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업, '마라톤 마케팅 전략' 짜라

이재석입력 :2012/06/15 10:35

이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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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기업들이 최후의 순간까지도 살아남을 수 있는 업계 최강의 기업이 되기를 꿈꾼다. 또 이러한 목표에 한발씩 다가서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세운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마케팅 전략이다.

대부분의 시장 환경은 ‘빈곤의 시대’에서 ‘풍요의 시대’로 변화하고, 그에 따라 시장의 중심은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넘어간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단순히 물건만 잘 만들면 팔 수 있었겠지만 이제는 아니다. 때문에 소비자가 선택을 할 수 있게 만드는 마케팅이 한층 더 강조되고 있다.

기업의 마케팅 전략은 시장 환경, 비즈니스 특성에 따라 때론 마라톤과도 같은 장기적인 측면의 접근이 필요할 수도 있다. 특히 인터넷서비스 기업들의 경우, 비즈니스 특성상 단기에 고객들의 신뢰를 얻고 명성을 쌓기가 힘들다. 시장에서 원하는 만큼의 점유율을 가져가기 까지 시장, 고객, 다양한 변화 요소 등을 고려한 장기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코스닥에 등록된 국내 기업들의 평균 수명은 23.8세다. 그리 길지 않아 보이지만 더 많은 기업들은 이미 그 이전에 도산하거나 폐업하고 만다.

한 가지 아이템이 인기를 얻으면 많은 기업들이 시장에 진출해 죽기살기로 생존 경쟁을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단기에 승부를 보려고 초기 무리한 투자나 출혈경쟁을 하다가 성공과 멀어지는 업체들도 여럿이다.

42.195Km 마라톤을 떠올려보자. 승부는 단기에 나지 않는다. 오히려 초반에 스피드를 내 무리하거나 경쟁을 지나치게 의식한 마라토너는 우승은커녕 완주 자체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 때문에 마라토너는 완주를 하기 위한 구간별 전략을 철저히 짠다. 코스별 레이스나 기후 환경 등 다양한 변수를 염두에 두고 준비를 한다. 평소 훈련을 통해 길러둔 체력으로 경쟁자들과 선두그룹을 유지해 가되, 오히려 힘을 비축해 마지막 순간을 달려 나갈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이처럼 기업의 마케팅에서도 절대 놓치면 안 되는 부분이 장기적인 전략을 잘 세우는 것이다.

시장 환경과 제품 및 서비스의 특성, 고객들의 습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장기간 달려 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 마케팅의 특성상 경쟁사와의 차별화도 중요하지만, 고객들에게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콘셉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차별화가 큰 의미가 없다.

따라서 시장 초기에는 경쟁사들과 함께 시장을 만들고 고객들에게 콘셉트를 전달하면서 시장을 키우는데 힘써야 한다. 마치 초반 마라토너가 혼자 튀어 나가면 공기저항을 많이 받게 돼 오히려 불리할 수 있으므로 경쟁자들과 한 무리를 이뤄 가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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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장기적으로 보고 가는 대신 마지막에 승부수를 띄울 수 있는 무언가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흔히 이것을 ‘차별화된 경쟁요소’라 하는데, 경쟁력 없이는 마라토너도 기업도 승리의 기쁨을 맛보긴 힘들 것이다.

기업들에게는 언젠가 분명히 전력 질주해 나갈 타이밍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때 체력이 남아있고, 숨겨둔 비장의 무기가 있는 기업이라면 더욱 힘찬 도약을 할 수 있다. 더 멀리 뛰기 위해 움츠리고 있는 개구리처럼 더 큰 미래의 도약을 위해 항상 준비가 되어 있는 기업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재석 IT컬럼니스트

이재석 대표는 포스텍 물리학과를 졸업한 뒤, 지난 1999년 5월부터 심플렉스인터넷을 이끌어오고 있다. 벤처 버블에서 살아남은 국내 IT벤처 1세대로서 IT시장의 변화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 분석 해보는 것이 취미다.