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스마트폰 지문인식, 韓 기술 쓴다"

안건준 크루셜텍 대표

일반입력 :2013/08/14 15:12    수정: 2013/08/15 10:37

봉성창 기자

스마트폰은 그 한계를 모르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많이 얇고 가벼워졌을 뿐 아니라 성능도 PC 못지않게 일취월장 했다. 디지털카메라 뺨치는 화질의 사진을 풀HD급 디스플레이로 감상할 수 있으며, 버튼은 점차 사라지고 음성으로도 다양한 조작이 가능해졌다.

그 다음 스마트폰이 선보일 혁신은 과연 무엇일까. 전 세계 스마트폰 혁신을 이끈 애플은 ‘지문인식’을 주목하고 있는 듯 하다. 당장 다음 달 초 발표될 아이폰5S에 지문인식이 탑재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 세계에서 스마트폰 지문인식 기술에 있어 선두를 달리는 두 기업이 있다. 하나는 오센텍이고 다른 하나는 크루셜텍이다. 두 회사는 지난 5년간 협력을 통해 스마트폰 지문 인식 기술 개발을 진행해왔다. 그러던 중 지난해 오센텍이 애플에 인수 합병되면서 크루셜텍은 BTP(Bio Track Pad) 기술은 안드로이드OS 스마트폰 진영의 유일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지만 애플을 제외한 거의 모든 메이저 스마트폰 제조사와 공급을 추진 중입니다.”

지난달 30일 만난 안건준 크루셜텍 대표는 확신에 차 있었다. 지문인식은 차세대 스마트폰의 필수 기능이 될 것이며, 이미 그렇게 돼 가고 있다는 것이다.

안 대표의 말을 뒷받침하는 가장 강력한 근거가 바로 애플의 움직임이다. 지금은 안드로이드 진영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여전히 애플은 전 세계 스마트폰 기술 동향을 주도하는 기업이다. 즉 애플이 하면 다른 회사도 안 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미 주요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과 공급을 검토 중이며, 특히 중국 메이저 3사와도 긴밀하게 협력중입니다. 일본, 미국 업체와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발표된 팬택의 베가 LTE-A도 크루셜텍의 BTP 기술이 적용돼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과거에도 간간히 지문인식 기능이 적용된 휴대폰이 나왔지만 그때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뛰어난 인식률을 보인다는 평이 줄을 잇는다.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지문인식 모듈을 만들기 위해서는 크게 나눠 그 재료가 되는 IC 생산과 지문을 식별해내는 알고리즘 특허 그리고 이를 포장해 패키징 기술 세 가지가 필요하다. 크루셜텍은 알고리즘 특허와 패키징 기술에 있어서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문인식 센서를 스마트폰에 탑재하기 위해서는 내구성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기본적으로 낙하 충격을 견디지 못하면 안되겠죠. 이 지점이 다른 기업에서는 흉내내기 어려운 크루셜텍 BTP 만의 강점입니다. 아마 애플도 이 부분에서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겁니다.”

안 대표의 예상은 적중할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 이후 애플이 아이폰5S 홈버튼에 지문인식 센서를 탑재하기 위해 튼튼하고 긁힘이 없는 사파이어 홈버튼을 검토하고 있다는 예상이 나왔다.

BTP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고 많은 특허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크루셜텍이 비애플 진영의 모든 스마트폰에 지문인식 센서를 납품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안 대표도 이 지적에 대해서는 동의했다. 대신 전 세계 1위는 충분히 가능한 목표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미 블랙베리 부품 공급을 통해 옵티컬 트랙 패드(OTP)에서 세계 1위를 경험해 본 그다.

“전 세계 스마트폰 지문인식 센서 시장에서 적어도 50%는 차지할 것으로 자신합니다. 언젠가 경쟁사들이 흉내 낼 수는 있겠지만 이미 기술력 격차가 상당히 큰 상황입니다.”

지문인식 기능은 은행, 인터넷 쇼핑, 웹서핑, 개인정보 보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하다. 더 이상 귀찮게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할 필요도 없고 공인인증서 등도 필요없다. 세상에 둘 도 없는 지문 인식이 제공하는 강력한 본인 인증 능력 때문이다.

그러한 점에서 크루셜텍이 국제적 권위의 온라인 인증 컨소시엄 FIDO(Fast Identity Online) 이사회 맴버인 점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국제 표준을 정하는 집단에서 이사회 맴버의 힘은 상당히 막강하다. 국내 중소기업에 불과한 크루셜텍은 IT공룡 구글과 동시에 이사회 맴버로 가입했다.

“도대체 한국의 조그만 기업이 어떻게 FIDO 이사회에 들어갈 수 있었냐며 다들 놀라는 눈치더군요. FIDO는 이미 전 세계 본인 인증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했습니다.”

전 세계 본인인증 시장은 회장사인 페이팔을 중심으로 하는 FIDO와 인텔, 구글, 애플 등 4자 구도를 형성하다가 구글이 FIDO에 합류한 이후 인텔도 가입 의사를 밝히면서 독자노선을 추구하는 애플과 FIDO가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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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안 대표가 밝힌 지문인식 센서 최적의 위치는 다름 아닌 스크린이다. 지금은 기술적 한계로 제품 하단이나 뒷면에 센서가 위치하지만 향후에는 화면에 손가락을 대는 것으로 지문 정보를 인식하는 방향으로 바뀔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문인식 센서 기술 이외에 터치스크린 기술도 중요해진다. 그리고 크루셜텍은 MS-TSP라는 독자 터치 스크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크루셜텍을 단순히 스마트폰 부품 공급만 하는 회사로 키울 생각은 없습니다. 진보 기술을 바탕으로 하나의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 그것이 크루셜텍이 가진 역량이자 비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