄을 푸는지, 투자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복수의 관계자들은 VC들이 대부분 모바일 게임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도 수많은 개발사들을 만나는데 피했으면 하는 아쉬운 부분들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혼자서는 힘들어요

최소 둘 이상 모여라. 가능한 셋이나 다섯 등 홀수가 좋다

김유진 스파크랩스 상무는 대다수 투자사들이 1인 기업은 선호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성공 확률이 낮더란 설명이다. 소규모 회사라도 신경 써야 할 일은 산더미다. 혼자서 개발하고 마케팅하고 재정을 담당하는 일이란 슈퍼맨 뺨칠만큼 대단한 능력을 필요로 한다.

때문에 제대로 투자받고 회사를 키우기 위해선 각 분야서 능력을 검증받은, 혹은 잠재력이 큰 인재를 모아야 한다. 가능한 홀수가 좋다. 셋이나 다섯을 추천하는 이유는 '빠른 결정' 때문이다. 둘이서 의견이 갈라질 때, 나머지 한명이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다. 결정이 빨라야 일의 진행도 수월하다.

구성원들의 '과거'도 중요하다. 꼭 대형 게임사 출신이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물론, 유명한 곳에서 경력을 쌓은 개발자들은 투자를 더 쉽게 받는다. '검증'이 됐기 때문이다. 어떤 게임이 '빵' 터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누가 어떤 배경을 갖고 있느냐는 투자자들을 설득할 유력한 무기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하나의 프로젝트를 끝까지 마무리해 본 경험이다. 이 과거는 투자사들의 관심을 끌 꽤 괜찮은 참고 사례다. 혁신적 아이디어라고 해도, 끝을 맺지 못하면 공상일 뿐이다.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그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이 미약해 실패했다.

■기본부터 충실히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는 사업계획서 작성하는 것 자체가 투자자가 보기에 많이 부족한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라고 지적한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효과적으로 정리하고 알리는 법을 깊게 고민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자신의 일을 얼마나 매력적으로 설명하는가도 대표가 가져야할 미덕이다. 무대에서 아이폰을 소개하는 스티브 잡스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아이폰 마케팅 성공의 팔할은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에서 나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게임' 그 자체다. 게임 개발자는 역시 게임으로 말하는 법. 현재 시장 트렌드를 잘 읽는지, 남의 것을 베낀지는 않았는지, 유사하더라도 확실히 튀는 아이디어가 하나쯤은 들어갔는지가 중요하다.

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위해선, 이 게임이 어떤 시장을 겨냥하는지도 잘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모바일 게임엔 국경이 없지만, 나라별로 잘 통하는 스타일은 있다. 김유진 상무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다면 너무 한국적인 요소는 배제하는 것이 좋다라고 조언했다.

■철학을 가져라

투자 받았다고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실패할 수도 있다. 아니, 그 실패가 쌓여야 성공이 된다. 한 번 실패했다고 다시는 모바일 게임을 안 만들겠다,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면 내가 어떤 게임을 만들려 하는 것인지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다른 말로 하면 자신만의 철할을 가져라로 요약된다.

케이큐브벤처스 김기준 수석팀장은 모바일 게임 투자 검토시 결코 제작하려고 하는 첫 게임이 대박 날 가능성을 보고 결정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시장의 운이 작용하기 때문에 이를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신 설정 방향과 과정이 올바를 것인지에 중점을 둔다는 설명이다. 방향과 과정이 올바르다면, 첫번째, 두번째 게임이 실적이 나지 않더라도 언젠가 대박 게임을 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라고 김 팀장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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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내가 게임을 만들려는 것인지, 아니면 투자를 받으려는 것인지를 확실히 해야 한다. 게임을 잘 만들기 위해 투자를 받는 것인데, 투자 받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버리는 경우도 다반사라는 이야기다. 본말이 전도되면 좋은 게임이 나오기 어렵다. 좋은 게임이라고 꼭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의를 다하지 않은 게임이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박지웅 대표는 투자를 성공의 기준으로 여기는 것을 피해야한다라며 창업의 목표는 훌륭한 회사를 만들어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지, 많은 금액의 투자 유치를 해내는 것이 아닌데 요즘 이 부분을 혼동하는 창업자들이 많은 것 같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