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SAP, HP 어플라이언스 '3각 로맨스'

일반입력 :2013/03/29 08:32    수정: 2013/03/29 08:48

빅데이터 공략에 속도를 내려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SAP와 협력중이던 HP의 손을 잡았다. MS와 SAP가 'HP 어플라이언스'란 우산아래 차세대 데이터웨어하우스(DW) 시장서 경쟁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앞서 HP는 SAP 고성능분석어플라이언스(HANA)를 위한 하드웨어(HW)를 공급해왔다. SAP 소프트웨어(SW)와 HP HW를 합쳐 지난해 출시한 'SAP HANA를 위한 앱시스템'이다. 그런데 최근 MS가 내놓은 'SQL서버2012 병렬DW(PDW)'를 위한 HW도 만들었다. 이게 한국MS가 28일 소개한 'SQL서버2012PDW용 앱시스템'이다.

SAP와 MS가 모두 HP HW 파트너십만 바라보고 있으리란 법은 없다. 하지만 일단 한국MS는 한국HP와 쌓아올린 친밀성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2010년에도 한국MS와 한국HP는 SQL서버2008R2 출시에 맞춰 HP와 공동개발한 DW어플라이언스 '패스트트랙'을 위해 협력했다.

SAP코리아도 한국HP가 가장 믿음직한 HANA 파트너로 남는다. 본사 차원에서 HANA 어플라이언스 우군으로 IBM, 시스코, 델, 후지쯔를 데리고있지만, 시스코, 델, 후지쯔는 기업솔루션 시장에서 IBM과 HP에 비해 신흥사업자다. 지난해까지 어플라이언스 제작역량을 충분히 검증받진 못했다는 평가다. 그리고 한국IBM은 사업부별 경쟁 때문에 HANA 공급에 적극성이 떨어진다.

■HP MS든 SAP든, 고객 입맛에 맞게…

SAP HANA를 위한 앱시스템과 SQL서버2012PDW용 앱시스템이 등장한 배경은 비슷하다. 저비용 고효율 HW에 성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SW를 쓰면서 도입기간과 구축비용을 절감하려는 기업들의 요구에 따라 통합솔루션인 어플라이언스가 대세로 떠오르면서다. HW제조능력이 없는 SAP와 MS가 SW영역에 취약한 HP를 끌어들인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HP에게 여러 SW업체와 협력중인 현 상황은 고객들에게 선택권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그래서 회사는 SAP HANA용과 SQL서버2012PDW용 앱시스템 외에도 자체 DW 어플라이언스인 '버티카'용 앱시스템도 판다.

HP는 고객사가 원하는 내용에 따라 3가지 시스템중 가장 알맞은 걸 공급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어떻게든 HW 판매로 실적을 낼 수 있어서다. 시장에서 SAP와 MS간의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보다는 각자 역할을 찾아가게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최형광 한국HP 상무는 같은 HP담당자가 고객 요구에 따라서 선택적으로 SAP와 MS의 SW를 탑재한 컨버지드시스템을 공급하는 방식이라며 고객이 기존 관계형DB에 통합해 쓰고자 할때는 MS SQL서버2012PDW를, 인메모리기반의 고속처리플랫폼을 원할 때는 SAP HANA(를 추천한다)며 선을 그었다.

반면 SAP와 MS는 서로 타사 솔루션보다 자사 SW가 우월함을 강조해야 한다. 특정 목적에 더 유리한 성능을 보일 뿐아니라 자사 SW가 들어간 앱시스템이 더 범용 환경에 알맞다고 주장해야 선택될 기회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MS-SAP, 빅데이터 DW어플라이언스 전략 닮은꼴

이미 MS와 SAP가 자사 DW어플라이언스 플랫폼을 '빅데이터 대응제품'으로 묘사한다는 점이나 DB업계 1위 오라클을 따라잡겠다는 메시지는 동일하다. 이를 위해 DW플랫폼과 연결되는 관계형DB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조하는 모습도 닮았다.

IT전문가가 아닌 현업 사용자를 위해 '쉬운 빅데이터 활용'을 주창하며 기존에 쌓아올린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생태계와의 연결고리를 활용, 강화하려는 노력도 유사하다.

SAP는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와 비즈니스오브젝트(BO)익스플로러 그리고 HANA플랫폼과 연결되는 시각화도구 '비주얼인텔리전스'를 제공한다. MS는 오피스 프로그램 '엑셀'에 내장된 시각화도구 '파워뷰'와 '파워피봇'을 통해 SQL서버 DB와 SQL서버PDW DW 등의 자료를 다룰 수 있게 했다.

빅데이터 대응기술가운데 날로 비중을 키워가는 '하둡'에 대한 태도도 표면상 다르지 않다. 하둡 데이터를 다루기 위한 기술을 만들어 내놨지만, 하둡 그 자체를 빅데이터와 동일시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다만 하둡 데이터를 SQL 질의 방식으로 쉽게 다루도록 해주는 기술의 특성은 살짝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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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P는 하둡분산파일시스템(HDFS)과 하이브 DB 데이터를 읽어 요약된 데이터만 HANA로 가져온다. 기존 DW플랫폼 구성에 하둡 플랫폼의 데이터를 추출해 얹기만 하는 전형적인 하둡커넥터 기술이다. 이를 포함한 SAP빅데이터 솔루션이 클라우데라, 호튼웍스, HP, IBM, 히타치데이터시스템즈(HDS)와 협력해 제공된다.

MS는 기존 SQL서버에 쓸 수 있는 하둡커넥터를 제공해왔지만 SQL서버2012PDW에 '폴리베이스'라는 엔진을 새로 담았다. 폴리베이스는 일반사용자가 입력한 SQL명령어를 정형데이터와 하둡 포함 비정형데이터 영역에 함께 돌려 결과값을 내놓는 기술로 묘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