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앞' 삼성-애플 美 최종심리, 핵심 쟁점은?

일반입력 :2012/12/03 11:58

남혜현 기자

미국 법원이 과연 배심원 평결을 뒤집을까. 삼성전자와 애플간 특허 소송 최종 심리가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배심원 평결 이후 석 달 간, 삼성전자와 애플은 각자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새너제이 법원은 오는 6일(현지시각) 삼성전자와 애플이 상호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에 대한 최종 심리를 가진다. 우리 시간으론 7일 새벽이다. 지난 8월 나온 배심원 평결이 뒤집힐 수 있을지 관심이 모였다.

물론, 이날 심리가 곧 최종 판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재판부는 아직 최종 판결 일정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마지막 심리 이후 판결까지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통상 최종 심리 후 1개월 이내에 판결을 낸다. 늦어도 내년 1월 6일엔 최종 판결이 나온단 이야기다.

때문에 6일 열리는 최종 심리는 판결을 미리 살펴볼 수 있는 잣대로 여겨진다. 이날 심리에선 ▲배심원 평결 적법성 여부 ▲호건 배심원 대표의 비행 여부를 애플이 알고 있었나 등을 중점적으로 살핀다. 삼성전자는 그간 호건 배심원 대표의 비리 행위와, 애플 특허의 무효성을 적극 홍보해 왔다.

■배심원 평결, 오류있나 점검

이날 최종 심리의 핵심은 역시 배심원 평결의 적법성 여부다. 재판에 참여한 배심원들은 특허 전문가들이 아니다. 배심원들이 결정한 특허 침해 여부와 그에 따른 배상액들이 법률적으로 타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현지에서도 특허처럼 전문적 내용을 다루는 소송에 배심원제를 채택할 수 있는지는 논란이 있어왔다.

지난 8월, 배심원 평결이 나오던 날에도 오류는 있었다. 갤럭시탭10.1 LTE 모델이 디자인특허 899번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봤으면서도 이 제품에 손해배상액으로 21만9천694달러를 산정한 것. 아이패드와 아이패드2 트레이드드레스 침해 역시 삼성전자의 비침해를 인정했으나, 역시 손해배상액으로 약 200만달러가 적용됐다.

당시 재판을 맡은 루시 고 판사는 배심원들에 두 가지 오류가 발견됐다고 밝혔고, 배심원들은 법정 문이 닫기 전까지 이에 대해 다시 논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물론 배심원 평결을 재심사하는 것이 삼성전자에 꼭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배심원들이 인정하지 않은 일부 특허에도 애플의 권리를 인정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애플 변호인단도 재판부에 손해배상금 재산정이 아닌 특허 침해 여부를 다시 살펴달라고 주장한 것도 이같은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애플은 평결 이후에도 삼성 스마트폰 8종을 판매금지 신청했다. 아울러 특허 침해로 인한 추가 피해 규모를 7억700만달러로 추산, 배상액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종심리에서 애플의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삼성전자 스마트폰 중 일부는 미국서 판매금지 될 수 있다. 다만 제소된 스마트폰은 대부분 구형으로, 주력 제품은 아니라는 점이 삼성에 위안거리다.

특허 전문가들은 애플 압승을 이끈 배심원 평결 자체가 크게 뒤집힐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본다. 배심원들은 삼성전자가 애플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특허 6건 중 5건을 고의로 침해했다고 평결, 약 10억달러에 이르는 배상액을 애플에 물어주라는 의견을 냈다.

다만 삼성전자도 반격 카드를 쥐고 있다. 배심원 평결에서 나온 피해 산정이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애플이 HTC와 맺은 상호 특허 사용 협상 내용이 공개되면, 배상액도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배심원장인 벨빈 호건의 부정도 변수다. 유럽, 아시아 등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서 삼성에 유리한 판결이 나왔다. 이같은 판례들도 미국 법원에 압박 요인으로 적용될 수 있다.

■배심원장 비행... 애플은 알고 있었나?

삼성에 유리한 카드는 역시 벨빈 호건 배심원장의 부정 여부다. 배심원장 부정 문제는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벨빈 호건이 과거 삼성과 간접적인 이해관계에 얽혀있던 인물이라며 새로운 재판을 요구, 기존 평결 파기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불거졌다.

삼성전자는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서 벨빈 호건이 지난 1993년 전직장이었던 시게이트로부터 계약 위반 혐의로 피소됐고, 이에 개인 파산을 신청했다는 것을 예비 심문선서에서 공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벨빈 호건은 삼성전자가 2대 주주인 하드디스크(HDD) 업체 시게이트와 과거 법적 다툼을 했고, 이로 인해 개인 파산까지 간 인물이다. 규정에 따라 배심원들은 관련 업체와 소송 여부를 미리 법원에 알려야 한다.

호건 배심원장은 이와 관련 언론 인터뷰에서 법원 규정에 따라 예비 배심원은 최근 10년간 소송에 연루된 적이 있는지 여부를 밝혀야 하지만, 시게이트와 소송은 1993년에 일어난 것이라 이 범주에 포함되지 않았다라고 반박했다.

삼성전자는 또 애플이 벨빈 호건 배심원장의 소송 사실 여부를 미리 알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와 관련 애플은 호건이 시게이트와 소송 사실을 말하지 않은 것은 삼성전자가 관련 내용을 문제 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감싸면서도 소송 사실 여부를 미리 알지는 못했다고 주장했다.

루시 고 판사는 이에 호건 배심원장에 대한 재조사를 최종 심리서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고 판사는 ▲애플이 배심원 대표의 위법 행위를 알면서 은폐했는지 ▲해당 사안을 알게 된 시점은 언제였는지 등에 대한 사실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양측에 통보했다. 애플이 사전에 배심원 대표에 대해 알고 있었던 사실을 공개하라는 것이다.

벨빈 호건에 대한 재심사는 배심원 평결의 정당성을 평가하는데 중요하게 작용될 전망이다. 배심원이 애플에 유리하게 기울어질 수밖에 없는 정황이라면, 평결 자체에 대한 신뢰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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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최종 판결이 난다고 하더라도 두 회사간 법정 다툼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결과에 상관없이 두 회사 모두 항소할 가능성이 크다. 이 외에 미국국제무역위원회(ITC)와 2차 본안소송 역시 계속 진행되고 있다. 2차 본안소송은 아직 심리도 개시하지 않은 상태다.

한 특허 전문 관계자는 최종 판결서 애플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크지만 아직 확신할 수는 없는 상태라며 최종 판결이 나오더라도 양측이 합의점을 찾을 때까지는 계속해 소송전을 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