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부족한 델의 쇼핑…그 배고픔의 끝은

일반입력 :2012/12/13 08:31    수정: 2012/12/13 10:01

[오스틴(미국)=김우용 기자]올해 델의 M&A 행보는 쇼핑중독자라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로 공격적이었다. 1년전 창립 이래 처음 개최한 연례행사에서 ‘엔드투엔드 엔터프라이즈 솔루션업체로 거듭나겠다’던 마이클 델은 ‘여전히 아직 부족하다’며 M&A 의지를 불태웠다.

12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연례 컨퍼런스 ‘델 월드 2012’ 기조연설에 나선 마이클 델 회장은 “600억달러 매출기업의 반열에 올랐다”라며 “클라우드, 빅데이터, 보안 등이 델을 많은 부분에서 변화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1월 델은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및 서비스 사업부와 소프트웨어사업부를 신설하며, 본격적인 기업고객 중심의 IT솔루션회사로서 행보를 시작했다. 사용자 단말기부터 인프라까지 모든 것을 델의 이름으로 제공한다는 목표아래 퀘스트소프트웨어, 와이즈테크놀로지, 소닉월, 시큐어웍스 등에 50억달러를 투입해 인수했다. 지난 4년간 20여개 M&A에 들인 돈만 120억달러다.

델이 가장 많은 정성을 들인 분야는 클라이언트와 보안이다. 클라이언트 가상화의 SW와 하드웨어를 갖고 있던 와이즈, 백업과 복구의 앱어슈어, 보안서비스의 시큐어웍스, 차세대 방화벽의 소닉월 등이 델 솔루션으로 자리잡았다. 여기에 데이터베이스 백업과 보안을 위한 퀘스트까지 인수했다 .

그러나 마이클 델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입장을 밝힌다. IBM, HP, 오라클과 동급으로 대접받기엔 멀었다는 생각도 언뜻 내비친다.

일단 여러 회사를 사들여 사업영역과 솔루션을 확보하는 것과 별개로, 전체 솔루션을 하나로 묶어내는 ‘컨버지드 인프라’ 서비스 구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올해 델이 내놓은 가장 중요한 발표인 ‘액티브 인프라스트럭처’가 그것이다. 델 액티브 인프라스트럭처는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을 통합해 제공하는 것으로 타사의 어플라이언스 형태의 솔루션이다.

솔루션 개발에는 IBM, HP, 시스코 등의 쟁쟁한 인물을 적극 영입하고 있다. 엔터프라이즈 솔루션그룹은 HP 출신의 마리우스 하스 사장에게 맡겼고, 소프트웨어그룹은 CA 출신의 존 스완슨 사장에게 맡겼다. 그 아래에 모인 인물도 쟁쟁하다. IBM 펠로우인 제이 메논 엔터프라이즈솔루션그룹 CTO, 돈 퍼거슨 소프트웨어그룹 CTO 등이 핵심역할을 맡았다. 네트워킹 분야의 전문가인 시스코출신의 다리오 잠마리안 부사장이 델의 네트워킹 사업을 이끌고 있다.

이 5명이 모여 만들어낸 작품이 액티브 인프라스트럭처다. 이전 통합제품인 V스타트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구성요소 간 결합력을 보여준다는 게 회사측의 강조점이기도 하다. HP가 한때 클라이언트를 포기하려했던 것과 달리 단말기 투자와 포트폴리오 확대를 추구한 전략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가상데스크톱인프라(VDI)와 태블릿․스마트폰 등의 보급으로 PC․노트북 사업에 위기를 겪는 상황에서 델은 클라이언트 투자를 단행했다.

와이즈 인수는 그 정점에 있다. 씬클라이언트와 제로클라이언트 단말기뿐 아니라 가상화 SW와 클라우드 매니지먼트까지 갖고 있었던 와이즈는 VDI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한 델의 전략적 선택이었다.

와이즈의 CEO였던 타칸 메이어 클라우드 클라이언트 컴퓨팅 총괄매니저는 “와이즈는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 백엔드와 사용자 단말기를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라며 “삼성, HP 어느 회사도 해당 분야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까지 통합해 제공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와이즈는 개방형 표준을 통해 백엔드 시스템을 어떤 회사의 제품이든 다 단일 매니지먼트로 통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델의 엔드투엔드 솔루션 전략은 확실히 그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다. 1년이란 짧은 시간동안 공격적인 M&A와 인재 확보를 통해 거둔 성과. 델의 목표와 강조점은 경쟁사인 IBM, HP, 오라클 등과 동일하다. 고객이 원하는 무엇이든 모두 제공하며, 더 효율적이고 쉽게 목적을 이루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확실히 델은 뒤처져 있다. 경쟁사들이 명확한 메시지와 솔루션 구성으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것과 달리, 델은 막연한 느낌을 준다. 가상화와 클라우드 트렌드 속에서 SW중심의 회사에 비해 여전히 하드웨어 색깔이 진하게 남아있다. 무엇보다 트렌드 창조와 주도보다, 현재 트렌드의 확실한 지원에 더 초점을 맞춘 모습을 보인다.

마이클 델 회장은 기조연설에서 “솔루션과 서비스에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라며 “특히 서비스 분야에 대해 4만7천명의 직원을 보유했으며, 각 산업분야에 깊은 전문성을 가진 서비스를 제공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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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은 올해 행사와 함께 100만 달러 규모의 이노베이터스크레딧펀드에 부합하는 새로운 서비스인 ‘창업기업가를 위한 지원 센터’를 소개했다. 성장하는 중소기업에 네트워킹과 자금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클린턴 글로벌 이니셔티브 대학(CGIU)에 대한 지원 계획도 발표됐다. 전 세계가 직면한 주요 당면 과제들에 대한 새로운 솔루션을 제시하기 위한 또 다른 네트워킹의 기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마이클 델은 “전 세계적으로 고용 성장에 대한 부분을 살펴보면, 이 성장은 주로 급격히 성장하는 새로운 비즈니스에 집중돼 있다”라며 “이렇게 성장하는 기업들이 향후 구글이나 페이스북 혹은 이베이나 트위터와 같이 우리의 고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