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영업정지 첫날...유통점 '멘붕'

일반입력 :2013/01/07 17:59    수정: 2013/01/08 08:48

정윤희 기자

“어제 저녁 늦게라도 오시지…….”

“조금만 기다리시면 돼요. 1월 말엔 번호이동 하실 수 있어요.”

7일 오후 종로구에 위치한 한 LG유플러스 대리점. 두세 명의 직원들이 모여 수다를 떨고 있다 문을 열자 돌아본다. 무슨 일로 오셨냐고 묻는 직원에게 “타이통사 가입자인데 번호이동을 하고 싶다”고 말하자 이내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영업정지 때문에 지금은 번호이동이 안 된다”는 말에 아쉬운 듯 머뭇거리자 1월 말에 연락을 주겠다며 이름과 연락처를 받아간다.

영업정지 첫 날, 이동통신시장에는 찬바람이 불어 닥쳤다. 특히 첫 번째로 영업정지가 적용되는 LG유플러스 대리점은 대체로 손님들이 적어 한산한 모습이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SK텔레콤과 KT 대리점이 손님들로 분주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이통3사의 불법 보조금 지급으로 인한 이용자 차별행위에 대한 징계로 영업정지와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영업정지는 각각 LG유플러스 24일, SK텔레콤 22일, KT 20일 순으로 총 66일간 계속된다. 영업정지 기간 동안에는 신규 가입과 번호이동은 금지되며 기기변경과 유선상품 가입 등만 가능하다.

광화문, 종로, 홍대 일대의 휴대폰 대리점을 직접 돌아다녀봤다. 이동통신 대리점, 판매점들은 영업정지와 함께 보조금이 축소되면서 하루 사이 방문 고객 수가 확 줄어들었다며 아쉬워했다.

한 LG유플러스 대리점 관계자는 “어제는 영업정지가 시작되기 전에 최대한 가입자를 모으려고 밤늦게까지 영업을 했다”며 “오늘은 방문고객이 1/3 이하로 줄어들었는데 그나마도 영업정지인 줄 모르고 오신 분들은 다 돌려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LG유플러스 대리점 관계자 역시 “대부분 기기변경, 요금납부 등의 업무를 보러 온 손님들이거나 보조금이 언제쯤 다시 풀릴지 물어보는 손님이 대다수”라며 “기기변경을 하는 고객들도 별로 없다”고 푸념했다.

SK텔레콤, KT 역시 보조금 규모가 줄어들었다. 영업정지 첫날인 만큼 방통위 눈치 보기에 여념이 없는 형국이다. 앞서 방통위는 영업정지 기간 중 불법 보조금 지급이 적발될 경우 사업자 허가취소까지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놨었다.

이통3사를 다 취급하는 한 판매점 관계자는 “어제보다 약 15만원 이상 보조금이 줄어든 것 같다”며 “보조금 정책이 별로다보니 고객들이 왔다가도 그냥 간다”고 한숨을 쉬었다.

관련기사

온라인 역시 마찬가지다. 7일부터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와 이통3사가 함께하는 ‘온라인 폰 파파라치’ 제도가 시행되면서 온라인 휴대폰 판매 커뮤니티 등에서도 큰 폭의 보조금 투입은 눈에 띄지 않는다.

한 휴대폰 대리점 관계자는 “당분간은 방통위 영업정지 때문에 어느 대리점을 가나 조건이 좋을 수가 없다”며 “싸게 사고 싶다면 휴대폰 구입을 영업정지 이후로 미루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키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