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모바일게임사 ‘그때 그 시절’

일반입력 :2013/03/20 08:45    수정: 2013/03/20 09:15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은 지난해 7천800억원대 시장 규모에서 올해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과 함께 게임 이용자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장밋빛 전망이 가득하다. 열명의 인력도 갖추지 않은 소규모 개발사가 하루에 억대 매출을 기록하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기기도 하는 시장이다.

모바일 게임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서 실행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구동되는 만큼 기존 PC 게임이나 콘솔 패키지 게임보다 제작하기가 쉽다. 또 글로벌 시장이 자연스레 구축된 오픈마켓을 통해 배급되는 만큼 유통 과정도 한결 간단한 편이다.

이러한 이유로 성공 가두를 달리는 모바일 게임사를 보는 대중의 시각은 어느 날 갑자기 확 떠오른 회사로 보기도 한다. 단순히 스마트폰 시장이 커지면서 시장 진출 시기를 잘 맞췄다거나 우연한 결과로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그러나 현재 국내서 눈에 띄는 모바일 게임 회사들의 출발부터 지금까지를 살펴보면 지금의 성공을 뒷받침할 만한 경험이 밑받침이 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써나갈지 주목하게 한다.

■컴투스 “옥탑방에 모인 친구들의 글로벌 시장 도전기”

모바일 게임 하나로 국내 정상의 자리에 오른 컴투스, 시작은 게임이 아니었다. 대학 친구 셋이서 졸업 후 넘치는 아이디어와 수중의 몇 백만원 돈으로 만들어진 옥탑방 사무실이 이 회사의 출발점이다.

이들은 MP3플레이어를 만들어 보려 했지만 자본이 없었고, 시장을 선점 당했다. 이후 PC통신 시절 하이텔이나 천리안 등 다른 회사 포털에 퍼져있는 정보를 한 번에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 ‘PC파인더’를 개발했다. 그러나 타사와 정보 공유를 꺼렸던 상황에 어느 회사와도 손잡지 못했다. 이후 댄스 게임 콘트롤러 제작 유통도 중국산 유사 제품에 무릎을 꿇었다.

1999년 옥탑방의 도전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무선인터넷이 가능한 휴대폰 소식을 듣고 콘텐츠 수요를 예상, 게임이 부각될 것이라고 판단해 이동통신사의 서비스 콘텐츠 공모전에 뛰어들었다. 결국 이통사를 통해 그해 8월, 무료 시범 서비스로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을 열었다. 이후 2000년 국내서 유료 모바일 게임 서비스가 속속 등장했다.

피처폰 시절, 당시도 지금처럼 모바일 게임 시장은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고 급격한 성장 속에 혼란도 많았다. 그 속에서 테트리스의 국내 모바일 라이선스를 획득하고, 순수 창작게임으로는 ‘붕어빵타이쿤2’라는 인기작을 내놓게 된다. 이 게임은 국내 최초 100만 다운로드 모바일 게임으로 기록됐다. 피처폰 시절에서 온갖 부침과 성장통을 겪던 이 회사는 ‘미니게임천국’, ‘슈퍼액션히어로’, ‘액션퍼즐패밀리’ 등의 밀리언 셀러를 내놓으며 2007년 코스닥 시장에 오른다.

2008년 애플이 아이폰을 선보였을 당시 컴투스는 글로벌 앱스토어 가능성을 간파했다. 국내 출시도 이뤄지지 않은 때 국내 개발 최초 아이폰 게임인 ‘Crazy Hotdogs’를 내놓고 이듬해 5종의 게임에서 주목할 매출을 올렸다. 세계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 2011년 국내 매출과 해외 매출이 동등한 수준에 올랐고, 글로벌 마켓 공략과 함께 중국과 일본 등 주요 이통사에 브랜드샵을 열면서 올해는 1천억원 매출을 목표로 50여종의 게임을 내놓는 글로벌 게임 기업으로 오른다는 계획이다.

■13년째 한길 게임빌, 게임을 즐기는 마을…게임 빌리지

게임빌의 시작은 지난 2000년부터 출발했다. 올해로 13년을 맞이한 국가대표 급 모바일 게임 회사의 시작은 송병준 대표가 대학 시절 학내 벤처 창업동아리인 ‘벤처’에서 그린 밑그림이 바탕이 됐다. 사명 ‘게임빌’은 ‘게임 빌리지(Game Village)’의 준말로 많은 게임을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 마을을 뜻한다. 처음부터 많은 게임을 즐겁게 할 수 있는 곳을 표방한 것이다.

관악구 봉천동의 작은 회사로 출발한 게임빌은 휴대폰 게임과 콘텐츠의 가능성을 믿고 한 길을 걸어왔다. 회사 설립 이듬해인 2001년 ‘라스트워리어’와 같은 피처폰 게임을 선보이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우선 게임빌 브랜드를 드높인 게임으로 ‘놈’ 시리즈를 들 수 있다. 휴대폰을 돌리는 발상의 독특한 원버튼 게임으로 회사 측은 이 게임을 통해 휴대폰을 활용할 줄 아는 게임사로 눈도장을 받았다고 설명한다. 이 게임은 해외서도 인정을 받으며 ‘기준면 변경을 통한 모바일 게임 운영 방법’이라는 아이디어 특허를 받기에 이른다. 이 게임은 최근까지 6종의 시리즈로 출시됐다.

2004년 출시작 ‘물가에돌튕기기’는 수면에 돌을 튕기는 놀이인 물수제비를 원버튼 게임으로 개발한 것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 시카고트리뷴 지는 ‘2005 최고의 비디오게임 톱10’에 선정하기도 했다. 이 게임은 스마트폰 시대에 들어와 유니티 3D 엔진으로 부활하기도 했다.

2002년부터 지금까지 해마다 출시되고 있는 게임빌 프로야구는 국내 최장수 모바일 게임 시리즈로 꼽힌다. 모바일 게임 시장이 개화되지 않았을 때지만 50만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초창기 버전 개발에 참여햇던 김주영 실장은 “당시부터 소형, 저사양의 휴대폰 게임에 최적의 게임을 개발해 온 것이 게임빌의 모바일 특화 개발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봉천동에서 2007년 구로디지털단지로 둥지를 옮긴 게임빌은 한국 모바일게임 최초로 미국 애플 앱스토어 매출 순위 1위를 기록한 RPG ‘제노니아’ 시리즈를 비롯해 ‘피싱마스터’, ‘몬스터워로드’ 등의 SNG로 글로벌 모바일 게임사 입지를 굳히기 시작했다. 지난해 선보인 자체 게임 운영 시스템 ‘게임빌 서클’을 가동, 전세계 2억5천만 다운로드를 이끌어냈으며 ‘펀치히어로’, ‘카툰워즈’와 같은 외부 개발 게임의 흥행으로 국내 퍼블리싱 강자로 자리를 잡았다.

2009년 코스닥 상장, 2012년 서초동 신사옥 이전 등을 거친 게임빌은 매년 역대 최대 실적을 갱신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모바일 게임사로 주목을 받는다.

■위메이드 “모바일로 단숨에 전력질주”

국내 모바일 게임 강자로 갑자기 떠오른 위메이드는 전통적인 모바일 게임 회사인 게임빌, 컴투스와는 다른 길을 걸어왔다. 온라인 게임에 매진하던 위메이드는 최근 들어 국내서 어떤 회사보다 빠르게 모바일 게임 시대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0년 설립 이후 모바일 게임을 처음 내놓은지 1년도 되지 않았다. 그간 이 회사는 ‘미르의 전설’이라는 탄탄한 온라인 게임으로 중국 시장서 큰 성공을 거두며 지금까지 왔다. ‘미르의 전설2’, ‘미르의 전설3’, ‘아발론온라인’, ‘창천온라인’ 등이 위메이드의 대표작이다.

위메이드가 모바일 게임으로 집중하는 움직임은 2010년부터다. 이 해 SNG 전문 개발사 ‘위메이드크리에이티브’를 설립하고 조이맥스를 자회사로 인수한다. 지난해부터는 광폭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우선 카카오 제휴 계약을 기점으로 눈에 띄는 족적을 남긴다.

먼저 모바일 게임을 외친 이 회사는 E3, 도쿄게임쇼(TGS) 등 해외 게임 전시회에서 참가하면서 준비중인 모바일 게임을 선보였다. 2012 지스타에는 메인 스폰서로 참가하면서 온라인 게임과 더불어 모바일 게임까지 두 개의 심장을 갖추게 됐다며 스스로 설명했다.

카카오톡 게임 서비스 시작과 함께 지난해 게임대상 모바일 부문 최우수상 수상작 ‘바이킹아일랜드’를 비롯한 3종의 게임을 선보였으며 캔디팡, 슈가팡, 실크로드, 터치파이터 등 연이어 인기작을 내놓았다. 올해 들어서도 윈드러너, 에브리타운 등 모바일 게임 가속도를 붙였다.

특히 윈드러너는 카카오톡 외에도 라인(Line)을 통해 일본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일본과 아시아 시장에서도 통하기 시작한 것. 나아가 글로벌 최대 게임 시장인 중국과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해 올해를 원년으로 삼았다.

■한국형 SNG 시초, JCE : 룰더스카이 JCE는 ‘룰더스카이’라는 팜류 소셜네트워크게임(SNG) 하나로 국내 모바일 게임을 언급할 때 빠지지 않는 회사가 됐다. 그도 그럴 것이 룰더스카이는 모바일 게임의 사업 가능성을 각인시켰다고 업계가 함께 인정하는 게임이다. 또 팜류 SNG 유행을 몰고 온 게임이기도 하다. 이 회사의 첫 모바일 게임이란 점을 감안한다면 더욱 놀라운 부분이다.

이 회사의 스토리는 남다르다. 기존 게임 이용자들은 국내 최초 길거리 농구게임 ‘프리스타일’의 조이시티로 기억하기 마련이다. 2004년 출시된 이 게임은 이용자들로부터 엄청난 반향을 얻었고 ‘프리스타일 풋볼’, ‘프리스타일2’ 등으로 스포츠 게임 명가라는 타이틀을 가진 회사다.

프리스타일로 대표되기 이전은 더욱 흥미롭다. 제이씨엔터테인먼트 사명은 지난 2000년 ‘청미디어’에서 바꾼 것이다. 청미디어란 회사는 1994년 설립된 회사다.

설립 당시 컴퓨터그래픽 학원 원장직을 맡고 있던 김양신 의장은 소프트웨어 산업에 관심을 갖고 교육용 CD 타이틀을 제작했으나 치열한 경쟁과 불법복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PC통신에 올린 게임 관련 정보가 일정 수준 수익을 내자 본격적인 게임 사업에 뛰어든다. 이렇게 탄생한 게임이 1998년 국내 최초 SF MMOG ‘워바이블’이다. 이후 황미나 작가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레드문’이 흥행하며 1세대 온라인 게임 기업 대열에 들어섰다.

매 순간 새로운 플랫폼과 사업을 바꿔가며 지금의 자리에 올라선 JCE다. 후속작 출시가 임박한 ‘룰더스카이’는 내달 서비스 2주년을 맡기에 이르렀지만 여전히 각종 앱 장터에서 상위권 매출을 기록하는 인기 장수 게임이다. 또 넥슨과 협업 개발한 ‘메이플스토리빌리지’도 눈길을 끈다. 최근 조직을 재정비하며 모바일게임개발센터를 마련한 JCE는 유독 지금까지보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회사다.

■소셜게임만 노렸다, 애니팡 신화 선데이토즈

50명 안팎의 비교적 작은 회사다. 설립도 그리 오래 되지는 않았다. 선데이토즈는 그럼에도 국내 모바일 게임史에 빠지지 않는 회사가 됐다. 각종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스마트폰 게임 대중화를 일궈낸 ‘애니팡 for Kakao’ 덕분이다. 이러한 이유로 단숨에 대박을 친 회사로만 인식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 작은 개발사는 소셜 게임이라는 한길을 걸어왔다. 스스로 1등 소셜 게임사라고 설명하는 것도 창업 배경부터 지금까지 이어온 과정 때문이다.

회사를 처음 일군 이정웅 대표와 임현수 이사, 박찬석 이사는 대학 동기다. 각자 다른 회사를 다니면서 스스로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하자는 뜻으로 소셜 게임에 비전을 두고 2008년 회사를 세웠다. 최근 불어난 모바일 게임 개발사 사이에선 맏형에 속한다.

이들이 주목받게 된 게임은 ‘아쿠아스토리’다. 출시 당시 국내서 강력한 소셜네트워크 플랫폼인 싸이월드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PC 버전으로 서비스된 이 게임은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즐길 수 있게 됐고, 모바일 버전으로는 컴투스를 통해 출시됐다. 특히 싸이월드에선 2년 연속 인기 앱 1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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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선데이토즈는 아쿠아스토리를 뛰어넘는 성공을 거두게 된다. 애니팡이 그 주인공으로 다운로드만 2천500만에 달하며 이는 현재진행형이기도 하다. 애니팡의 성공은 카카오 게임 서비스 흥행의 장본인으로도 꼽힌다. 나아가 최근 출시된 ‘애니팡 사천성’도 장수 흥행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얼핏 성공 스토리만 남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숱한 실패를 겪었고 이를 통해 소셜 게임에 대한 신념을 더욱 확고히 한 회사다. 덕분에 모바일로 우르르 쫓아가지 않고 카카오톡의 게임 사업을 기다렸으며, 최초의 한국형 SNS 게임 플랫폼인 네이트 앱스토어에서 주목을 받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