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건준 크루셜텍 “삼성·블베 홀린 비결은…”

일반입력 :2013/03/20 08:50    수정: 2013/03/20 08:53

정윤희 기자

슥- 손가락을 쓸어내리는 것만으로 화면 잠금을 해제한다.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하나, 사진파일 하나 걸어놓은 잠금도 손가락 하나면 끝이다.

지문 인식 기술(BTP)을 적용한 스마트폰, 베젤(화면 테두리) 없는 디스플레이(MS-TSP)…. 차세대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폰 출시가 성큼 다가왔다.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국내 중견 기업이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맞붙겠다고 나섰다.

기술력이 있으니 러브콜들이 밀려든다. 삼성전자, 블랙베리, 모토로라, HTC, 레노버, 샤프… 일일이 꼽기보다는 ‘애플 빼고 전부 다’로 표현해야할 정도다. “세계 시장에서 붙어볼 만하다”는 자신감의 비결이기도 하다.

안건준 크루셜텍 대표는 “기본적으로 국내 기업 중 전 세계와 일대일로 붙을 수 있는 회사는 별로 없다”며 “크루셜텍은 올해 가장 핫(hot)한 회사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크루셜텍은 소프트웨어, 솔루션, 반도체, 휴대폰 케이스까지를 아우르는 종합 기술 기업이다. 옵티컬 트랙패드(OTP)를 블랙베리에 90% 이상 납품하며 급성장했다.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국내업체 중 유일하게 ‘주목해야 할 기업’의 영예도 얻었다.

■“애플 아닌 삼성처럼”

크루셜텍 자신감의 기반은 특허에 기반을 둔 기술 경영이다. 현재 회사 내 연구개발을 담당한 인력만 300명에 이른다. 중견 기업에는 흔치 않은 숫자다. “하는 분야가 좀 많긴 한데…” 다소 쑥스러운 듯 입을 연 안 대표는 애정과 자신감 섞인 직원들 자랑을 끊임없이 쏟아낸다.

안 대표의 지론은 “우리가 천재들의 그룹이 아니다”는 것이다. 애플 같은 ‘천재’ 스타일 보다는 삼성전자 같은 ‘수재’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최초의 기술’을 내놓기보다는 넓은 시야로 이를 상용화, 사업화 시키는 것. 이것도 기술력이 뒷받침 돼야 가능한 얘기다.

“좋은 아이디어는 세상에 많지만, 이를 상용화 시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잘 나가는 벤처기업이 어느 순간 고꾸라지는 이유지요. 기술을 개발하며 이를 컨버전스하고, 나아가 또 다른 기술을 만들어내 특허화 하고. 이런 것이 쌓여야 10년, 20년 후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회사에요.”

‘내 것’에만 집착하면 어느 순간 퇴보하면서 성장의 흐름에 맞추지 못한다. 흔히들 말하는 ‘자기 안에 갇히는’ 현상이다. 기술을 개발하고, 여기에 외부 기술을 도입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아이디어를 사는 것도 꺼리지 않는다. 크루셜텍이 아예 회사 내에 로펌 출신 7명으로 구성된 전문 특허 그룹을 만든 이유기도 하다.

그렇다고 방향성 없이 되는대로 건드리는 것은 아니다. 안 대표는 크루셜텍을 ‘인풋솔루션 프로바이더’로 정의한다. 디스플레이, 솔루션, 인터페이스(UI), 사용자경험(UX), 심지어 게임까지. 단순히 하드웨어, 혹은 소프트웨어 하나만 잘하는 것은 부족하다.

■“목표는 굿컴퍼니…빅컴퍼니 의미 없다”

또 다른 경쟁력은 과감한 결단력이다. 사실 지금에야 다양한 솔루션을 개발, 제공 중이지만 크루셜텍은 당초 광통신 기반 회사였다. 나스닥 1~3위가 모두 광통신 회사이던 시절, 당시에도 창업하자마자 1억달러 계약을 맺은 곳은 흔치않았다.

그러던 것이 지난 2002년 IT버블 붕괴 때 직격탄을 맞았다. 아무리 회사가 잘나가도 시장 자체가 무너지니 소용이 없었다. “모바일로 가자.” 안 대표는 이를 ‘버림의 미학’으로 정의했다.

“당시 조그마한 방에 주말마다 모여서 이를 어쩌나하고 회의를 했어요. 거기서 나온 결론이 광통신을 버리자였죠. 삼성도 광통신 하겠다고 나설 때, 그 어마어마한 기술들을 다 버렸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당시의 선택이 맞았다. 지금의 크루셜텍은 내로라하는 글로벌 제조사들이 주목하는 기업이다. 안 대표조차도 “만약 당시 광통신을 끌어안고 있었으면 망했을 것”이라고 회상한다.

크루셜텍의 지향점은 ‘굿컴퍼니’다. 숫자에 대한 목표보다는 회사 문화, 시스템이 원활하게 동작하는지, 내부 커뮤니케이션이 어떻게 이뤄지는지가 관심사다. 단순히 외형적인 성장만 달성한 ‘빅컴퍼니’는 의미 없다.

안 대표는 “올해가 설립한 지 만 12년이 지났지만 벤처마인드는 철두철미 하다”고 강조한다. 덩치가 커지면서 중견기업으로 분류될 뿐 도전정신은 여전하다는 말이다.

해외 사업에 좀 더 공을 들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크루셜텍은 이미 미국, 중국, 베트남 법인을 가지고 있으며 베트남에서는 추가로 부지 매입을 예정했다. 내년 MWC에서도 좀 더 큰 부스를 차리고 관람객을 맞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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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부터 ‘글로벌 기업’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시작한 크루셜텍에게 해외 시장이라고 해서 가지는 부담감은 없다. “해외가 더 쉬웠어요.” 마치 공부가 제일 쉬웠다는 서울대 수석 합격자 인터뷰에서 나올 만한 말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이런 회사가 내부적 프로세스와 기술력이 있으면 돈을 못 벌리 없지 않겠어요?(웃음)” 자신만만하게 웃는 안 대표의 얼굴이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