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애플과의 특허전쟁과 '1위의 품격'

황병선입력 :2012/08/27 08:38

황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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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휴대폰 제조사들은 자체적인 플랫폼 기술을 쌓을 시간도 없이 빠르게 그리고 다양한 휴대폰을 만들어서 노키아를 따라잡기에 정신 없었다. 휴대폰 제조사의 1차 소비자인 통신사의 요구사항에 맞춰 1년을 하루같이 일하면서 전세계가 부러워하는 근면 정신으로 제품을 만들었다. 많은 이들이 가정도 포기했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현재의 성공을 이루었다. 그리고 드디어 노키아를 따라잡는 듯 했다. 그 후 애플의 아이폰이 나타났다.

이 시점에서 삼성과 국내 제조사에게 안드로이드는 어쩔 수 없이 마셔야 하는 독배였다. 애플의 독점적인 판매 행위가 미운 통신사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전세계적으로 이러한 통신사의 입장은 비슷했다. 애플에게 간택 받은 통신사는 아이폰을 판매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통신사는 발을 동동 구를 수 밖에 없었다. 세상이 변한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빠르게 변할 수 있는가 싶을 정도이다. 결국 제조사와 통신사는 애플이라는 독불장군 같은 회사와 경쟁하기 위해서 연합할 수 밖에 없었고, 그 연합의 핵심에 구글이라는 개발자 친화적인 회사가 있었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높았다.

IT의 역사도 돌이켜보면 한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늘 반복된다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다. 8비트 시절의 애플이 PC 시장을 만들고 이를 다시 IBM이 16비트로 발전시키면서 보다 개방적이 되면서 시장은 더욱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닌텐도가 게임기 시장을 독점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결국 이러한 독점에 반감이 생긴 개발자를 설득해서 소니의 게임기가 다시 시장을 석권하기도 한다.

역사가 말해주는 것은, 결국 시장은 어느 한 회사의 독점을 영원히 지켜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것이 정부의 독점방지 정책에 의해서건 혁신적인 후발 주자에 의해서건 독점적인 회사의 성공은 대체적으로 한 세대를 넘지 못하는 결과를 만들어왔다. 다만 과거에는 특정 회사의 독점 기간이 30년을 넘었다면 점차적으로 그 기간이 짧아지고 있는 것이 중요한 변화이다.

애플의 아이폰이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모두 삼켜버릴 것처럼 보이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 구글과 삼성을 비롯한 제조사 연합이 다양성을 무기로 전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따라서 애플 입장에서 삼성에 대한 특허소송은, 단순한 특허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에, 정당하지만 칭찬받을만한 행동은 아니다. 역사는 늘 혁신과 카피의 반복이었다.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우리가 인정할 만한 내용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심지어 국내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삼성이 우세한 판결을 받았다.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는 디자인 특허가 없다는 것이고, 그들의 공격에 대비할만한 준비가 되지 있지 않다는 점이다.

1960년대 즈음에는 카피가 상식이라고 하면서 일본제품의 디자인을 카피해서 저렴한 제품으로 성장을 해온 것이 우리다. 과정은 중요하지 않았고 결과만이 중요했다. 노키아가 1등이면 그들을 비교 분석하면 되고 애플이 1등이면 그들을 따라 하면 되는 시절이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나라 제조사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전세계 1위를 하고 있는데 애플과의 특허 소송에서 우리의 입장을 보면 “카피는 했지만 고의는 아니었어”라고 해석된다. 우리는 과연 전세계 1등을 할 수 있는 품격을 가졌는가 자문이 필요하다.

어떤 이는 우리가 안드로이드를 통해서 만든 이익에 비하면 애플에게 주는 배상금은 소규모니 우리의 승리라고도 한다. 하지만 법정에서 애플에게 얼마의 배상금을 주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마음속에 우리가 애플의 디자인을 카피했는지 인식이 남느냐가 문제이다. 다시 말하면 애플은 혁신적인 디자인 회사이고 우리는 그들을 카피했다는 인식만이 남는 것이 문제다.

우리는 요즘 중국 제품이 대부분 낮은 품질에 복제품이 난무한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지금 애플과 삼성의 소송에서 우리가 받게 되는 인식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 사례로 패스트컴퍼니라는 잡지가 만든 전세계 혁신적인 회사 50위 2012년 목록을 보자. 여기서 1위는 애플이라서 인정한다고 해도 10년 전에는 이름도 들어보지도 못한 페이스북, 트위터, 스퀘어, 텐센트 같은 회사는 들어있는데 왜 우리나라 회사는 한 곳도 없는지를 알아야 한다. 우리로 생각하면 민박집 체인 같은 AirBnB도 들어있다. 같은 조사에서 2011년도 38위에 있던 한국 회사는 2012년에는 50위 밖으로 밀려난다. 이것이 그들이 바라보는 한국 회사에 대한 인식이다. 그들의 눈에 우리는 ‘복제품’을 잘 만드는 나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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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전세계 휴대폰 시장 점유율 1위를 자랑하고 있을 시간이 아니다. 30년 전에 모토롤라가 그 자리에 있었고, 5년 전까지 노키아가 있던 곳이다. 전세계 휴대폰 시장의 이익을 애플과 삼성전자가 양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10년 내에 이러한 순위가 바뀌지 않으리라는 것을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특허가 많은 기업이 혁신적인 기업이 아니다. 소비자가 혁신적인 제품을 인정하고 개발자가 기술을 인정하고 전문가가 업계에서의 영향력을 인정하는 회사가 진정한 1위 기업이다. 우리는 ‘1위 회사’의 품격이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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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선 IT컬럼니스트

다년간의 벤처 대표를 하고 세상의 뜨거운 맛을 본 개발자 마인드의 기획자. 퓨처워커라는 필명의 블로거로, 청강문화산업대에서 앱 개발자를 육성하면서 플랫폼전문가그룹에 대표위원으로 활동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