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는 해커 없다"...보안벤처의 한숨

일반입력 :2013/08/07 08:22    수정: 2013/08/07 14:33

손경호 기자

최근 정부는 보안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업계의 우려에 화답해 최정예 정보보호 전문인력 5천명 양성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정보보호산업 시장 규모 역시 2배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장에서 인력을 뽑아야 하는 보안회사 입장에서는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더구나 해킹 기술에 대해 연구하고 순수하게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시작한 회사들도 새로운 인력 수급은 가장 큰 골칫거리다.

지난 5일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사무실에서 만난 황석훈 타이거팀 대표는 도전하는 해커가 없다며 한숨지었다. 황 대표가 이끄는 타이거팀은 지난해 3월 회사를 창업한 보안벤처회사로 이제 1년 반째를 맞았다.

그는 기존 인력 외에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숨은 고수 해커들을 영입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그러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오히려 해킹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실력을 갖춘 친구들일수록 이 분야를 직업으로 갖고 싶지는 않다는 냉소적인 반응이 나왔다는 것이다.

기존 백신, 보안장비 등 외에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고 일할 수 있을만한 부분도 없다는 것이 이들이 보안회사 입사를 꺼리는 이유 중 하나라고 황 대표는 지적했다.

결국 보안벤처 혹은 보안 업종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준전문 인력들 사이에 보안은 비전이 없다는 얘기를 늘어놓은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황 대표는 이 점이 매우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젊은 친구들이 해킹과 관련 다양한 보안 서비스를 직접 개발하고, 이를 통해 새 시장을 직접 열어가는 것이 아니라 '해서 되겠냐'며 냉소적인 반응만 보이는 것이 문제라고 밝혔다.

일반 IT 업종과는 또 다르게 보안 분야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보안 서비스나 기술 중 아직 개척되지 않은 분야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해킹이나 해킹기술을 바탕으로 이를 방어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일은 고도의 집중력과 끈기가 요구된다. 네트워크, 운영체제(OS) 등에 대한 기본 수준 이상의 지식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페이스북이나 구글과 같은 회사들이 매년 정기적으로 해커톤 프로젝트를 여는 이유도 이와 같은 벤처문화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다. 해커톤은 해킹과 마라톤의 합성어로 정해진 시간 내에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낸 뒤 이에 대한 최종결과물을 내놓은 작업이다.

국내에서는 에스이웍스가 해커톤을 통해 스미싱 방지용 앱인 '스미싱 가드', 스마트폰 내 파일을 완전삭제하는 '에스 브러시' 등을 결과물로 내놓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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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해커톤에서 나온 여러가지 아이디어들을 해당 회사들의 서비스나 제품에 그대로 반영되기도 한다. 페이스북의 경쟁력은 해커톤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보안벤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 뿐 아니라 보안, 해킹 기술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도전정신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