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왜 모바일 메신저는 플랫폼이 돼야하나?

황병선입력 :2012/11/09 06:39    수정: 2013/01/10 20:25

황병선
황병선

카카오톡과 라인이 각각 5천만명의 고객을 확보하는 등 모바일 메신저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카카오톡을 통해 마케팅 도움을 받은 모바일 게임 애니팡의 광풍이 사회적으로 이슈화되고 있다.

물론 애니팡의 성공 요인은 게임의 배포된 환경적 측면, 즉 모바일과 소셜게임 플랫폼으로서 스마트폰이 가진 장점이 한 몫을 했다. 그러나 우리가 보다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점은 애니팡이 ‘플랫폼으로서의 모바일 메신저’를 대표하는 성공 사례가 됐다는 점이다.

기존에 일반적으로 사용하던 플랫폼이란 개념의 대상은 대부분 운영체제를 의미했다. PC 업계에서 플랫폼 전쟁이라고 하면 윈도와 리눅스의 경쟁이었고, 이것이 스마트폰에 와서는 애플 iOS와 안드로이드라는 운영체제의 경쟁이었다. 그리고 어느 때부터인가 플랫폼이란 개념은 단순히 소프트웨어로서 운영체제만을 의미하지 않게 됐다.

필자는 최근 저서 ‘스마트 플랫폼 전략’에서 운영체제를 넘어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는 플랫폼이란 용어를 분류하고 정의했다. 현재 ICT 분야에서 플랫폼이란 디지탈 플랫폼 위주로 크게는 기술 플랫폼, 제품 플랫폼, 서비스 플랫폼, 유통 플랫폼, 결제 플랫폼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개발자가 직접 인식하고 사용하는 운영체제나 CPU 같은 것들이 ‘기술 플랫폼’이다. 이에 비해 소비자가 직접 선택하는 제품을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이 아이폰이나 갤럭시 노트 같은 ‘제품 플랫폼’이다. 다른 모양의 제품 플랫폼을 기반으로 별도의 앱이 만들어지므로 이는 각각이 플랫폼 성격을 가지게 된다. ‘유통 플랫폼’은 옥션이나 이베이 같은 모습도 있지만 앱스토어와 함께 대표적인 양면 시장을 가진 플랫폼이다. ‘결제 플랫폼’은 신용카드에서 시작됐지만 요즘 대중화되기 시작하는 NFC 기반의 구글 월렛 같은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최근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자체 운영체제 하나 없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가 독자적인 써드파티를 이끌면서 자체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는 사례를 만드는 ‘서비스 플랫폼’이다. 광의의 서비스에는 오프라인으로 제공되며 사람이 주로 제공하는 컨설팅, 유통 등을 의미하지만, 예의 서비스 플랫폼에서 말하는 서비스는 주로 디지탈 기반의 인터넷 서비스를 의미한다. 따라서 서비스 플랫폼의 시작은 먼저 소비자를 모을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서비스가 핵심이고, 이것은 중장기적인 진입 장벽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플랫폼화는 필연적이다.

최근까지 국내에서 서비스 플랫폼으로 제일 성공한 모델은 역시 네이버라고 할 수 있다. 검색으로 서비스를 시작했고, 한게임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내면서 부가적인 서비스를 계속해서 제공해 나갔고, 지식인과 카페 등으로 양면 시장 성격의 플랫폼 비즈니스를 해오면서 소비자 규모의 네트워크 효과를 이용해 경쟁자를 물리쳐왔다.

과거 PC에서 웹 브라우저를 통해서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서는 네이버에서 검색하는 것이 편리했고, 따라서 웹 브라우저의 시작 화면으로 소비자를 확보한 네이버 같은 포탈은 이렇게 고객을 유입시킨 서비스(검색)을 플랫폼화하고,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를 계속해서 네이버 내부에만 있도록 유도했다. 이것이 포탈의 핵심 서비스 모델인 광고 효과를 높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네이버와 같은 ‘내부 플랫폼’ 전략은 변화가 필요하다. 소비자들은 향후 PC 보다 스마트폰이나 스마트 태블릿 같은 스마트 플랫폼 기기를 더욱 많이 자주 사용하게 될 것이고, 이는 보다 개인화가 쉬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제 소비자는 새로운 콘텐츠나 서비스를 찾기 위해서 ‘검색’할 필요가 없이 그냥 앱스토어에서 ‘발견’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자신이 원하는 기능을 마치 개인화하듯이 앱으로 설치하면 된다. 따라서 소비자가 스마트폰에서 지금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마치 PC 기반의 인터넷 시장이 이메일로 활성화됐듯이 모바일 메신저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결국 환경에 상관없이 킬러 앱은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모바일 메신저는 이제 서비스 발전 단계상 발아 단계에서 성장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이 단계에서는 일반적으로 기능, 성능, 안정성, 지원 국가 등으로 경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쟁의 다음 단계는 바로 써드파티를 통한 지속적인 부가적인 콘텐츠나 서비스의 유입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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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나 구글은 이를 인수합병(M&A)이나 콘텐츠 구매를 통해서 해결했지만 스마트 기기를 플랫폼이라면 보다 개방적이며 상호 공생할 수 있는 양면 시장을 위한 플랫폼화가 더욱 장기적인 접근이다. 즉 네이버의 내부 플랫폼 전략이 아닌 구글의 초기 모습이었던 외부 개방형 플랫폼 전략이 올바른 접근이다. 모바일 메신저는 지금의 포탈 형태의 플랫폼이 아니라 구글의 검색과 같은 허브가 돼야 하는 것이다.

현재 국내 모바일 메신저는 발전 단계상 세계적으로 시장 규모를 확보하는데 조금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플랫폼화하고 있는 접근법은 올바른 방향으로 보인다. 다만 성급한 플랫폼화로 만들어지는 반대 급부적인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즉 써드파티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품질로 인한 서비스 플랫폼에 대한 신뢰도 저하나, 너무 많은 부가 서비스로 인해 모바일 메신저 자체를 복잡하게 만듦으로써 본질적인 가치를 훼손시키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황병선 IT컬럼니스트

다년간의 벤처 대표를 하고 세상의 뜨거운 맛을 본 개발자 마인드의 기획자. 퓨처워커라는 필명의 블로거로, 청강문화산업대에서 앱 개발자를 육성하면서 플랫폼전문가그룹에 대표위원으로 활동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