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무인자동차 시대에 대한 고찰

이재석입력 :2012/07/26 10:59

이재석
이재석

손가락 하나 대지도 않았는데 자동차 핸들이 스스로 움직인다. 그것도 차간 안전거리 등 교통질서를 아주 정확히 지키면서 말이다. 이처럼 꿈의 자동차라 불리는 무인자동차(Self driving car)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구글이 만든 무인자동차가 미국 서부 네바다주에서 32Km 시험주행에 성공해 면허를 획득했다는 소식은 무인자동차의 상용화가 임박했음을 알려준다. 가장 큰 의문이었던 무인자동차가 과연 도로를 달려도 안전한지가 검증된 것이다.

관련 법 제도만 마련된다면 무인자동차들이 도로를 점령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수 있다. 실제 영화 속에서만 보아오던 무인자동차가 2010년 세상에 공개된 이후 무인자동차 시대에 대한 기대감은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무인자동차의 등장으로 교통사고가 감소하고, 시각장애인 등 몸이 불편한 사람들도 이동이 쉬워지며 연료 소비도 줄어든다는 점은 그야말로 매력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런 단면만 본다면 국가적으로도 무인자동차의 상용화와 대중화에 속도를 높여야 하겠지만, 좀 더 다양한 경우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가장 비슷한 예로 CCTV를 들 수 있다. 무인경비 시대를 꿈꾸며 CCTV가 등장한지는 오래됐지만 대중화 된 것은 불과 몇 년 전이다. 범죄감소, 시설 관리의 효율화, 정확한 사건판독 등을 위해 지금은 중요하게 이용되고 있지만 사생활침해 이슈로 대중화가 되는데 꽤나 오랜 기간이 걸렸다.

무인자동차 역시 사생활침해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무인 자동차가 운행되기 위해서는 메인 서버와 위치 및 운행 정보를 계속 주고받아야 하는데, 무인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의 개인정보며 자주 가는 장소 등 사생활이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무인자동차가 각종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특히 요즘처럼 사이버범죄가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무인자동차의 원격조정을 통해 일어나는 사건사고에 대한 시나리오를 얼마든지 그려볼 수 있다.

무인자동차는 누구나가 꿈꾸는 편하고 살기 좋은 최첨단 미래의 세상을 앞당겨 주기 위해 탄생했다. 그러나 다양한 경우의 수에 아무런 대비 없이 무인자동차 시대를 맞이한다면 어떻게 될지 한번 생각해보자.

관련기사

오히려 사회적 혼란과 무질서, 예상치 못한 사건사고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된다면 무인자동차에 대한 이점보다 사람들의 반감이 높아지고 무인자동차의 대중화는 영영 우리 곁에서 멀어질 지도 모른다. 아무리 훌륭한 기술이라도 사회적인 거부감, 부작용을 간과한다면 덜 익은 기술이 될 수도 있다.

CCTV가 대중화 됐듯이 결국 언젠가는 무인자동차의 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다. 지금은 무인자동차의 이점에 가려져 제대로 보기 힘든 만일의 경우까지도 고민하고 하나하나 사전대비를 해나간다면 무인자동차 시대를 좀 더 앞당길 수 있지 않을까? 남들이 생각 못한 부분까지 고민하고 해결한 후 비즈니스를 시작한 기업이 훨씬 쉽고 빨리 시장진입을 할 수 있듯이 말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재석 IT컬럼니스트

이재석 대표는 포스텍 물리학과를 졸업한 뒤, 지난 1999년 5월부터 심플렉스인터넷을 이끌어오고 있다. 벤처 버블에서 살아남은 국내 IT벤처 1세대로서 IT시장의 변화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 분석 해보는 것이 취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