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형 아이폰4 美 수입에 애플이 목맨 까닭

일반입력 :2013/08/04 08:27    수정: 2013/08/04 11:08

이재운 기자

아이폰4는 출시된 지 3년이 지난 구형 제품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애플의 어엿한 주력 제품이기도 하다. 가격과 성능 면에서 애플의 '쓸만한 보급형 제품' 역할을 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판매금지 거부권 행사 결정은 애플과 아이폰4가 미국 내에서 갖는 비중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3일(이하 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미국국제무역위원회(ITC)가 결정한 애플 구형 제품의 미국내 반입금지 조치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애플은 다시 한 번 웃게 됐다. 애플의 2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상회한 데에는 바로 아이폰 구형 제품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애플이 지난 23일 발표한 2분기(회계연도 3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아이폰을 3천120만대 판매해 매출 증대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음을 볼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아이폰4와 4S 등 두 구형 제품이 기업용 등 단체 판매를 통해 실적에 크게 기여했다는 점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당시 오히려 아이폰5는 기대치를 밑돌았다고 분석했었다.

ITC가 지난 6월 미국내 수입금지를 결정한 애플 제품에는 바로 이 아이폰4가 포함돼 있었다. 아이폰4는 비록 출시된 지 3년이 다 된 구형 제품이지만, 여전히 쓸만한 성능과 함께 애플의 iOS 업데이트 지원 대상에 포함되어 있어 큰 불편함을 느끼기 어렵다. 최근 공개된 최신 버전의 iOS7 역시 아이폰4에도 지원된다.무엇보다도 매력적인 점은 가격이 상당히 낮다는 점이다. 현재 미국에서 아이폰4 8GB제품은 24개월 약정기준 99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물론 8GB라는 적은 저장용량 제품이라 다소 망설여지는 부분도 있지만, 보급형 제품을 찾는 스마트폰 소비자들에게 괜찮은 선택이다.

즉 아이폰4는 4S와 함께 미국 시장에서 '제조사의 지원이 확실한 보급형 스마트폰'으로서의 입지를 가져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이는 더불어 미국 내에서 애플의 입지 강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애플은 ITC의 수입금지 판결 이후에 삼성전자가 관련 절차를 더 빠르게 시행할 것을 요구하자, 이에 대해 ‘미국내 고객 보호’를 이유로 반대하기도 했다.

당시 애플은 ITC에 제출한 문건을 통해 “(판매금지 발효시) 모든 부문별 애플 제품의 제공 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애플이 “입문자용 제품 구매자를 고객으로 끌어들일 기회를 잃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이 논리가 오바마 정부를 설득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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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자신들을 ‘미국 기업’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춰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국 경제에 기여한다는 점을 강조해왔으며 오바마 대통령도 이 점에 주목해왔다는 점에서 결국 ‘미국내 소비자 보호’라는 미국 내 이해관계가 서로 맞아 떨어졌고, 이는 아이폰4가 미국 시장에서 갖는 의미에 대해 다시 주목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오는 9월 애플이 저가 보급형 아이폰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플라스틱 소재 채용과 다양한 색상을 도입한 보급형 아이폰이 노리는 수요가 바로 아이폰4와 일치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이폰4 판매는 머지않아 자연스럽게 종료되겠지만 그 전 까지 아이폰4가 그 간격을 매워주기를 애플이 기대하고 있다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