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게임, 끝나지 않는 ‘오토’와의 전쟁

일반입력 :2013/07/07 08:00    수정: 2013/07/07 08:51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가 진하듯, 온라인 게임도 인기가 높을수록 따라 커지는 골치 아픈 문제가 바로 불법 자동 프로그램, 즉 오토다.

‘오토가 없는 게임은 비인기 게임’, 또는 ‘오토가 많으면 인기 게임’이라는 정의가 성립될 만큼 오토는 인기가 높은 게임일수록 극성을 부리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정상적으로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이 큰 불편을 겪지만 게임사들의 제재에도 오토 사용자들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게임 속 불법 프로그램은 크게 게임 내 캐릭터를 자동으로 또 반복적으로 조작해 성장시켜주는 ‘자동 사냥 프로그램’과, 게임 내 규칙과 공식을 무력화 시켜 캐릭터 성장을 남보다 빠르게 도와주는 ‘핵 프로그램’으로 나뉜다.

두 경우 모두 시간을 들여 게임을 즐기고 캐릭터를 성장시켜 나가는 이용자들에게 박탈감을 안긴다. 아무리 열심히 해봐야 편법으로 플레이되는 캐릭터의 성장 속도와 실력을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의 경우 사냥터를 점령한 오토 때문에 정상적인 몬스터 사냥과 아이템 수집, 미션 수행 등에 어려움을 겪는 일은 매우 흔한 경우다.

1인칭슈팅(FPS) 게임의 경우 핵 프로그램으로 벽을 뚫고 총알이 들어온다던지, 총기의 성능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든지 하는 등 정상적인 이용자들을 화나게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 같은 문제에 게임사들은 정기적으로, 또 수시로 비정상 프로그램을 사용해 게임을 즐긴 불법 사용자들을 찾아내 계정을 일정 기간 정지시키거나 영구 차단시킨다. 경우에 따라 몇 번의 경고 조치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지만, 심할 경우 바로 영구 차단이라는 철퇴가 내려지기도 한다.

대표적인 오토와의 전쟁을 실시한 게임사는 엔씨소프트다. 이 회사는 지난 2008년 말 ‘아이온’을 출시하면서 오토 이용자와 배포자들이 사라지도록 엄벌할 것을 선포했다. 이 회사는 오토 프로그램 배포 사이트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진행했으며, 게임 내 불법 이용자들 수 만 명을 색출해 제재를 가했다. 당장의 이용자 수 감소까지 감수한 결과 아이온의 게임 내 환경은 타 MMORPG에 비해 깨끗이 운영될 수 있었다.

이 같은 강력한 단속과 처벌에 대한 효과가 나타나자 아이온 이후 출시된 대작 MMORPG들 역시 오토와의 전면전을 선포하며 정상적인 이용자들의 권리 지키기에 나섰다. 2011년 2월 한게임 역시 오토 프로그램 등 비공식 프로그램 이용자에 대해 강력히 대응할 것을 공지하며, 수천 개의 계정에 대해 이용 정지 등 강도 높은 조치를 취했다.

이런 노력들은 지난 5월 엑스엘게임즈가 아키에이지 오토와의 전쟁 선포까지 이어져 왔다. 당시 이 회사는 불법 프로그램 근절을 위해 형사수사 및 고발, 경고장 발송 등의 방법을 통해 불법 프로그램 사이트 중 8곳을 접속 차단 및 폐쇄 조치시켰다고 밝힌 바 있다. 꾸준한 오토 사용자 제재를 통한 게임 내 환경 개선 조치도 실시해 왔다.

가장 최근에는 넥슨 자회사 게임하이가 ‘서든어택’ 불법프로그램 제작 및 유포자들을 색출하기 위한 적극적인 수사 의뢰, 고발을 진행하겠다고 밝혀다. 또 게임 내 자체 단속을 강화해 게임 안팎으로 불법 프로그램 사용을 원천적으로 차단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게임하이 측에 따르면 최근 이 회사가 수사 기관과 협조해 6월 이후 검거한 불법 프로그램 개발자 및 유포자는 8명에 달했으며, 현재도 추가 고발로 인한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계속해서 회사 측은 게임 내 단속 강화를 위한 ‘실시간 불법 프로그램 단속 대응팀’을 구성해 대내외적으로 철통 방어 체제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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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관계자는 “메이저 게임사, 인기 게임들 위주로 불법프로그램 단속이 계속 이뤄지고 있는 것은 그 만큼 오토 사용자가 많고 또 단속이 쉽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면서 “일부 게임사의 경우 매출을 유지하고 게임 접속자 수를 고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오토를 방치하는 경우도 있지만 최근에는 인식이 바뀌어 단속이 강화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오토 프로그램 사용 위법성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내린 불법 프로그램 배포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 시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한 게임법 조항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판결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정상적인 방법으로 게임을 플레이해야 한다는 이용자들의 올바른 인식이 다시 한 번 새겨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