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화 전환 게임, 진짜 ‘공짜’ 맞아?

일반입력 :2012/12/29 11:01    수정: 2012/12/29 11:28

‘왕년에 잘 나가던’ 월정액 온라인 게임들의 무료화 전환이 예전부터 이어져온 가운데, 최근 또 한 번 게임업계를 뜨겁게 달군 무료화 선언이 있었다. 바로 ‘테라’가 그 주인공이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테라의 무료화 발표 이후 또 한 번 월정액제 게임들의 무료화 전환이 조명을 받고 있다. 이 전략이 시장에서 또 한 번 통할지에 대한 궁금증도 높아지는 반면, 말로만 무료화일 뿐 더 큰 상술이 숨어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다시 한 번 제기되고 있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을 여러 번 즐겨본 이용자들이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이 있다. 무료화가 ‘공짜’를 뜻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제를 해야만 접속이 가능한 월정액제 게임과 비교해 무료라고 표현될 수 있지만, 사실상 ‘부분유료화’가 더 정확한 표현이다.

그 동안 월정액제 방식에서 부분유료화로 전환한 게임은 수종에 이른다. ▲2008년 ‘마비노기’(넥슨) ▲2009년 ‘대항해시대 온라인’(넷마블) ▲2010년 ‘라그나로크 온라인’(그라비티) ▲2011년 ‘로한’(YNK)을 비롯해 올해 테라(한게임)까지 많은 게임들이 무료화란 이름으로 과금 방식을 변경해 왔다.

부분유료 서비스 전환 당시 마비노기는 동시 접속자 수가 기존 대비 5배 증가했으며, 대항해시대 온라인도 최고 동시 접속자 수 3만을 돌파했다. 또 라그나로크 온라인 역시 동시 접속자수 3배 증가 효과를 본 데 이어, 로한도 최고 동시 접속자 수 3만2천을 기록하며 승승장구 했다.

이처럼 고정 매출 확보라는 ‘안전고리’를 풀고 부분유료화로 전환하는 게임들의 목표는 결국 떨어진 인기를 살려내기 위함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마지막 카드’, ‘심폐소생술’에 빗대어 말하기도 한다. 죽어가는 게임의 인기를 무료화로 살려보려는 게임사들의 절박한 선택이 다소 과격하게 표현된 것. 실제로도 이 전략은 현재까지 적중해 왔던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이렇게 서비스 도중 무료 또는 부분유료 게임으로 전환되는 게임에는 함정이 있다고 지적한다. 마치 게임이 무료인 것처럼 이용자들을 유혹하지만 정작 현금을 지르지 않고서는 게임을 제대로 하기 힘든 장치가 치밀하게 숨겨져 있다는 것.

게임의 균형이 무너지는 문제도 지적된다. 기존 월정액제라는 울타리 안에서 비교적 공정하게 게임을 즐겼던 이용자들이 하루만에 ‘돈’으로 무장한 이용자들과 맞서야 한다는 불공정 경쟁이 게임 안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결국 이런 우려는 2008년 ‘마비노기 무료화 반대 사태’를 통해 표출됐다. 당시 일부 마비노기 이용자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다음 아고라 청원 게시판을 통해 서명을 받는 등 집단적인 움직임까지 보였다. 저연령층의 부문별한 유입으로 게임 매너가 저하되고, 캐시샵의 등장에 따라 게임 균형이 붕괴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월정액제에서 도중 부분유료제로 변경되는 게임들이 대부분 똑같은 이용자들의 지적을 받지만, 인기 하락으로 난관에 부딪힌 게임사들은 마지막 수단으로 결국 무료화를 선택하게 된다. 일단 게임을 살리고 매출을 발생시켜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부분유료 게임으로 전환된 게임들이 기존 이용자들을 더욱 당황스럽게 만드는 건 바로 ‘프리미엄’ 또는 ‘VIP’ 서비스다. 결국 이름만 바꾼 월정액 서비스를 무료 게임 안에 슬그머니 껴 넣는 것이다. 이는 결제 고객들만에게만 특별한 혜택을 줌으로써 게임 내의 양극화를 초래한다.

예를 들면 경험치를 더 높게 주고, 게임 내 불필요한 노동 시간을 줄여주는 혜택들이다. 이 때문에 일반 이용자와 결제 이용자들은 출발선만 같을 뿐 성장 속도에서 확연한 차이를 경험하게 된다.

사실 게임사들도 이용자들의 불편과 불만을 예상하지만 오히려 다른 이용자와 비교하게 만듦으로써 결제를 유도하는 전략을 버젓이 사용한다. 경쟁 심리를 자극한다고 볼 수 있지만, 이용자들에게 열등감을 끊임없이 느끼도록 해 결제하도록 만든다.

최근 무료화를 선언한 테라 역시 마찬가지다. 무료라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쳤지만, 이와 함께 월정액 형태의 유료 상품인 VIP 패키지를 선보였다. 이 패키지를 1만4천800원에 결제하면 특별한 혜택들이 주어진다.

거래 중개소 이용 시 발생하는 수수료를 면제 받고, 언제든 원하는 마을로 이동이 가능하며, 평판과 경험치를 추가로 얻게 된다. 즉 무료 이용자보다 더 편리하고 빠르게 고레벨에 도달할 수 있다.

이와 유사한 결제 상품들은 마비노기, 대항해시대 온라인 등 여타 부분유료화 전환 게임에도 들어있다.

나아가 최근에는 ‘카발2’처럼 상용화 서비스 때부터 부분유료 모델을 기반으로 프리미엄 이용권을 동시에 출시하는 모델까지 등장했다. 이를 두고 카발2 이용자들은 서민과 재벌을 나누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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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관계자는 “기존 월정액제 게임들이 무료화 됐다고 선전하고 이용자들을 끌어 모으지만 실상은 더 치밀하게 현금 결제를 유도하도록 만들어진 부분유료 게임일 뿐”이라며 “기업이 이윤을 위해 다양한 유료 모델을 도입할 수는 있지만 과장되고 왜곡된 정보로 이용자들에게 혼란과 불편을 주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공정한 경쟁 구조에서 게임을 즐겼던 기존 이용자들이 갑작스러운 부분유료 전환으로 겪게 되는 불편과 의견을 게임사 측이 보다 존중하고 대우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