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라인, 베트남서 한류 타고 ‘쑥쑥’

일반입력 :2013/04/09 08:53    수정: 2013/04/09 15:48

전하나 기자

#한국 생활 5년차인 베트남인 주부 브티눙㉘씨는 요즘 베트남에 계신 친정엄마와 ‘카카오톡’으로 일상을 주고 받는 재미에 푹 빠졌다. 한국으로 시집 온 뒤 고향을 한번도 찾지 못했다는 그는 “아이를 키우다 보니 PC로 이메일이나 화상 채팅 등을 하기가 전보다 쉽지 않았는데 카카오톡으로 실시간 안부를 주고 받으니 편하다”며 “얼마 전부터 현지에 있는 친구들이 카카오톡으로 먼저 연락해오는 일도 늘었다”고 했다.

#올 초부터 베트남 지사에서 파견 근무 중인 최호철㊷씨는 지난 2월 베트남 최대명절인 ‘뗏(Tet·설)’에 맞춰 제작·배포된 ‘라인’ 스티커를 베트남인 동료에게 보낸 뒤 뜻밖의 저녁식사 초대를 받게 됐다. 최씨는 “라인 덕분에 고국에서 보내지 못하는 설을 동료들과 함께 하면서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사이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대표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과 라인이 베트남 시장에서 각각 100만 가입자를 넘어서며 파죽지세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글로벌 앱마켓 분석사이트 앱애니를 보면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현재 카카오톡과 라인은 각각 iOS와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무료 부문 10위권 안팎에 올라 있으며 해당 마켓 최고 매출 부문 상위권에는 ‘활’, ‘윈드러너’, ‘다함께 차차차’ 등 카카오톡 인기 게임도 다수 포진해 있다.

올 초까지만 해도 베트남 메신저 시장은 미국의 ‘왓츠앱(WhatsApp)’, ‘바이버(Viber)’, 중국의 ‘위챗(Wechat)’, 베트남 현지 ‘잘로(Zalo)’가 4파전 경쟁 구도를 이뤘다. 하지만 최근 카카오톡과 라인이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에 나서면서 이 같은 분위기가 반전됐다는 평가다.

카카오는 지난달부터 한류 스타 ‘빅뱅’과 베트남 현지 인기 정상의 배우 미두가 같이 출연하는 TV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NHN은 이달 초 페이스북 공식 계정을 통해 아이폰5, 뉴아이패드, 아이패드 미니 등을 내건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사용자들의 가입 유치를 활발히 꾀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들 기업이 수십억원대 마케팅 비용을 책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톡, 라인이 왓츠앱 등과 달리 언어 지원 뿐 아니라 보다 지역적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것도 강점이다. 가령 라인은 복권결과, 길일흉일 정보 등 현지화 콘텐츠를 선보이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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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이동통신서비스업계의 양대 선두주자인 비나폰(Vinaphone)과 모비폰(Mobiphone)이 이달 초 왓츠앱, 바이버 등에 대해 3G 망사용료 인상을 단행하는 등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도 우리 기업에는 호재다. 이들 외산 기업보다 뒤늦게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NHN과 카카오는 현지 이통사들과의 적극적인 제휴를 통한 데이터 요금 패키지 상품 출시 등을 검토하고 있다.

현지 시장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은 전체 인구의 50%가 K팝에 열광하는 30대 미만의 젊은 연령층으로 동남아시아 중에서도 성장 잠재력이 큰 모바일 시장”이라며 “카카오톡, 라인 등이 한류 열풍을 타고 전폭적인 지지를 얻으며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