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세 평사원 37세 부사장…‘알약’ 만들더니 이번엔

정상원 줌인터넷 부사장

일반입력 :2012/09/21 11:38    수정: 2012/10/02 09:23

전하나 기자

1998년 병역특례로 이스트소프트에 개발자로 입사했다. 당시 나이 24살이었다. 입사하던 때 이스트소프트 직원은 고작 12명에 불과했다. 지금은 300명이 넘는다. 그 속에서 그는 37살에 중역의 자리에 올랐다. 정상원 줌인터넷(구 이스트인터넷) 부사장 얘기다.

지난 14년 동안 그가 이스트소프트에서 직접 관여해 만든 제품의 개수만 10여종에 이른다. 대표적인 것이 알쇼, 알송, 알툴바, 알약 등이다. 모두 히트했다. 그런 그가 몇 년 전부터는 소프트웨어가 아닌 서비스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그것도 국내에선 이미 틈새 시장을 노리기도 어렵다는 포털 서비스다.

화면을 사용자 기호와 필요에 맞춰 편집할 수 있는 개방형 포털, 줌닷컴이 지난해 9월 21일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꼭 1년이 지났다. 네이버가 70%, 다음이 20%를 차지하고 있는 이 시장에서 줌은 아직 1%가 채 안되는 미미한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성과는 분명 있었다. 줌닷컴은 올해 5월 시작페이지 점유율에서 6%를 기록하며 네이트를 제치고 네이버와 다음에 이어 3위에 오른 뒤 현재까지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상원 부사장은 “포털 시작페이지는 실제 얼마나 사용되느냐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사용자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코리안클릭 기준 줌닷컴의 9월 3째 주 주간 순방문자수(UV)는 370만명, 하루 평균 UV는 180만명 가량이다. 질의어(쿼리)수도 3째 주 700만개를 넘어섰다. 정 부사장은 “네이트 주간 쿼리와 3배 정도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며 “따라잡는 것 멀지 않았다”고 자신했다.

작지만 의미 있는 줌닷컴의 성과들은 정 부사장의 이런 자신감 덕분에 나올 수 있었다. 두려움 없이 시장을 개척해가는 모습에 직원들은 그를 믿고 따른다. 얼마 전에는 코엑스를 빌려 100여명이 넘는 조직원들이 모두 한 가지씩 주제를 준비해 발표하는 ‘줌캠프’를 열었다. 모두가 열심이었다.

김장중 대표의 관심도 크다. “이스트소프트가 하는 많은 사업 중 유독 줌닷컴만 2년 넘게 매주 경영진 회의를 열고 매번 김 대표의 의견 개진이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모든 구성원들의 이 같은 지원 사격에 힘입어 정 부사장은 앞으로 나아갈 방향만 바라보고 있다. “1년이 지나고 보니 포털 시장에서 우리가 뭘 해야 할 지 어떤걸 잘할 수 있는지 선명하게 알았어요. 하반기 중 2.0 버전을 발표할 건데 현재 메인 화면에 배치한 가십성 콘텐츠 이슈도 싹 걷어내고 ‘원래적 의미의 포털’에만 집중할 겁니다. 그게 줌닷컴의 경쟁력이 될 거라고 확신하고 있어요.”

그가 말하는 ‘원래적 의미’는 포털의 원뜻 ‘관문’을 가리킨다. 어떻게든 자사 페이지 내에서 검색값을 늘리고 이를 통해 사용자들을 ‘더 오래’ 머무르게 하려는 다른 포털들과 달리 줌닷컴은 사용자가 원하는 곳으로 ‘더 빨리’ 빠져 나가도록 내버려둔다.

“어차피 검색은 네이버나 다음 등 다른 플레이어들이 이미 잘하고 있는 영역이예요. 특히 실시간성 이슈를 시시각각 전달하죠. 우리는 이를 따라하기 보다 이용자가 원하는 검색결과를 찾을 수 있는 타 포털로 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로 충분하다고 봐요.”

다만 차별화 지점은 필요하다. 정 부사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검색의 다른 영역은 이용자들이 전문화된 정보를 쌓는 지식 서비스”라고 말했다. 지난 6월 론칭한 ‘아하줌’ 얘기다.

“아하줌은 사람들이 질문을 올리면 이에 맞는 답변을 할 때 텍스트와 이미지는 물론 외부의 블로그 글이나 전문 정보 등의 링크를 걸어주는 방식을 채택할 수 있어요. 타사 지식서비스는 이를 막아놨는데 줌닷컴은 개방형답게 외부의 좋은 것들을 가져다 보여주겠다는 취지입니다.”

트래픽을 뺏긴다고 여기기 보다 사람들이 좋은 질답을 하고 이것이 데이터베이스(DB)로 쌓일 수 있게 하자는 데 초점을 맞췄다. 흘러 들어가는 게 있으면 또 나가는 게 있어야 생태계의 선순환에 도움이 된다는 게 정 부사장의 생각이다.

현재 아하줌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사람 100명 정도다. 줌닷컴은 답변을 다는 사람들에게는 포인트로 어느 정도 동기부여를 해주고, 아하줌 내 트래픽과 광고 수익을 모두 분배해주고 있다. 아직까지는 광고 수익 등이 많지 않다보니 사용자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크지는 않다. 하지만 사용자들의 만족도는 높다.

추후에는 사용자끼리 추천·투표를 하거나 에디터에 의해 최고의 지식으로 선정되면 이를 검색줌에 우선 노출하는 시스템 등을 추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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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닷컴은 연내 모바일 웹페이지와 앱도 선보일 예정이다. 아직까지 PC서 브랜드 구축이 안됐다는 생각에 미뤄왔지만, 모바일 사용자들이 급성장하면서 더 이상 늦어지면 안되겠다고 판단했다. 물론 단순히 PC 화면을 모바일에 옮겨다 놓는 것이 아니라 아하줌에 특화한 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구성할 계획이다.

“줌닷컴은 단순히 월급이나 벌자고 시작한 일이 아니예요. 중소 개발자들은 시작페이지에 있는 줌앱(뉴스, 날씨, 증권, 웹툰, 게임, 쇼핑 등 각각의 정보를 담아 보여주는 일종의 웹앱) 개발에 참여하고 사용자들은 아하줌을 통해 직접 정보를 생산하면서 이로 인해 얻어지는 트래픽을 함께 공유하는 구조를 만들고 싶어요. 이 서비스가 주는 가치와 효용성이 인정받을 때가 머잖았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