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 아이폰5 싸게 사왔더니 이럴수가...

일반입력 :2012/11/15 10:40    수정: 2012/11/15 11:05

봉성창 기자

경기도 구리시에 사는 방 모씨㊵는 얼마 전 출장차 중국 광저우를 방문했다. 그곳 한 패스트푸드 가게에서 같이 간 일행 두 명과 식사를 하고 있는데 한 허름한 행색의 중국인이 말을 걸어왔다. 중고 아이폰5를 싸게 사지 않겠냐는 이야기다.

그 중국인 판매한다는 가격을 들어보니 우리 돈으로 약 70만원 가량. 방 씨는 국내서 개통이 될지 안될지도 모르는 제품을 사기에는 가격이 너무 비싸 손사래를 쳤다. 그러자 가격이 계속 내려갔다. 중국서 가격 깎아본 경험이 많은 방 씨 일행이 합의한 최종 가격은 8만원. 설령 한국서 통화가 안되더라도 와이파이로만 연결해 사용해도 아깝지 않은 가격이다.

해당 중국인은 방 씨 일행 앞에서 직접 본인의 유심카드를 끼워 통화가 되는 것까지 확인시켜줬다. 그는 한술 더 떠 물건이 더 있다며 다른 일행에게도 살 것을 권유했다. 결국 방 씨와 그의 동료인 김 씨는 물건 값을 지불하고 2개의 물건을 건네받았다.

중고 아이폰5를 파는 중국인은 시종일관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패스트푸드 가게에 CCTV가 설치돼 있어 공안에게 발각되면 자신의 죽은 목숨이라며 절대 여기서 물건을 꺼내지 말 것을 당부했다. 심지어 물건을 건네줄 때도 일행의 가방에 직접 넣어주며 조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방 씨 일행은 판매자가 이 물건을 어디서 훔쳤거나 혹은 주워온 것으로 추측했지만 한국으로 가져가면 상관없다는 생각에 별 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호텔로 돌아온 방 씨 일행은 실험삼아 아이폰5를 켜봤다. 그러나 이내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 것을 발견하고 당황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건네받은 아이폰5가 아까 중국인이 보여준 아이폰5와 다른 것을 알 수 있었다. 외관만 비슷하게 만들어 놓은 아이폰5 모크업(mockup) 이었다.

최근 중국서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이와 같은 아이폰5 신종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비단 광저우 뿐 아니라 북경에서도 비슷한 사기를 당했다는 보고도 있다. 중국은 아직까지 아이폰5가 출시되지 않은 국가다. 게다가 애플은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모크업을 만든 전례가 없다.

이들의 수법은 바꿔치기다. 일단 앞에서는 진짜 아이폰5를 보여준 다음 물건을 건네줄때는 가짜 아이폰5를 주는 식이다. 그 자리에서 아이폰5를 확인하면 누구나 금방 알아챌 수 있지만, 그렇게 할 수 없도록 갖은 핑계를 댄다.

본지가 범행에 사용된 가짜 아이폰5를 입수해 직접 살펴봤다. 무게나 생김새가 얼핏 보기에 진짜와 차이가 없다. 조금 멀리 떨어져서 보면 의심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비슷하게 만들어졌다. 그러나 실제로 액정 화면을 손가락으로 두드려 보거나 혹은 충전단자 및 온오프 버튼 등을 자세히 살펴보면 초보자도 가짜임을 손쉽게 판별할 수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피해자들은 지나치게 저렴한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사기꾼이 전문적인 판매업자라기 보다는 노숙자 느낌이 강해 어디서 아이폰5를 주웠거나 훔쳐서 판매한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사기임을 눈치채더라도 이미 판매자는 도주 후여서 찾기도 어렵다. 게다가 공안에 신고한다고 해도 중국서는 짧은 체류기간동안 범인을 잡아내기가 결코 쉽지 않다. 중국 아이폰5 사기꾼들이 유독 관광객들을 노리는 이유도 이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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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아이폰5 뿐만 아니라 갤럭시노트2 등 다른 고가의 스마트폰도 사기 행각에 활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 구입한 스마트폰을 3G로 개통시켜 쓸 수는 있지만 LTE는 주파수가 달라 쓸 수 없다”며 “특히 아이폰5는 기기값이 100만원에 달하는데 아무리 중국이라도 가격이 지나치게 저렴하면 의심해 봐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