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기업 근무 한국 직원들, 요즘 심경이...

일반입력 :2013/02/25 13:31    수정: 2013/02/25 16:56

봉성창 기자

“입사할 때는 잘 나가는 외국계 기업이라고 주변에서 많이 축하해줬죠. 그래도 매번 이맘때는 괜히 죄인이 된 기분이 들어서 마음이 편치 않아요.”

우리나라에 진출한 일본 기업에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2월 마지막 주는 이른바 몸을 사리는 기간이다. 굵직한 한일 국가간 이슈가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부분 일본 기업들이 2월 22일 다케시마의 날부터 3월 1일 삼일절에 이르는 일주일 동안 적극적인 홍보나 마케팅을 최대한 자제하고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해는 일본 시마네현이 주최한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일본 차관급 인사가 참여하면서 반일 열기가 한층 고조됐다. 회원 약 600만명을 거느린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은 오는 1일부터 일본 제품을 일절 취급하지 않겠다고 25일 밝혔다.

해당 단체는 불매 대상으로 마일드세븐을 포함해 아사히 맥주, 니콘, 유니클로, 토요타, 렉서스, 소니, 혼다 등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 관계자는 앞서 나열한 기업은 예를 든 것에 불과하며 모든 일본 기업이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진출한 대표적인 일본 IT기업으로는 소니와 닌텐도를 비롯해 캐논, 니콘, 올림푸스 등 카메라업체들이 있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닛산, 혼다, 토요타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 기업의 한국 지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주요 경영진 소수를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 한국인이다.

일본에서 사업을 시작했지만 일본 기업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사례도 있다. 가령 소니는 일본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전체 사업 비중을 감안하면 글로벌 기업에 더 가깝다. 한때는 영국 웨일즈 출신의 미국인 하워드 스트링어가 CEO를 맡기도 했다. 게다가 소니는 일본 내에서도 정치색이 없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소니 이외에도 대부분 일본 기업들이 전 세계를 상대로 사업을 펼치고 있는 만큼 민감한 정치 문제에 어떤 방식으로든 개입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심지어 다이소는 이름만 일본과 같을 뿐 실제로는 한국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적잖은 오해를 사고 있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회사는 다이소아성산업과 일본 다이소와 합작 계약을 통해 '다이소'라는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을 뿐, 지난 92년 설립된 아성산업이 꾸준히 운영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기업은 일본 정부의 그릇된 역사인식과 오판으로 들끓고 있는 반일여론으로 인해 사업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내심 걱정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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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직원들 사기다. 매년 비슷한 시기에 같은 문제가 일어나다보니 이제는 내성이 생겨 아무렇지도 않다는 설명이지만, 그럼에도 속내가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자기가 근무하는 회사가 일본계 기업이 아닌 글로벌 외국계 기업이라고 스스로 위안도 해보지만 주변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

일본 자동차 기업에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이들 기업에서 일하는 직원 대다수가 우리나라에서 태어나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한국인”이라며 “같은 한국인으로서 심정적으로 불매운동에 대해 이해하지만 그저 일본 기업에 다닌다는 이유로 매년 겪는 남모를 고충이 적잖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