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8, 게임 플랫폼으로 통할까

정진권 오르카 이사, 윤형근 엔필 연구소장

일반입력 :2013/05/30 08:18

윈도8 컴퓨터가 경쟁사 태블릿처럼 '비싼 장난감' 대열에 동참할 수 있을까. 마이크로소프트(MS)가 벌여놓은 '판'만 놓고 보면 진입 조건 자체는 대등하다. 단말기가 터치스크린에 특화된 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품었고, 사용자가 '윈도스토어'라는 앱 장터를 통해 그에 알맞은 콘텐츠와 소프트웨어(SW)를 쓸 수 있다.

이 경우 문제는 애플의 아이패드나 안드로이드 진영의 태블릿처럼 다양한 즐길거리가 있느냐다. 음악이나 영상같은 콘텐츠는 지역마다 공급 주도권을 쥔 저작권사와의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라 빠른 확대가 어렵다. 게임은 윈도8이 개인소비자용 태블릿 시장에서 얼마나 먹혀들 것인지를 예측할 가늠자로 꼽힌다.

이에 지디넷코리아는 국내 윈도8 태블릿 기반의 게임개발자들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페이스북용 드래그방식 퍼즐게임 '젤리대시'와 소셜네트워크 아케이드액션 '킹덤앤드래곤'을 출시한 오르카, 한게임 유명 퍼즐 '버즐'을 출시한 엔필, 2곳의 엔지니어를 만났다.

오르카에서는 정진권 기획이사(이하 '정')가, 엔필에서는 윤형근 연구소장(이하 '윤')이 담당 엔지니어로서 인터뷰에 응했다. 이들은 각각 HTML5 웹앱과 C++같이 컴파일을 거치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다루면서 그에 관한 윈도8 앱 플랫폼에 대해 파악한 특성을 제시했다. 전반적으로 오르카는 HTML5 기반으로 웹앱 형태의 라이트게임을 만들어 여러 플랫폼에 공급하는 접근을 취했다. 이와 달리 엔필은 C++ 처럼 전통적인 프로그래밍과 컴파일을 거쳐 단말기 성능을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게임을 개발한 경험을 밝혔다.

게임 개발과 공급은 국내 소규모 업체가 글로벌 서비스를 목표로 도전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MS 입장에선 킬러 콘텐츠 확보 차원에서 윈도8 태블릿 게임 개발을 독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출시 7개월이 흐른 윈도8 운영체제(OS)에 대한 업계 평가가 여전히 미지근한 가운데, MS에게 게임 플랫폼으로써의 경쟁력 입증은 윈도7 PC가 낫더라는 시장 반응을 넘어설 전제조건이 아닐까.

오르카와 엔필로부터 게임 플랫폼으로써의 윈도8의 가능성에 대해 들어본 결론은 여러 플랫폼 환경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윈도8 시장의 잠재력에 기대를 걸 수 있다는 쪽으로 수렴했다. 윈도8 태블릿만을 바라보고 과감한 투자를 결정한 것은 아니지만, 여러 플랫폼을 지향할 때 윈도8 개발 효율성이 높기에 고민이 작다는 뜻이다. 다음은 정 이사와 윤 소장, 2명과의 1문1답이다.

■태블릿 게임≠모바일 게임

-두 회사 모두 2011년 설립된 것으로 안다. 윈도8 기반으로 제작, 출시한 대표적인 게임을 간단히 소개해 달라

윤: 앞서 여러 플랫폼 앱으로 개발했던 '버즐'을 OEM방식으로 공급했다. 제조사와 계약해 출시 전 단계의 윈도8 기반 단말기에 미리 탑재(프리로드)했다는 뜻이다.

정: iOS용으로 먼저 출시된 '코스믹범프'를 윈도8 쪽으로 이식했다. 곧바로 개발한 게 아니라 앞서 KT와 손잡고 HTML5 기반으로 포팅한 적이 있었다. 이걸 윈도8용으로 만들었다.

-개발툴은 어떤 것을 쓰는지

정: 모바일 게임이 있으면 우선 크롬 브라우저 기반으로 HTML5 버전을 만들어 돌려 본다. 그 다음 포팅할 때 X코드, 이클립스, 비주얼스튜디오를 쓴다.

윤: 해당플랫폼마다 특화된 도구를 활용한다. 비주얼스튜디오로 윈도8용을 만드는데, 윈도폰8용으로 포팅하기 쉬운 건 장점이다. 다른 플랫폼용의 경우 오르카와 비슷하게 스마트폰 OS별로 먼저 만든다.

-주된 이유는 물론 이용자층 확대에 있겠지만, 그래도 굳이 따로 꼽을만한 윈도8 게임 개발 배경이 있을지 궁금하다

윤: 윈도8 사용자층을 스마트폰 단말기 사용자 시장과 별개로 여겼다. 단순히 출시플랫폼을 늘린다기 보다는 성향이 다른시장을 개척했다는 의미가 크다.

정: HTML5 버전으로 포팅한 이후 웹기술을 지원하는 여러 플랫폼으로 이식하는 방안을 찾아왔다. 윈도8말고도 타이젠용 게임으로도 낸다. 향후 파이어폭스OS 기반으로도 내놓는 계획도 고려중이다.

윤: 우리는 버즐을 C++로 개발했기때문에 이식이 쉽지 않았다. 다행히 윈도8 소프트웨어개발도구(SDK)가 우리가 쓰려던 구조와 유사한 형태로 SDK를 지원해 일부러 포팅을 하기로 결정했다.

-윈도8이 게임플랫폼으로써 어떤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생각하나

윤: 카카오톡게임처럼 쉽게 화제를 모을 수 있는 영역은 게임 자체를 몰입도가 큰 취미로 인식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이른바 '라이트게임(캐주얼게임)'이 많다. 그런 점에서 비교해 보면 윈도8 플랫폼은 'X박스'같은 별도 기기로 게임을 즐기는 열성유저용 플랫폼으로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

-윈도8은 '태블릿'만 바라본다. 윈도8의 결과물을 옮겨담기 편하다는 윈도폰8이 국내 정식 출시될 기미도 없다. 글로벌 점유율도 아주 높진 않다. 경쟁사 OS들이 스마트폰과 태블릿 사용자 환경을 모두 겨냥할 수 있는 것에 비하면 개발효율 측면에서 불리하지 않나

정: 휴대폰 사이즈에 맞춘 게임을 태블릿에 돌리면 UI 측면 등 어색한 부분이 나올 수밖에 없다. 윈도8 게임은 처음부터 태블릿 환경에 맞추기 때문에 그럴 일이 없다. 화면에 표시돼야 할 정보량이 많은 소셜네트워크게임(SNG)같은 시장이 태블릿 기기에 특화된 콘텐츠로 충분한 시장성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조작성이 중시되는 액션게임같은 경우 큰 화면은 좀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윤: 지금까지 만든 게임 특성이랄까, 작은 화면에서 즐길 수 있는 게임 위주로 만들어왔다. 그런 경우엔 태블릿 사용자들에게 큰 인기가 없을 줄 알았는데, 꼭 그런 건 아니었다. 아이패드와 안드로이드태블릿에 출시한 게임을 윈도8 장터에 유무료버전으로 내놓고 다운로드 추이 등을 관찰해 봤다. 윈도8 버전의 사용자들이 절대적인 숫자상 아이패드보다 너무 작아 맞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꽤 즐기고 있었다.

-MS가 윈도8을 터치스크린 또는 마우스와 키보드 입력에 모두 대응하는 OS로 선전해왔는데, 게임도 그렇게 서로 다른 조작방식을 모두 받아들이게 만든 적은 없나

윤: 버즐의 게임모드가 3가지다. 모두 기본적으로 터치스크린 조작인데, 그중 1가지는 마우스나 키보드만 갖고도 즐길 수 있다. 통용시키긴 어렵다.

정: 그런 거 없다. 모든 게임은 터치스크린 전용이다. 터치 전용 게임을 키보드로도 조작할 수 있게 만들면 게임의 근간이 흔들리기도 한다.

■윈도8 하드웨어 성능이 갑

-윈도8 게임 개발을 위해 '표준화된 단말기'가 필요할까? HTML5 기반이라면 여러 플랫폼에 대응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라 짐작은 되는데

정: 이기종 플랫폼간에도 비교적 이식이 쉬워서 윈도 태블릿에서라면 표준 단말기가 필요치 않을 정도다. 화면효과를 포함한 그래픽처리를 위해 '코코스2D'라는 엔진을 쓴다. 이걸로 게임을 만들면 iOS나 안드로이드로 포팅하는데 하루도 안 걸린다. 그 HTML5 대응 버전이 나와 별도 지식 없이도 이식하기 어렵진 않았다.

거꾸로 HTML5기반 웹앱 버전을 만들어 안드로이드(내장 브라우저)에서 실행할 수도 있긴 한데 하드웨어 성능을 효율적으로 못 썼다. 갤럭시S3같은 단말에서도 느렸다. 이것 때문에 'K앱스'용으로 같이 내려다 결국 따로 포팅했다. 향후 윈도폰이 국내 정식 출시된다면 별도 성능 테스트를 해봐야될 것 같다.

윤: 버즐같은 게임은 나름대로 화면효과가 화려한 편이다. 기본적으로 웹기술보다는 iOS든 안드로이드든 네이티브앱으로 먼저 만든다. 오르카처럼 HTML5 기반 개발도 고려했으나 원하는 연출을 구현하기엔 결과물이 너무 느릴 것 같았다. 모바일기기 환경을 기준으로 최적화시 윈도용으로 이식할 때 성능 걱정을 던다.

기본적으로 전제되는 하드웨어 성능은 윈도8 기기 쪽이 iOS나 안드로이드 장치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판단된다. 처음 아톰기반 CPU가 나왔을 때도 동격 ARM계열에 비해 성능이 뛰어났다. 게임개발환경에선 CPU 이상으로 GPU 영향도 많이 받는데, 대부분 아톰계열에는 인텔HD 그래픽칩이 내장돼 있다.

-그래픽 얘기가 나온 김에…윈도 게임용 그래픽 라이브러리 '다이렉트X'는 어떤지 궁금하다. 기존 윈도시리즈에선 지원 안 되는 '다이렉트X11.1'을 활용한 게임 개발은 과연 '할만한 것'인가

윤: 다이렉트X를 사용하긴 한다. 하지만 우리가 만드는 게임이 최신버전의 API를 일일이 찾아 써야 할 정도로 '무겁게' 돌아가는 게임은 아니다. 다이렉트X 버전마다 새로워지는 부분은 분명 있다. 그러나 그 차이가 게임을 즐기는 입장에서 엄청나게 다른 건 아니다. 개발자입장에서 성능을 최적화하거나 복잡하게 나뉘어 있던 명령어를 통합하는 식이다.

그래서 결과물로 사용자에게 주는 느낌을 바꾸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고도화된 3D그래픽을 활용하는 업체들이라면 모르지만 태블릿 플랫폼을 겨냥한 캐주얼게임 개발사들에겐 큰 관심사항이 아닐 수 있다.

정: 안 쓴다. 우리 게임은 웹기반이라 다이렉트X를 적용할 수 없다. 되더라도 다른 단말기에 효율적으로 이식할 수 있어야 되니까.

엄격히 말하면 여러 플랫폼 대응을 지향하는 모바일 게임업체로서 다이렉트X 사용 자체에 부담을 느끼게 된다. 타 OS 단말기에서는 돌아가지 않는 것이니까. 다만 윈도8이 태블릿에 특화된 환경이라 생각하면 그 플랫폼 위주로 개발한 게임으로 다른 플랫폼을 아우르는 게임과 차별화시킬 수 있을지 모른다.

■윈도8, 국내서 잘 풀릴까

-소문이지만, 다음달쯤 MS가 시범 공개할 윈도8.1 업데이트에 작업표시줄에서 없앴던 시작단추가 또 생긴다는 얘기가 들린다. 터치스크린 조작 환경을 겨냥한 앱들의 시장 기회가 위축되지 않을까

정: 윈도7과 윈도XP의 시작단추가 사라졌다는 이질감 때문에 윈도8의 기본 조작환경에 불평이 많다. 데스크톱모드에서도 기본적으로 쓰게 돼 있는 '메트로UI(또는 모던UI)'가 마우스와 키보드 입력체계엔 안 맞는단 반응이다. 시작단추가 되돌아온다면 오히려 많은 사용자들이 윈도8을 써보겠다고 마음을 돌리지 않을까. 그래도 태블릿(터치스크린) 장치를 기반으로 게임을 만드는 회사 사업과 직접 연관성은 없을 것 같다.

윤: 짐작컨대 우리가 알고 있는 기존의 '시작단추'는 안 들어갈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의 거부감은 익숙하지 않은 것으로 변화가 이뤄졌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듯하다. 특히 윈도8의 문제는 터치 환경을 겨냥해 만든 OS를 터치스크린이 없는 기기에도 밀어넣었다는 점일 수 있다. 터치하면 편리한데 아니면 불편한.

우리는 윈도8이 업데이트후 데스크톱 중심으로 노선을 돌이키더라도, 터치스크린을 제대로 지원하기만 하면 괜찮다. 터치 조작을 아예 지원하지 않는 식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그러진 않을 것이다. MS 협력사 인텔에서 CPU가 아닌 브릿지 쪽에 터치 관련 센서를 탑재하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인터뷰 시점은 '서피스프로'와 '서피스RT' 국내 출시 이전이었다.) 한국MS가 조만간 국내에 서피스 태블릿을 출시할 것 같다. 삼성같은 제조사도 윈도8이나 윈도RT 단말기 팔려고 준비하는 분위기다. 제조사들로부터 '프리로드 앱' 공급 요청은 없었나

정: 이미 출시된 게임 가운데 LG쪽에 OEM 형식으로 깔리는 앱을 제공한 사례가 있다.

윤: 윈도8용으로 개발하기 전에 레노버에서 제안을 받았다. 출시해보지 않겠냐 해서, 처음엔 못한댔다가 검토후 윈도용으로 포팅을 한 거다. 레노버 그리고 삼성.

-아직 터치스크린을 탑재한 윈도8 단말기가 많이 풀리지 않았으니 미래를 보고 투자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올하반기에도 지금처럼 윈도8 게임 출시 쪽으로 계속 투자할 수 있는 분위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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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까놓고 말하면 윈도8 기기 시장에서 딱히 성과를 내지 않아도 큰 문제가 안 된다. HTML5 기반으로 만들어서 여러 플랫폼에 출시할 수 있으니까. HTML5 버전에서 윈도8 앱으로 바꾸는 건 개발과정상 추가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물론 윈도8의 잠재력에 기대를 건다. OS가 많이 깔리면 좋겠다.

윤: 오르카처럼 HTML5 기반으로 하진 않지만 개발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체개발 엔진을 쓰니 비슷하다. 윈도8을 포함해 이미 출시된 플랫폼들 각각에 게임을 올릴 때 코드를 크게 손보지 않아도 된다. 향후 윈도8 플랫폼이 기술적으로 많이 바뀌어 개발부담이 갑자기 커진다면 고민하겠지만 지금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