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다음 등 “수사기관 통신자료 요청 불응”

일반입력 :2012/11/01 10:13    수정: 2012/11/01 10:32

전하나 기자

NHN, 다음커뮤니케이션, SK커뮤니케이션즈, 카카오, 이베이 등 인터넷기업 5개사가 당분간 수사기관의 개인정보 요구에 따르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그간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경찰, 검찰의 통신자료 제공 요청과 관련, 법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이들 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 회원사들은 최근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요청에 일절 응하지 않겠다는 합의를 도출했다. 인기협 관계자는 “협회 산하 개인정보보호워킹그룹에서 회원사들과 논의해 이용자들의 신상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정했다”고 말했다.

이는 이른바 ‘회피 연아’ 동영상의 제작자 차모씨가 제기한 항소심 판결에서 NHN이 일부 패소한 것에 따른 결정이다. 차씨는 지난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선수단 귀국 환영 장면을 일부 떼어내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김연아 선수를 껴안으려다 거부당한 것처럼 보이게 편집한 동영상을 네이버 카페에 올렸다가 유 전 장관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한 바 있다.

고소는 유 전 장관이 취하함에 따라 종결됐지만 경찰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NHN 측으로부터 자신의 인적사항을 넘겨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차씨는 소송을 걸었다. 1심에선 차씨가 패소했지만, 지난달 18일 서울고등법원은 “약관상의 개인정보 보호 의무를 지키지 않고 인적사항을 경찰에 제공했다”며 원심을 깨고 NHN에 “5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업계에선 이번 판결을 계기로 수사기관이 영장도 없이 기계적으로 포털 등에 개인정보를 요청해온 관행이 바뀔 수 있을지 기대를 모아왔다. 그동안 대규모 자료 요청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느껴왔기 때문이다. 특히 수사기관에 의한 통신자료 요청건수는 ▲2009년 56만 1천476건 ▲2010년 59만 1천49건 ▲2011년 65만 1천185건 등으로 꾸준히 증가, 남발되고 있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선 인터넷사업자가 반(反) 월가 시위 참가자의 정보를 제출하라는 뉴욕 검찰 요구를 거부하고 미국 법원 판결에 항소하는 사례도 있지만 국내 사업 환경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요청은 반드시 따라야할 의무사항은 없지만 국가기관에 의한 정보제공 요청이 갖는 사실상의 강제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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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협 관계자는 “수사기관이 대부분 범죄수사를 진행할 때 공익을 목적으로 통신자료를 요청한 것이기 때문에 이에 응해왔던 것이나 인터넷사업자의 재량에 맡긴다는 헌법재판소의 해석이 나왔고 사업자가 요청의 내용을 실질적으로 구분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NHN 소송 판결이 번복되거나 현행법이 개정되지 않는 이상 정보를 넘겨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사기관과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계 당국 차원에서 법개정이나 자료 요청에 대한 합리적 개선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