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클라우드, 세탁기와 세탁소의 싸움

백승주입력 :2013/05/31 08:30

백승주
백승주

새로운 IT 기술이 등장해 시장에 유행할 때 이 기술의 미래를 살펴보는 방법이 있다. 바로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 비슷한 형태로 향유하고 있는 것이 있는지에 대한 측면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일상 생활의 모습을 IT 기술과 연결해보면, 이 기술이 미래에 주요한 형태로 자리잡을지 아니면 그 반대가 될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우리는 가정에서 세탁기를 사용한다. 세탁기라는 기계는 대부분의 가정에서 소유하고 있는 중요 가전기기 중 하나인데 모든 의류를 다 세탁할 수는 없다. 집에서 세탁할 수 없는 의류는 세탁소를 찾아 적절한 방식으로 의뢰한다. 교통 수단 역시 이와 유사하다. 자가용을 이용하기도 하고 운전 면허가 없거나 대중 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더 편리할 경우에는 택시나 버스, 기차 등을 이용한다.

이처럼 IT와 아무런 연관이 없어 보이는 예들이지만 요즘 IT 시장을 매우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클라우드(서비스)와 소프트웨어의 선택권에 대한 부분이다. 2~3년 전부터 시작된 클라우드라는 단어는 이제 IT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생활에도 대중화됐다. 혹자는 클라우드 형태가 곧 IT 기술의 답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소프트웨어가 필요하지 않은 시대가 가까운 미래의 모습일까?

다른 영역보다 쏠림 현상이 매우 심한 곳이 IT 분야일 것이다. 경쟁사나 계열사가 특정한 기술을 사용했을 경우나 지인들이 어떠한 기술을 사용하는데 괜찮다라고 이야기하며 권할 경우, 해당 기술에 대한 이용량은 급증하고 이 기술이 미래의 청사진이라고 여길 수 있다.

다시 일상의 예제로 돌아가보자. 세탁소가 앞으로 빨래 시장의 유일한 미래라고 판단해 모든 세탁기에 대한 이용을 중단하고 폐기했다고 생각해보면 재미있는 일이 발생한다. 바로 남에게 맡길 수 없는 형태의 의류가 있는 경우이다. 거꾸로 세탁기가 미래라고 생각해 모든 세탁소가 문을 닫는다면 쉽게 세탁하기 어려운 소재나 부피의 세탁물을 처리할 세탁기를 사야만 한다.

본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전자가 답일 수도 있고 후자가 답일 수도 있다. 만약 비슷한 여건을 가진 사람들이 여럿 있다면 세탁소에서 사용하는 특정 기계를 공동 구입해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일까? 세탁소는 공용 클라우드(Public Cloud)의 비유이다. 누구나 비용만 지불한다면 용도에 맞게 요청한 형태로 해결이 가능하다. 반면 세탁기는 소프트웨어의 비유이다. 본인의 입맛에 맞게 사용할 수 있지만 처리할 수 없는 경우도 생기고 사전에 이를 다 구비해야 한다는 선투자가 필요할 수도 있다. 기업의 경우엔 외부에 조직의 데이터를 모두다 제공하고 요청할 수 없기에, 조직만을 위한 세탁소를 지은 형태를 취할 수 있는데 이를 우리는 사설 클라우드(Private Cloud)라고 칭한다.

클라우드 영역별로 IT 시장에는 많은 플레이어들이 있다. 2012년까지만 하더라도 일부 벤더는 공용 클라우드가 미래라고 주장하고, 또 다른 일부 벤더는 소프트웨어와 이를 이용하여 특정 조직을 위한 클라우드를 칭하는 사설 클라우드가 정답이라고 주장해왔다. 이렇게 주장할 수 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해당 클라우드가 주요한 수익원이었고 인기가 식어버리면 수익이 줄어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3년 현재는 공통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부분이 많아졌다. 바로 둘 다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 그리고 이 상황은 언제든지 필요할 때 변경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필요에 따라 세탁기도 사용할 수 있어야 하고 세탁소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여러 형태의 세탁기를 모아 본인만을 위한 세탁소를 지을 수도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바로 하이브리드 형태이다.

클라우드뿐만 아니라 이미 우리 주위에는 하이브리드 형태가 매우 많다. 인터넷 기반의 저장소, 일명 웹하드 형태의 기술이 대중화되기 전에는 데이터를 다른 곳으로 가져가는 방법은 USB 드라이브 형태의 외장형 장치가 많이 사용됐었다.

지금은 USB 드라이브 형태도 이용하지만, 웹 하드에 업로드해 놓고 원하는 장소에서 다시 다운로드를 할 수도 있다. 동일한 사용자가 사용하는 여러 디바이스들이라면 이를 이용해 자동으로 동기화까지 제공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의 저장소, 즉 논리적인 저장소가 이용되는 것이다. 아직까지 어느 한쪽이 없어지는 형태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용량이라던가 네트워크 속도에 따라 둘을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저장소의 모습을 띄고 있다.

결국 상황에 따라 정답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기술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소멸과 생성을 반복하지만 어느 한쪽이 자연적으로 소멸되는, 다시 말해 생활의 패턴이 완벽하게 바뀌어, 반대쪽이 필요하지 않아졌을 때 소멸된다. 서비스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부분도 이러한 모습을 띌 것이고 한 쪽의 기술이 다른 쪽 기술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 없기에, 더 정확하게는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달라지기에 둘 다 발전하는 모습으로 진행될 것이다.

양단의 기술이 공존할 경우에는 시소의 움직임을 조절할 수 있는 장치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 원할 경우 본인의 데이터를 움직일 수 있는 모습이어야 한다. 공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다가 동일한 형태의 소프트웨어나 사설 클라우드를 사용하고 싶다면 데이터에 대한 이전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클라우드에 대한 데이터 표준이 만들어지고 벤더가 이를 준수해야 하며 이를 가로막는 서비스나 소프트웨어내의 제약도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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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스러운 사실은 많은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 서비스 벤더가 시장의 요구 사항에 수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에 주력하던 벤더는 공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만들고,공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던 벤더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제공한다는 형태를 보인다. 모든 벤더들이 모두 똑같은 모습은 아니지만 눈에 띄게 유사한 모습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소프트웨어, 사설 클라우드, 공용 클라우드, 그리고 등장할 무언가. 정말 많은 IT 기술이 우리와 비즈니스 조직에 등장하고 있다. 한쪽으로 치우치는 형태의 모습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경로를 기술 벤더는 제공해야 하며 이는 기술적 장벽이 높지 않아야 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세탁소와 세탁기, 대중 교통과 자가용, 외식과 밥솥과 같은 형태의 서비스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고, 어느 한쪽도 아직까진 없어지지 않고 용도에 맞게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의 IT 기술에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백승주 IT컬럼니스트

IT 칼럼니스트, Microsoft 기술 전도사(Evangelist), IT 트렌드 및 주요 키워드를 다루는 꼬알라의 하얀집(http://www.koalra.com)을 운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